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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자체가 지원하는 행사이긴 하지만, 타이틀은 지자체에만 국한되지 않는 큰 타이틀이 붙었고 유네스코에서도 내빈이 오는 큰 예술행사가 지역에서 열렸다. 지역네트워크를 활용한 파트너십도 구축하고 있어, 행사주최 측에서 급히 연락이 왔다.

"좋은 행사이니 선생님이 아시는 장애인들에게 연락해서 구경오라고 해주세요!"
"그래요? 반갑네요. 그러면 휠체어 탄 사람이 갈 경우 맨 앞좌석이나 뒷 통로에 배치해주시고, 자원봉사자를 붙여주시고, 청각장애인이 갈 경우를 대비해서 수화통역사를 구해주세요!"

"아! 선생님 저희가 그런 부문에서는 준비를 미처 못 하니깐 청각장애인과 휠체어장애인 그리고 시각장애인을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올 수 있는 분들만 오게 해주세요!"
"그러면 제가 연락을 하기 어려운데요. 장애인분들을 위한 최소의 편의보장이 없이 초청하시면 잘못하면 뒷말이 나와요. 지금이라도 준비해 주시면 연락해 볼께요."

그러나 준비하겠다는 대답이 없었고, 나도 그냥 가만히 넘어갔지만 참 씁쓸했다. 이것은 여성장애인 고용 할당율을 채우기 위해 급구한 여성장애인이 겉으로 표 나지 않는 여성장애인을 원했던 기업과 비슷하다.

사람과 지역을 위한 행사인 것인지, 행사를 위해 지역의 지원금과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인지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다. 여태 잠잠하다고 외국내빈들이 오는 즈음에 갑자기 연락이 온 것은 그 행사가 이렇게 장애인들을 우대하고 초청한다는 포장용일지도 모른다는 부정적인 생각도 들었다.

후에 그곳 사무국장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그런 초청을 할 때는 사전에 계획을 해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자기들 딴에는 장애인들을 위하여 선심같은 것을 베푼 것인데 잘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긴 말 한 두 마디로 일반인이 장애인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벌써 장애인차별은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차별받은 느낌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입장에서 종종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에서 차별을 받은 사람은 피해자이고 차별을 한 사람은 가해자로 전달된다. 그러나 여자로서 양성평등의 흐름에 어긋나는 차별을 받았을 때, 대부분 차별을 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차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이전부터 보편적으로 이어져 왔던 사회 통습을 따라서 할 뿐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거리에 나오면 보기가 불편하다거나 또는 장애인들의 활동을 보조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또 휠체어로 차량통행이 번거롭게 되면 "집에만 있을 것이지 왜 번거롭게 나와 가지고..."라는 말을 하며 혀를 차는 풍경도 자주 일어난다.

어느 시각장애인은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지만, 자기를 보는 사람들을 위하여 경비를 들여가면서 화장과 머리를 곱게 하고 항상 옷을 깔끔하게 입는다. 그것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을 위한 예의이고 배려이다.

시각장애인을 앞에 두고 가끔 일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스킨십을 하거나 눈짓을 하거나 옷에 대한 노출을 하기도 한다. 청각장애인인 나를 사이에 두고도 못 듣거니 하고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욕설이나 안 좋은 뒷담화를 주고받는 사람들도 적잖은 것처럼...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가까워지고 교육열과 학력의 수준은 선진국과 대등할 수도 있지만, 차별적으로는 선진국 문턱이 요원한 후진국이다. 드러나지 않고 시행되는 공공연한 차별, 그것이 차별인지 모르고 당연시 여기면서 살아가는 개개의 사람들과 단체들과  장애인을 고용하기보다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는 기업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혐오해야 할 것은 어떤 특정대상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아니라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를 차별하며 살아가는 사회관습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당신의 혐오 나의 차별 공모



#장애인식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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