유독 '행복'에 관한 책이 많이 보이는 요즘이다. 에세이, 자기계발, 심리학 서적은 제목에 행복이 들어가 있지 않아도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행복이다. 그만큼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일까? 어떤 때는 행복을 억지로 강요하는 듯한 느낌에 불쾌해지고 하니 말이다.
이렇듯 행복을 강요하는 데에도 불쾌해지고 괜한 속앓이를 하는데, 하물며 누군가로부터 무리한 부탁이나 강요, 꾸지람을 받는다면? 비난, 비판을 받는다면? 소심한 사람들이라면 많은 생각을 수반함과 동시에 상처를 받게 될테고, 거절할 수 없는 자신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신경쇠약증, 불안신경증 등으로 정신건강이 악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요즘에는 많은 분들이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로 정신 뿐만 아니라 몸까지 피해를 보고 계실 것이다. 물질적이 아닌 정신적 행복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일텐데,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을까.
여기 정신적 행복을 위해 '거절, 둔감, 뻔뻔'을 주장하는 이가 있다. <내가 행복해지는 거절의 힘>(이다미디어)의 저자 '마누엘 스미스'이다. 그는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의 권위자로, 환자의 임상치료 및 강연활동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상담하고 치료했고 수백만 명이 그의 책과 강연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한 환자는 특히 자신과 관련된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해서 4개월에 걸친 전통적인 심리치료 과정에서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중략) 그로부터 몇 주 후, 나는 그가 의붓아버지를 두려워하고, 의붓아버지에게 적대감 같은 것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의붓아버지는 항상 그를 나무라거나 가르치려 들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어린 환자는 의붓아버지의 꾸중에 대해 어떤 식으로도 항변하지 못하고 조금씩 위축되어갔다. 결국 매사에 자신감 없는 아이로 취급받게 되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저자가 경험한 임상 현상의 한 케이스이다.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의붓아버지가 아닐지라도)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 스승, 친구 나아가 직장 상사까지.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압박을 받지만 어떤 식으로도 항변하지 못하고 위축된 경험을 말이다. 저자는 이 환자를 어떻게 치료했을까? 약물 치료? 상담?
나는 그에게 의붓아버지와 가족들, 나아가 일반 사람들의 비난에 둔감해지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 "벙어리 신경증 환자"는 두 달 만에 퇴원하였다. (중략) 마지막 보고서에는 그가 대학에 등록하고, 원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고, 의붓아버지가 뭐라 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다시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양호한 예우를 보이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치료가 아닌 훈련을 했다. 비난과 비판, 꾸중에 둔감해지는 훈련. 그렇다고 결코 타인의 말을 '무시'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가려서 듣는 법을 익힌 것이다. 저자는 이런 뻔뻔과 둔감 위에 거절이 가능해야 한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거절을 하면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생기길 꺼려하는 많은 사람들은 결국 거절의 말을 꺼내지 못한다.
당신이나 내가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을 계속해서 회피하려 든다면 결국 상대방은 우리에게 좌절하고 환멸을 느끼거나 관계를 깨뜨릴 가능성이 높다. - 27쪽하지만 꼭 그렇지가 않다. 갈등을 피하려하면 할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가는 것이다. '거절'의 의사를 전하는 것은, 상대방과 대척점에 서서 맞서는 것이 아닌 나의 의견을 말하고 합의점을 찾고자 함의 행동이다. 또한 거절에는 죄의식이 함의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게 오히려 죄의식이 덜하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거절을 당당히 하는 것은 자기주장이 확실히 설 때 가능한 것일 게다. 저자는 이 점에서도 잊지 않고 당부하고 있다. '자기주장 권리 선언 10계명'을 만들었다.
1. 당신은 스스로 판단할 권리가 있다. 2. 당신은 이유를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3. 당신은 스스로 책임질 권리가 있다. 4. 당신은 마음을 바꿀 권리가 있다. 5. 당신은 실수를 저지를 권리가 있다.6. 당신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 7. 당신은 타인의 호의를 거절할 권리가 있다. 8. 당신은 비논리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9. 당신은 남을 이해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10. 당신은 "관심 없어"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 이 10계명은 자신을 당당히 표현하고, 남의 비난과 조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기술이라 한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맞은 권리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지금은 거절이 '거부'가 되고, 비판보다 '비난'이 많아지고, 뻔뻔을 넘어 '이기주의'가 판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비록 인간은 완벽하지도, 완벽할 수도 없고 문제투성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걸 악용하려드는 인간들이 너무도 많다.
자신에게 당당하고, 상대방에게 당당하고, 세상을 향해 당당해져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행복은 행복이 아니라는 것은 기억해두시길.
덧붙이는 글 | <내가 행복해지는 거절의 힘>, 마누엘 스미스 씀, 이다미디어 펴냄,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