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사교육 기관에서 이뤄지는 체벌 등의 학생 인권 침해에 대해서 강력히 대응한다고 했다. 이에 당시 학원가는 이것이 학생을 통제할 수단을 빼앗아 가는 '영업권 침해'라며, 교육이 사랑의 매와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섰다.

영업권?

자신이 누리는 권리는 타인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선까지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에 대한 체벌은 명백히 '타인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다. 아무리 스스로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맞고 싶어서 체벌해 달라는 학생이 어디 있겠는가? 체벌을 받아 행복해 질 수 있는 학생이 어디 있겠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라고 시작하는 대목이 있다. 학생도 '국민'이다. 그러므로 학생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는 학생에 대한 체벌은 명백히 학생의 '존엄과 가치'를 실추하는 일이다.

위의 내용을 정리해 볼 때 학생에 대한 체벌은 '타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추하는 행위다. 그런데 어떻게 '영업권 침해'를 근거로 학생을 체벌하는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 할 수 있는가?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근거다.

사랑의 매?

체벌이라는 행위는 학생도 체벌이 '사랑의 매'라고 느낄 때, 깨달음 얻고 반성할 때, 다시는 '그런 행동'(맞을 만한 짓이라고 해야 하나?)을 하지 않게 될 때, 그리고 때리는 사람에 대해 분노감이 아닌 감사하다는 마음이 생길 때, '사랑의 매'라는 정당성을 얻게 된다.

여기서 여러 의문이 생긴다. 학생들이 진짜 체벌을 '사랑의 매'라고 느낄까? 학생들이 체벌로 인해 많은 깨달음을 얻고 반성할까? 학생들이 진짜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 학생들이 정말로 때리는 사람에 대해 분노감이 아닌 감사하다는 마음을 느낄까?

내가 몇 년 동안 학교를 다니며 많은 학생과 어울리고 얘기도 듣고, 살펴보고, 느껴본 결과 위에서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하나도 없다는 답이 나왔다. (나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은 체벌을 '사랑의 매'가 아니라 '처벌'로 느꼈고, 깨달음이나 반성보다는 '짜증'을 얻었고, 체벌을 당하고 얼마 동안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다가도 나중에는 '그런 행동'을 다시 하기 했으며, 체벌을 한 사람에 대한 분노감만 증폭 시켰다. 이런데도 '사랑의 매'라며 계속 체벌을 정당화하고, 체벌을 할 것인가? '그들'에게 묻어보고 싶다.

체벌? 도움!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는 매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를 때려서 인격을 함양할 수는 없다. (중략) 오죽하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하겠는가. 어린이들은 반(半)인간이 아니다. 존엄과 가치에서는 어른과 다를 바 없이 온전한 인간이다.-148쪽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돌베게

나는 위와 같은 유시민 씨의 생각에 동의한다. 학생도 하나의 인간이고 인격체이며 국민이다. 이런 것을 봤을 때 학생들에 대한 체벌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행위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체벌을 멈추고, 진정으로 학생에게 '사랑'을 베풀며 인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 이것이 학생의 권리도 보장하면서 인격도 형성시켜줄 수 있는 가장 '괜찮은' 방법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