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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뜬 겨울 날 눈이 시리도록 하얀 눈 무더기를 유심히 살펴 보면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해가 뜬 겨울 날 눈이 시리도록 하얀 눈 무더기를 유심히 살펴 보면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걸 발견할 수 있다. ⓒ http://pixabay.com

겨울철 펄펄 내리는 눈은 무슨 색일까. '흰색'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듯하다. 그러나 눈썰미가 남다른 사람이라면, 눈 색깔이 항상 '순백색'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해가 뜬 겨울 날 눈이 시리도록 하얀 눈 무더기를 유심히 살펴 보면 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눈에 이물질이 섞여 있어 파란 빛이 나는 걸까. 아니다. 눈은 정말로 푸른 빛을 띨 수 있다.

남미나 유럽, 히말라야, 북미 등지에서 만년설이나 빙하를 직접 관찰해 본 사람들이라면 그 무엇보다 빙하나 만년설의 은은한 푸른 빛이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실물이 아니라 인터넷 등에 떠도는 사진만으로도 그같은 푸른 빛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눈 색, 흰 빛에서 푸른 빛 사이

눈 색이 항상 희지는 않다. 과학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눈 색은 흰빛에서 푸른 빛 사이의 그 어떤 색깔일 수 있다. 물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눈 색이 흰색인 건 틀림 없다.

희고 푸른 등의 눈의 색깔은 그저 단순한 '감상용'이 아니다. 눈 색깔은 의외의 실용 정보를 담고 있다. 옛 사람들, 특히 겨울철 호수 주변 혹은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 살던 사람들은 눈 색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겨울철 꽁꽁 언 호수에 눈이 쌓여 있는 모습처럼 빼어난 풍광도 드물 것이다. 헌데 이 아름다운 풍광의 겨울 호수가 가끔은 참혹한 사고를 불러오기도 한다.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얼음이 언 호수에 발을 내디뎠다가 얼음장이 깨지면, 최악의 경우 명을 달리할 수도 있다. 얼음은 '대체로' 투명하다. 그래서 겉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그 두께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얼음의 두께를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푸른 빛이 깊이 감돌수록 얼음장이 두꺼운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특유의 광물질 등으로 인해 원래부터 푸른 빛이 감도는 호숫물은 예외다.

눈은 물방울이 언 것인데, 물과 마찬가지 원리로 나름의 빛을 발한다. 물기를 많이 품고 있는 눈, 또는 눈 무더기에서도 깊은 부분에서 주로 푸른 빛이 나온다. 빙하나 수북이 쌓인 눈 무더기에서 나오는 푸른 빛이 특히 신비로운 건 눈의 겉 부분이 아닌, 이처럼 깊은 데서 푸른 빛이 감돌아 나오는 까닭이다.

눈의 원형은 말할 것도 없이 물(혹은 비)이다. 물이 투명한 것은 모든 색을 반사하는 탓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빨주노초파남보'의 7가지 색으로 이뤄진 빛이 무색(혹은 흰색)으로 보이는 것과 똑같다.

눈이나 물은 그러나 빛이 깊이 투과하면 일부 색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빨간 색이 대표적이다. 빨간 색의 빛을 눈(혹은 물)이 잘 흡수할수록, 눈 색깔은 푸른 빛을 띠게 된다. 깊은 바닷물이 푸른 색으로 보이는 것이나 눈 무더기 혹은 빙하에 푸른 빛이 도는 것이나 다 동일한 원리가 작동해서다.

눈의 물기를 결정하는 건 공기 성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눈은 습기를 보다 많이 머금은 습설과 공기층은 많은 반면 습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설로 흔히 분류된다. 알기 쉽게 단순화하면, 두께 10cm의 건설은 비로 치면 1cm 강우량에 불과할 정도로 습기가 적다. 습설은 5cm만 내려도 강우량 1cm에 버금갈 수 있다.

습설은 물기가 많은 탓에 잘 미끄러진다. 눈싸움을 하거나 눈사람을 만들 때 뭉치기도 쉽다. 하지만 스키장 같은 데서는 지나치게 눈이 질척거리면 스키가 잘 나가지 않는 등 스피드를 내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의 때늦은 습설은 비닐하우스 등의 붕괴 주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건설이나 습설이나 눈은 곧 '물'이라는 점에서 농사에는 큰 도움이 된다. "큰 눈이 내리면 이듬해에 풍년 든다"는 속담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한 근거가 있음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검증된 지 오래다.

눈이 수북히 쌓인 산사가 유달리 고요한 이유

겨울에 눈이 충분히 내리면 이듬해 봄에 토양이 작물 생장에 필수적인 수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을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공기 층이 풍부한 건설은 겨울을 나는 작물의 보온에도 큰 도움을 준다. 풍부한 공기층을 가진 건설은 소음을 흡수 하는 등 흡음 효과도 뛰어나다. 겨울철 눈이 수북히 쌓인 산사가 유달리 고요하게 느껴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논밭에 내리는 눈은 질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비료 역할까지 한다. 뿌리혹 박테리아 같은 땅속의 질소 고정 생물의 생장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또 눈도 많고 기온 또한 낮은 편이라면, 해충의 유충들은 겨우내 번식이 억제된다. 같은 맥락에서 눈이 많이 오는 겨울에 이어 찾아오는 여름에 모기 숫자가 적다는 주장도 있다. 눈이 많이 오면 차량 운행 등에는 지장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들판이나 산등성이를 두툼하게 덮고 있는 눈은 돈으로만 따져도 엄청난 가치가 있는 자원에 다름이 아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세계 최고의 농업지대인 까닭은 높은 산위에 두툼하게 쌓여 있는 눈들이 서서히 녹아 한여름까지 농업용수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데서 비롯된다. 폭설은 용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는 폭우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겨울철 푸른 빛이 감돌 정도로 눈이 수북하게 쌓인다면 상서로운 조짐이라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입니다.



#푸른 눈#풍년#빨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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