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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0일 발행된 외대언론협동조합 <외대알리>의 표지
11월 20일 발행된 외대언론협동조합 <외대알리>의 표지 ⓒ <외대알리>

한국외대에 협동조합언론이 탄생했다. 지난 11월 20일, 외대언론협동조합 <외대알리> 1000부가 잡지 형태로 창간돼 학교 곳곳에 배포됐다. <알리>라는 이름은 외대인들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다. 여느 독립언론처럼 <외대알리>의 탄생 과정도 쉽지 않았다. 지난 약 1년간 여러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고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창간됐다.

지난달 26일, 서울 이문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강유나(22) 외대언론협동조합 이사장, 임채윤(23) <외대알리> 편집장, 정상석(23) 대학언론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총학생회 선거보도 전면금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왼쪽부터 임채윤 <외대알리> 편집장, 강유나 외대언론협동조합 이사장, 정상석 언론협동조합 이사장. 11월 26일 인터뷰 후, <외대알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채윤 <외대알리> 편집장, 강유나 외대언론협동조합 이사장, 정상석 언론협동조합 이사장. 11월 26일 인터뷰 후, <외대알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진수

"가치관이 바뀌었어요."

강유나 이사장은 약 1년 전을 기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당시만 해도 그녀는 한국외대 학보인 <외대학보> 편집장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12월 초에 있었던 학교 측의 총학생회 선거보도 전면금지 조치였다. 학교 측은 예산과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학보의 발행을 중단했다. 이에 강 이사장을 비롯해 <외대학보> 기자들은 사비를 들여 A4 용지로 선거 특집호를 발행해 배포했다. 당시 많은 언론에서 이 사건에 대해 조명한 바 있다.

그러나 그녀가 호외를 발행하고 난 후 정확히 한 달 뒤 주간 교수로부터 "네가 편집장을 계속하게 되면 <외대학보>의 정상화가 어렵다. 나머지 기자들의 숨통도 틔워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며 간접적으로 해임 압박을 받았다(이에 대해 전종섭 <외대학보> 주간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유나 전 편집장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완곡하게 이야기했을 뿐 꼭 '해임'의 형식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 당시에는 방중호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교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새로운 편집장이 필요했다" 라고 덧붙였다). 결국 그녀는 <외대학보> 기자들과 고민 끝에 사퇴하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사퇴에는 또다른 이유가 숨어 있었다. 그녀가 <외대학보>를 독립 언론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기자들하고 상의한 끝에 <외대학보>를 독립 언론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먼저 사퇴하고 나서 6개월간 기자들의 장학금과 월급 같은 것을 모아서 독립 언론의 창간 자금으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때, 모든 기자들이 함께 사퇴해 버리기로 했죠."

그 당시, 타 언론사에서 강 이사장의 해임 건에 대한 취재를 하려고 접근했다. 하지만 그녀는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언론에 터뜨리면 아이들(후배 기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보사 편집장이 협동조합 이사장 되기까기

독립 언론을 창간하겠다고 마음 먹은 후, 강 이사장은 두 가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로 안정적인 재정확보와 학생회의 관심이었다. 당시 몇몇 타 독립 언론 기자들은 스스로 발로 뛰어가며 아르바이트를 해 자금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었다. 재정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불안감을 불러와 기자들이 활동하는 데 지장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만약 학생회까지 대학언론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외대학보의 독립은 더욱 어렵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우선 스스로 학생회 구성원이 되는 방법을 택했다. 그녀는 올해 1월 영어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을 거쳐 올해 4월 영어대학 학생회장에 당선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그녀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대학 언론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쯤해서 그녀는 대학언론협동조합 구성원으로도 활동하게 됐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은 침해받고 있는 대학언론의 편집권을 보장하고 학생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대학 언론을 살리기 위해 전·현직 학보사 기자들이 지난 5월에 설립한 단체다. 정상석 대학언론협동조합 이사장은 "AP통신, 국민TV 등 협동조합 형태의 언론이 있는 보고 착안했다" 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그곳에서 타 학보사 기자들과 교류하며 틈틈이 독립 언론의 대한 준비도 해 나갔다.

