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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복지용 세수 마련을 위해 "재벌과 대기업으로 가는 세제 혜택을 공평한 수준으로 줄여 중소기업에 주자는 것과 가계 소득을 늘려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것, 사회복지에만 쓸 수 있는 사회복지 세금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복지용 세수 마련을 위해 "재벌과 대기업으로 가는 세제 혜택을 공평한 수준으로 줄여 중소기업에 주자는 것과 가계 소득을 늘려 세수 기반을 확충하는 것, 사회복지에만 쓸 수 있는 사회복지 세금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 유성호

"복지국가로 가는 것은 대한민국이 지난 대선에서 이미 합의한 문제예요. 산업화 시대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했던 것처럼 우리도 복지국가 발전 5개년 계획 세우고, 2030년까지는 OECD 평균 수준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지요."

오랜만이었다. 그의 얼굴은 더 편해 보였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다. 17대 국회에서 총리와 장관, 대기업을 상대로 맞짱(?)을 뜨던 패기보다 여유로움이 묻어나 보였다. 그와 지난 2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이날 국회는 불법 대선개입과 내년 예산안을 두고 어수선했지만, 그와 한 이야기는 '복지'였다. 국정원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은 복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재정이나 세수 관련 숫자 하나도 빠뜨림 없이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기자에게 복지국가의 당위성을 말하면서, '이미 합의한 것'이라고 말할 땐 목소리 톤도 올라가 있었다. 15년짜리 복지 재정전략 자료를 보이며 설명하자, 기자가 "집권하셔야겠네요"라고 물었더니 곧장 "(집권)해야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웃으며 답했지만, 눈에서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그가 내놓은 복지 재정전략은 세 가지다. 복지국가는 그의 표현대로 지난 대선 기간에 국민들이 '이미' 합의한 것이다. 항상 나오는 문제는 돈이다. 그가 내놓은 재정 전략이 바로 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맞춰져 있다.

우선, 재벌과 대기업으로 가는 세제 혜택을 공평한 수준으로 줄여 중소기업에 주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계 소득을 늘려 세수 기반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에만 쓸 수 있는 사회복지 세금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이렇게 하면 최소 17조 원의 '복지용 세수'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 활성화와 복지, 대립적 관계 아냐"

복지국가를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이야기부터 물었다.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기초노령연금 등 현 정부의 대표적인 복지 공약들이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 예산안 내용을 보면 내년 사정도 마찬가지다. 쓸 돈은 많은 데 쓸 수 있는 세금 수입은 적다. 경제 활성화를 통해 세수를 늘려보자는 생각이다.

-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 활성화 정책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과 같다. MB정부는 경제 활성화한다면서 법인세 감면과 감세를 추진했었는데 결과적으로 5년 경제성장률이 평균 2.88%에 불과했다. 오히려 이런 친기업 정책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소득 불평등도를 높여서 잠재력만 훼손시킨 측면이 있다."

- 현 정부는 대기업 규제를 풀어주면 고용과 투자 유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대기업이 투자하면 고용이 얼마나 창출되는지를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 10억 원을 투자했을 때 고용이 얼마나 늘어나는가 하는 지표를 나타내는 것을 '고용 유발 계수'라고 하는데 국내 기업 평균이 7.9명이다. 그런데 삼성의 고용 유발 계수는 0.2명, 30대 기업 평균은 0.6명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MB 때처럼 대기업 투자하라고 규제 풀어주는데 그렇게 해봐야 고용도 안 늘어난다는 얘기다."

- 규제 완화 내용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투자, 투자 얘기하지만, 지방 같은 경우는 산이나 임야의 규제 완화가 대부분이다. 한 마디로 그냥 부동산 규제 완화다. 이런 것보다는 투자를 하고 싶은 투자처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투자를 위해서도, 고용을 위해서도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친 대기업 정책은 실패를 예고하는 정책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민들 주머니 사정부터 채워줘야 한다."

'복지 확대보다 경제 활성화가 먼저'라는 정부 인식에 대해 그의 목소리는 더욱 날이 섰다. 심 원내대표는 "정부가 투자 활성화와 복지를 대립적인 관계로 몰고 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잘못된 현실 인식을 가지고 있으니 정책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 안 하면 정부가 걷어서 투자해야"

▲ 복지국가플랜 내놓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인터뷰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오마이뉴스와 만나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계획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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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현재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일반 국민의 가계 소득을 늘려주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가계의 실질 소득을 높이기 위해선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이 필수적이다. 심 원내대표는 "복지가 곧 투자이고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선 복지'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강조한 것이다.

