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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 PEN, 손맛의 감각 전> 전시장 입구.
 <S PEN, 손맛의 감각 전> 전시장 입구.
ⓒ 유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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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도구 하나가 열 몫을 해내는 세상이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수십 가지의 필기구를 대체하고, 손으로 일일이 조작해야 했던 일들이 스크린을 몇 번 터치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의 디지털화는 우리의 손이 해왔던 수고로운 일들을 많이 줄여줬다.

그렇지만, 이 편리한 디지털 기기들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의 일상을 모방하고 있다. 터치 스크린 속 가상의 버튼은 손으로 직접 누르는 것처럼 움직이고, 전자책에서 페이지를 넘길 때는 실제 종이가 넘어가는 듯한 애니메이션이 사용된다. 끊임없이 더 편리한 것을 추구해온 현대인들이지만,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조작했던 시대에 향수를 품고 있는 까닭이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S PEN, 손맛의 감각 전>은 이런 향수를 자극한다. 이 전시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때 다용도로 사용되는 터치펜에 '손맛'이라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결합했다. 디지털 세상에서 쓰이는 새로운 도구에, 사람의 손이 직접 만들 수 있는 느낌을 표현하려는 시도다.

전시는 크게 '맛있는 손맛' '화려한 손맛' '만드는 손맛' '짜릿한 손맛', 이렇게 네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주제에는 요리와 보석 디자인, 건축과 음악 분야를 대표하는 네 명의 전문가가 작가로 참여했다. 이들은 자신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감정과 작품들을 '손맛'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풀어, 각각 다섯 가지의 터치펜을 디자인했다.

터치펜에 '맛'을 입혔다고?

 이현욱의 '만드는 손맛' 테마 중 '봄'(왼쪽)과 강레오의 '맛있는 손맛' 테마 중 '단맛'(오른쪽). 이현욱은 봄철의 땅콩집을, 강레오는 사탕의 단맛을 터치펜에 구현했다.
 이현욱의 '만드는 손맛' 테마 중 '봄'(왼쪽)과 강레오의 '맛있는 손맛' 테마 중 '단맛'(오른쪽). 이현욱은 봄철의 땅콩집을, 강레오는 사탕의 단맛을 터치펜에 구현했다.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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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손맛'이라는 테마를 맡은 작가는 요리사 강레오. 그는 단맛·신맛·감칠맛·쓴맛·신맛을 다섯 개의 터치펜에 표현했다. 그는 레몬이나 사탕·소금 등 각각의 맛을 내는 음식에 초점을 맞춰, 그것이 가진 색감과 질감을 살리는 식으로 자신의 느낌을 구현했다.

'화려한 손맛'의 작가는 쥬얼 디자이너 홍성민. 그의 전시는 다섯 가지 보석을 테마로 했다. 골드와 진주·에메랄드·사파이어와 루비를 모티브로 한 그의 작품들은 각각의 보석이 가진 색과 생김새에 초점을 맞췄다. 펜의 상단에는 표현하고자 하는 보석을 넣어 주제를 강조했다.

대담한 시도였지만, 시연 기회 없었다는 점은 아쉬워

 김진표의 '짜릿한 손맛' 테마 중 '에너지'(왼쪽)과 홍성민의 '화려한 손맛' 테마 중 '에메랄드'(오른쪽). 김진표는 '에너지'라는 주제를 풀기 위해 터치펜에 자동차 부품(쇼크 업소버)의 미니어처를 사용했다. 홍성민은 에메랄드의 느낌을 터치펜에 구현했다.
 김진표의 '짜릿한 손맛' 테마 중 '에너지'(왼쪽)과 홍성민의 '화려한 손맛' 테마 중 '에메랄드'(오른쪽). 김진표는 '에너지'라는 주제를 풀기 위해 터치펜에 자동차 부품(쇼크 업소버)의 미니어처를 사용했다. 홍성민은 에메랄드의 느낌을 터치펜에 구현했다.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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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전시 '만드는 손맛'의 작가는 '땅콩집' 건축가 이현욱. 그는 자신이 고안한 '땅콩집'을 주제로 삼았다. '땅콩집'의 기본 형태를 보여주는 오리지널 디자인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땅콩집'을 각각 표현한 네 가지의 디자인을 터치펜에 입혔다. 계절을 표현하고자 하는 만큼, 감정이나 느낌보다는 일러스트에 중심을 둔 듯했다.

마지막 전시인 '짜릿한 손맛'은 가수 겸 카레이서 김진표가 맡았다. 그는 자신의 두 가지 직업에서 깃발·라임(Rhyme)·사운드·에너지·마이크라는 키워드를 추출해 그것을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그는 LED 라이트와 자동차 부품(쇼크 업소버)의 미니어처를 실제로 펜에 넣는 등 가장 대담한 방식으로 주제를 표현했다.

전시된 모든 작품의 디자인은 실제 스마트 기기와 터치펜을 이용해 고안된 것으로, 그 장면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규모는 작은 전시였으나, 흔히 아날로그의 반대 개념으로 여겨지는 디지털 기기에 '인간적 감성'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신선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실제 사용되는 기기를 디자인한 전시임에도, 눈으로만 볼 수 있을 뿐 시연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전시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미술관에서 6월 6일까지 진행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예술의전당#S PEN 손맛의 감각 전#터치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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