그러자 그녀에게 좋은 소식이 찾아왔다. 지난 6월, 학생회 측에서 먼저 <외대학보>의 독립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번에는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외대학보> 기자들이 반대를 한 것이었다. 당시 <외대학보> 기자였던 임채윤 <외대알리> 편집장은 "그 당시 결정권을 가진 기자가 저를 포함해 4명이었는데 저만 빼고 모두 반대했었어요"라고 말했다. 나머지 기자들은 <외대학보>가 학생회의 기관지가 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자 임 편집장은 <외대학보>를 그만두고 나왔다. 그동안의 학교의 간섭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취업을 하는 데 있어서 겪는 어려움을 사회 구조적으로 다루려고 했는데 주간교수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팁, 취업을 잘하는 방법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라고 요구했어요. 그리고 대학원에 시각 장애인이 번역공부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역시 취재하려고 했으나 이는 묵살되고 '롯데호텔 사장' 같이 유명인 혹은 성공한 사람에 관한 인터뷰를 하라고 했었어요."

학보사 주간 교수가 아이템 회의부터 학보 레이아웃까지 모두 관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이에 대해 전종섭 주간교수는 "<외대학보>는 학교 규정상 주간교수직과 편집인 역할을 겸임하게 되어 있다" 며 "편집인의 입장에서 독자들에게 조금 더 유익한 정보를 더 담고 싶었기 때문에 그랬다"라고 해명했다). 이후 강 이사장은 고민 끝에 협동조합방식으로 독립 언론을 창간하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속한 언론협동조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외대언론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의 방식이 가장 민주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재정이 안정화될 수 있고, 1년에 한 번씩 정기총회에서 조합원들에게 피드백도 받으면 독자들에게 조금 더 친근한 언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특이한 부분은 학생회를 외대언론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생회에서는 약간의 자치비용만 지불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녀는 각 학생회장들과 자치기구 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어다녔다. 개인적으로 식사자리도 마련했고, 이메일도 계속해서 주고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8월, 창립총회를 개최하는 데 성공했다. 그 자리에서 그녀는 외대언론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잘려보면 알게 될 거예요"

이후 총학생회실을 빌려 마감 및 조판을 진행했고 학생회로부터 여러 물품들을 지원받아 지난달 20일 잡지 형태의 <외대알리>가 창간될 수 있었다. <외대알리>의 창간호는 총장선거특집호다. 후보로 나온 8명 중 2차 투표 진출자에 대한 공약 및 분석을 다뤘다. 그래프와 함께 점수를 매겼다.

기자 3명이 모든 기사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잡지 이름과 같은 가수 알리씨의 노래를 들으면서 힘을 냈다고 한다. 강 이사장은 "알리라는 이름이 알 권리라는 뜻도 되지만, 7전8기의 대명사인 무하마드 알리에서 따오기도 했다"면서 "그동안의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창간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외대알리> 창간호의 지면 기획안
<외대알리> 창간호의 지면 기획안 ⓒ <외대알리> 제공

새로운 언론의 창간에 대해 일반 학생들의 지지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임 편집장은 "SNS을 통해 잘 읽었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후원을 해주고 싶다고 말한 학우도 있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외대알리>는 매달 1회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등록금 관련 기사를 실을 예정이다. 현재는 수습기자도 모집 중에 있다.

금전적인 보상도 없고 학업도 병행해야 하는 이런 일들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임 편집장은 "원래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즐기면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잘려보면 알게 된다. 눈에 봬는 게 없어진다(웃음)"며 "해임 사건은 나의 가치관까지 바꿀 정도로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해마다 몇몇 대학 학보사의 편집권 침해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는 성균관대 학보사 <성대신문>도 삼성 관련 기사를 실으려다가 주간 교수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그런 사건들이 비일비재한 가운데 <외대알리>는 대학언론협동조합의 공식적인 첫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이 독한 이들이 지독하게 파헤쳐 취재한 기사로 채워질 <외대알리>를 응원한다"는 국민대 자치언론 <국민저널>의 축사처럼 앞으로 <외대알리>의 뿌리가 깊숙히 박혀 대학 언론계에 변화의 바람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청춘기자상' 응모 기사입니다



#한국외대#외대알리#강유나#임채윤#정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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