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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황혼길 서러워라> 는 20대 청년기자들이 쓴 <2013년 노인보고서>다
도서 <황혼길 서러워라> 는 20대 청년기자들이 쓴 <2013년 노인보고서>다 ⓒ 오월의 봄

"대충은 알고 있었던 현실인데도 현장에서 건져낸 이야기의 생생함이 새삼 그들의 가난과 육신의 고통, 외로움, 절망을 가슴에 와 닿게 만들었다." (박경철, 시골의사)

"이념 갈등, 계층 갈등, 여기에 세대 갈등까지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복합적인 갈등 구조에서 가장 약자는 노인이다. 병약하고 가난한데다 조직적이지 못하다." (김성준, SBS앵커)

흔히 혼자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프면 서럽다고 말한다. 몸이 아파 제대로 활동도 못하는데 옆에서 밥 한끼 제대로 챙겨줄 수 있는 이웃이 없는 탓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한테 그 정도는 어찌 보면 약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평생 일했는데 가난한... 하지만 일하고 싶은 '어르신들'

<황혼길 서러워라>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인터넷신문 <단비뉴스> 기자들이 1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심층 시리즈로 연재했던 '2013년 대한민국 노인보고서'를 엮어 만든 책이다.

기자들은 농촌 노인, 치매, 고령 노동, 황혼 육아, 고독, 여가와 성 등 여섯 가지 분야를 선정해 체험 및 취재를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들리는 어르신들의 고통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1년 기준 약 45%로 OECD국가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기초노령연금이 높은 것도 아니다. 1인당 8~9만 원 정도로 최저 생활보장 수준에 못 미친다.

노인들의 삶이란 아픔과 고통의 연속이다. 한 번 가난하면 벗어나기가 힘들다. 소작농이 많은 농촌이 그렇다. 쌀값은 지난 12년간 고작 1만3000원 올랐다. 치매 환자는 꾸준히 늘어 2025년에는 100만 명이 예상된다. 그런데 공공의료시설은 턱 없이 부족하고, 사설 병원은 비싸고 서비스 질이 낮다. 그러니 가족에게 간병 받는 환자가 전체 60%나 된다. 먹고 살기 바쁜 가족들이 고통을 두 배로 얻는 셈이다.

그나마 몸이 좀 성한 노인들은 일자리를 구한다. 노인들 역시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기껏할 수 있는 일이야 지하철 택배, 세차장, 아파트 경비원 등 단순 노동직에 불과하다. 그들도 예전에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열심히 일한던 한국의 '일꾼'이었지만 이제는 툭 하면 나이제한에 걸리며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책은 노인들의 풍부한 사회경험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몸이라도 아프지 않으면 괜찮을까

어디 그뿐이랴.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애들 돌보는 일도 이제 노인이 맡아서 해야 한다. 엄마들이 원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자로 넘친다. "솔직히 며느리가 둘째를 가졌다고 했을 때, 덜컥했다"라는 한 할머니의 농담을 귀 기울일 때가 됐다. 부모님한테 미안해서 출산율이 낮다고 말하는 책의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나이가 들면 외롭다. 2013년 기준 약 125만 명에 이르는 독거노인 문제는 공포다. 뉴스를 통해 홀로 사는 노인이 숨진 지 며칠, 몇 달 만에 발견되는 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여가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료승차가 가능한 지하철을 타고 시내를 돌거나, 탑골공원에서 천원을 내고 이용 가능한 바둑 정도다. 조금 더 나아가면 2000원을 내고 보는 '추억의 명화'가 있다. 일부 노인들은 성적욕구를 달래기 위해 그들을 유혹하는 50~60대인 속칭 '박카스 아줌마'를 따라가기도 한다.

결국 해결책은 사회가 노인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확장하고, 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공공시설 확충 및 현실적인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책에서는 말한다. 결국 복지의 문제다.

"'나이가 든다'는 그 자체가 문제인 것 같았다"라며 취재 후기를 작성한 한 기자의 말은 슬프면서도 무섭게 다가온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미래의 현실적인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몸이라도 성했으면 이 고통은 조금 덜 했을까. 이 책을 읽고 함께 고통스럽고 아팠다면 앞으로는 모두가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서둘러야 한다. 노인들의 삶은 지금 이 순간도 고단하다.


황혼길 서러워라 - 단비뉴스의 대한민국 노인보고서

제정임 엮음, 오월의봄(2013)


#황혼길 서러워라#단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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