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축 예정인 대구야구장 조감도
 신축 예정인 대구야구장 조감도
ⓒ 대구시

관련사진보기


삼성이 1997년 대구시 북구 칠성동과 침산동에 걸쳐 있는 옛 제일모직 자리에 업무단지를 조성하면서 이 땅을 상업용지로 변경해주는 대가로 공장 터의 3분의 1가량을 기부채납하고 다른 곳에 3만석 규모의 야구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문건이 발견됐다.

하지만 삼성 측은 아직 기부채납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수성구 연호동에 건설하고 있는 야구장의 공사비 중 일부만 부담한 채 막대한 수익을 올릴 관리운영권을 행사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시와 삼성 측은 문건의 존재는 인정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작성한 '미완성 문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 문건에는 최종 협상 내용과 사인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 측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제일모직 후적지 7만1000평 중 3만6000평을 업무단지로 하여 국제 규모의 음악당, 미술관, 국제급 호텔, 업무판매시설 등을 그룹의 경영상황, 설계기간 등을 감안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내용과 함께 "대구가 '삼성 라이온즈' 팀의 터전임을 감안하여 수성구 내환동에 대구시가 부지를 제공한다는 전제 아래 3만 석 규모의 야구장 건설을 중장기 계획으로 검토한다"고 되어 있다.

이 문건은 1997년 5월에 작성된 것으로 당시 이진무 대구시 정무부시장과 이승한 삼성 비서실 부사장의 이름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고 시의회에 보고했다.

당시 삼성 측은 대구시가 제일모직 부지를 용도변경 해주는 대가로 음악당과 미술관, 도로 등을 건설해 대구시에 기부채납 하기로 했으나 문희갑 대구시장이 용도변경의 대가가 미흡하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자 야구장 건립안을 새롭게 협약서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16년 전 '야구장 건설' 합의 뒤집고 '700억 수익' 운영권만 갖겠다?

 삼성이 대구시와 1997년 5월 맺은 협약서에는 수성구 내환동에 3만석 규모의 야구장을 건설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야구장 건립비용 1660억원 중 500억만 내놓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삼성이 대구시와 1997년 5월 맺은 협약서에는 수성구 내환동에 3만석 규모의 야구장을 건설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야구장 건립비용 1660억원 중 500억만 내놓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실제로 삼성은 2015년 10월 완공 목표로 대구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 인근 15만1500㎡의 부지에 2만4000석 규모로 건설되는 개방형 야구장의 건설비 일부만 부담한다. 지난해 12월 착공된 이 건설사업의 총 공사비는 1660억 원으로, 국비가 298억 원, 시비가 822억 원 투입되며, 삼성의 부담액은 500억 원이다.

삼성은 향후 25년 동안 야구장 관리운영권을 행사하는 내용의 협약서를 대구시와 조만간 체결할 예정이다. 야구장의 운영권은 광고료와 입장료, 매장 수익과 주차장, 네이밍(구장 명칭) 사용권으로 구분되며, 스포츠진흥법에 따라 최장 25년간 관리운영권을 가질 수 있다.

현재 대구야구장의 광고대행권은 30여억 원(부가세 포함)으로 새로 지을 야구장의 규모는 2배가 넘어 25년간 광고대행권만 팔아도 7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서는 크게 손해날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문제는 16년 전에 작성된 협약서의 내용이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문건에는 대구시와 삼성측의 당사자간의 최종 사인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런데 당시 언론보도와 대구시가 시의회에 보고한 내용 등을 보면 삼성 측이 운동장 등을 건설해 상업용지로 변경해주는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1997년 5월 22일자 <매일신문>의 보도내용을 보면 '이진무 대구시정무부시장과 김무 삼성상용차 사장이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제일모직자리 상세계획 시설 중 국제규모의 음악당은 2001년 유니버시아드 이전에 완공할 계획을 발표하고 수성구 내환동 종합경기장 단지에 3만석 이상 규모 야구장을 건설해 주기로 했으며 북구 복지회관(이상 부지는 대구시 출연)도 지어 기증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삼성의 '야구장 건설 약속' 문건에 대해 대구시와 제일모직 측은 최종 합의되지 않은 문건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대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대구시와 삼성이 조율하는 과정에서 서로 건넨 문서에 불과하다"며 "서로 서명한 공식 문서는 대구시가 보유하지 않고 있고, 당시 문서를 작성한 부서와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제일모직 홍보팀 관계자 역시 이 문건의 존재를 인정했다. 하지만 "1997년 당시 대구시와 삼성간 대구부지 개발 협의과정 중 대구시와 삼성 간의 협의사항을 정리한 문건이었을 뿐 결정된 사항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종 의사결정을 할려면 구체적인 건립비용이나 건립절차가 명시적으로 나와 있어야 하지만 이 문건만 보면 최종 내용이 확정되기 전에 검토되던 문서가 아니었겠느냐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희갑 당시 대구시장은 "삼성이 500억 원을 들여 오페라하우스를 지어 기부채납 하겠다고 한 것 말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당시 서류를 찾아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시의회 보고'까지 했지만... 대구시 "공식 문서 아니다"

 1997년 5월 22일자 대구매일신문의 기사.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터를 업무용지로 변경해주는 대가로 3만석 규모의 야구장을 건설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대구시는 약속을 부인했다.
 1997년 5월 22일자 대구매일신문의 기사.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터를 업무용지로 변경해주는 대가로 3만석 규모의 야구장을 건설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대구시는 약속을 부인했다.
ⓒ 매일신문

관련사진보기


한편 삼성은 칠성동 공장터 3분의 1가량을 기부채납 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삼성은 1994년 공장 터의 용도변경을 위해 대구시에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이 될 경우 용도변경면적 4만 평 가운데 30%인 1만2080평을 무상으로 대구시에 기부채납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도로, 공원, 주차장(공원지하) 공사비를 자체에서 부담하여 조성하고 특히 공원지역내에 청소년을 위한 문화시설(야외공연장, 음악당, 미술관)을 설립하여 대구시에 기증"한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공공용지 부담 후에도 토지소유자에게 개발이익이 발생하면 개발이익 환수법에 의한 개발부담금도 납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삼성은 2005년에 이어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사업시행 기간을 2015년까지 연장했다.

삼성이 업무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제일모직 터 자리는 상업용지로 변경할 당시 평당 가격이 600만~700만 원대였으나 현재는 2000만~25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땅값만 해도 최대 4000억~5000억 원 정도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삼성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신 대구시로부터 수익만 빼내가려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1000억 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는 대구 새 야구장의 운영수익의 혜택은 대구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야구장#삼성#대구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