- 복지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지금 보면 가계는 가난하고 국가도 국가부채가 어마어마하게 쌓였다. 그래도 돈이 있는 곳은 기업이다. 물론 기업들도 어렵다는 것을 안다. 대신 일부 상위 잘 나가는 대기업들의 경우 그동안 정부로부터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누려오지 않았나. 이 문제부터 공평하게 정리하는 게 옳다."

- 지난번 국회 연설에서 삼성에 대한 공평과세를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
"삼성은 적어도 다른 중소기업들이 내는 만큼의 세금을 내야 하지 않나. 그것이 공평과세다. 2008년~2012년 삼성의 유효세율은 16.2~16.6%다. 이는 25만 개 중소기업을 비롯한 흑자기업 전체 평균의 유효세율(17.13~18.64%)보다 낮다. 삼성의 유효세율이 낮은 이유는 법인세 공제감면제도로 세금을 안 내기 때문이다."

- 얼마나 내지 않았나.
"삼성이 지난 5년간 부담한 법인세 비용은 7조8453억 원이다. 그런데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은 6조7113억 원에 달한다. 고용투자 세액공제 등 세금 감면 90% 이상이 이런 식으로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상위 1% 기업에 이 같은 세금혜택의 97%가 집중된다."

그는 곧장 기자에게 자료를 펼쳐 보인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자, 보세요. 정부의 연구인력 개발비 감면혜택 현황을 보면 소득 5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은 업체당 감면액이 1800만 원에 불과해요. 그런데 소득 5000억 원이 넘는 대기업은 기업 당 280억 원의 감면 혜택을 보고 있어요. 이런 부분의 감면을 대폭 정리하거나 중소기업 쪽으로 돌려줘야지요. 이런 방법으로 조정만 해도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의 세금 수입이 생겨요."

"반 기업주의자나 반 성장론자 아냐... 대신 과도한 비정상 되돌려야"

- 만약 세금감면을 줄여서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줄어들게 되면.
"정부가 세액공제 안 해준다고 해서 대기업이 R&D 개발 안 하는 일은 없다. 이익을 위해서 기업이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기 어렵다. 정부의 법인세 감면제도 핵심은 고용창출에 있다. 앞으로 취지에 맞게 조정해서 실제로 고용을 늘리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기업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면 된다."

- 대기업 입장에서는 혜택을 잃어버리면 타격이 클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 표현을 빌리면 과도한 비정상화를 정상화시키는 셈이다. 그동안 과도한 특혜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지금의 확고한 국제경쟁력을 갖게 된 게 아닌가. 이제 이런 특혜들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나는 반기업주의자나 반성장론자가 아니다."

그와의 이야기는 기업들이 자신들 내부에 쌓아놓은 천문학적인 유보금으로 이어졌다. 재벌들이 쌓은 405조 원에 달하는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 논란도 있었다. 그의 이야기다.

"기업이 만약에 조세 회피 목적으로 사내 유보금을 쌓아뒀다면, 국가가 불임소득에 대해 투자를 유도하거나 공공투자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죠. 미국에서는 '적정유보초과소득세'라는 이름으로 걷고 있어요. 대만도 납입 자본금의 한도를 초과하여 배당하지 않은 이익금을 유보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1회에 한해 세금을 부과합니다. 우리나라도 1990년도 12월에 적정 유보초과소득에 대한 과세를 운용하다가, IMF 경제 위기로 기업들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폐지했었죠."

- 사내 유보금에 직접 과세하자는 것인가?
"당장 사내 유보금에 직접 세금을 매기기보다는 대기업에 주어지는 과다한 법인세 감면부터 대폭적인 정리해야 한다. 2단계는 영업이익 500억 원 이상 되는 대기업에 대해 부자감세를 철회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들을 해도 기업에 불임소득이 과다하다면 사내 유보액에 대해 직접적인 과세를 검토할 수 있다"

"복지 재정용 목적세 '사회복지세' 도입해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산업화 시대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했던 것처럼 우리도 복지국가 발전 5개년 계획 세우고, 2030년까지는 OECD 평균 수준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산업화 시대 때 경제개발 5개년 계획했던 것처럼 우리도 복지국가 발전 5개년 계획 세우고, 2030년까지는 OECD 평균 수준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물론 기업을 통한 복지재원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 심 원내대표는 "본격적인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어 사회복지세 도입을 통한 증세를 주장했다. 복지국가는 권리와 의무가 함께 가는 것이니만큼 재벌·대기업이 공평하게 세금을 부담하고, 시민들도 소득에 맞는 세금 부담을 갖자는 것이다.

심 원내대표와 정의당에서 주장하는 사회복지세는 소득세와 증여세, 상속세, 법인세 등의 세목에 따라붙는 일종의 가산세다. 자신에게 적용되는 세율의 20%를 더 내는 것이다. 가령 연간 38%의 소득세를 내는 사람의 경우, 사회복지세가 도입되면 총 45.6%의 소득세를 내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가산된 7.6%만큼의 세수는 복지 재정으로만 쓰이게 된다.

- 사회복지세를 통한 증세를 제안했다.
"정부에서 이미 부가가치세 인상을 언급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누진세율이 충분히 완만하기 때문에 부가세를 올리면 공평과세 차원의 조세정의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누진율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의 사회복지세를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웬만한 사회복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어떤 내용인가.
"소득세, 법인세 등 세목에서 자신이 내는 세율의 20%만큼을 '복지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세목별로 복잡한 개정안을 내지 않아도 17조 원 정도 안정적으로 복지 예산을 늘릴 수 있다. 목적세이기 때문에 복지 용도에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시대적 과제가 있을 때마다 방위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 목적세를 운용해왔다."

- '유리지갑' 직장인들의 반발이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세금을 내는데 나에게 돌아오는 게 없을 때 반발을 한다. 부자들에게도 정당하게 과세하고 기초연금, 무상교육, 영유아 보육 등 세금이 쓰이는 목적을 제시하고 걷게 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30년까지 유럽 수준의 복지국가 만들어보겠다"

심 원내대표는 3개 복지재원 마련 방안 외에도 '복지국가 국민위원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바람을 정책에 지속 반영시킬 수 있도록 국가적 목표를 정하고 달성 방안을 모색하는 합의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의당에서는 현재 제시된 복지 공약들의 달성을 위해 현행 20.1%인 조세부담률을 2017년까지 22% 수준으로 올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미래의 복지는 성장전략과 고용, 생태까지 포함하는 전략 속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면서 GDP 10% 수준인 복지지출 규모를 2030년까지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복지국가 발전 5개년 계획'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 요즘 여러 정치 현안이 있지만, 복지는 그중에서도 꾸준히 핵심 주제 중 하나인 것 같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도, 결산 전체회의에서도 의원들이 내내 복지, 증세 논쟁을 했다. 복지할 거냐. 증세할 거냐로 싸운다. 그런데 복지를 하거나 말거나는 사실 논쟁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지난 대선 때 모든 정치세력이 복지 확대한다고 하고 표 받지 않았나. 지금은 국민적인 합의 기구를 만들어서 어떤 방향으로 복지국가를 향해 갈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 복지국가를 위한 국민위원회는 그런 취지에서 제안한 것인가.
"국민들이 복지에 대해 요구하는 수준이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치에 대한 욕구가 있다. 정치권이 의지를 갖추고 이런 걸 계속해서 현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복지국가는 복지 정책 몇 가지를 가지고 가능한 게 아니다."

- '복지국가 발전 5개년 계획'을 제안했다.
"산업화 시대 때 경제발전 5개년 계획 5차까지 하지 않았나. 비슷한 차원에서 복지국가 발전 5개년 계획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목표는 2030년에 OECD 평균 수준을 따라잡는 것이다. 15년 후면 유럽 수준의 복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2030년에는 유럽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복지국가발전 5개년 계획과 이를 위한 국민위원회, 그리고 나름대로 재정마련 계획까지 그렇다. 심상정의 복지국가 플랜은 전보다 분명 진보했다. 하지만 그의 담대한 계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는 "대통령이든, 정치권이든 의지의 문제"라고 했다. '집권' 의지를 묻는  말에 그 역시 숨기지 않았다. 이제 그의 복지국가 플랜이 실현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심상정#복지#증세#세금 감면#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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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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