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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숭생숭 봄바람, 어떻게 부는 걸까?
싱숭생숭 봄바람, 어떻게 부는 걸까? ⓒ pixabay

"앵~두 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봄바람에 마음이 싱숭생숭한 건, 반세기도 더 전에 나온 유행가 <앵두 나무 처녀>의 주인공들만은 아닐 터다. 봄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묘한 '마력'이 있다. 실제로 많은 수험생이 교실 혹은 도서관에서 장시간 책을 붙들고 있기 어려운 시기로, 봄바람이 불어오는 요즈음을 꼽는다.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바람의 계절, '봄'

봄은 '바람의 계절'이다. 사람 바람 나는 건 경우에 따라서는 말려야 할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에서 봄바람 나는 건 어찌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섭리인 탓이다. 봄이 바람의 계절인 건, 기상청 통계로도 증명된다. 물론 바람은 사계절 어느 때고 생긴다. 하지만 풍속이나 빈도 등에서 다른 계절이 봄을 추월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30여 년 서울 지역 관측치를 기준으로 할 때, 바람이 가장 거센 계절은 단연 봄철(3~5월)이고, 그 가운데도 4월 바람이 가장 '잔인'했다. 4월 바람이 가장 세게 분 날(27일)의 평균 풍속은 초속 3미터로, 바람이 가장 잔잔한 10월 2일의 2미터에 비해 1.5배나 빨랐다.

그렇다면 왜 봄에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걸까? 답은 하늘이 부리는 '요술'에 있다. 하늘의 요술 방망이는 다름 아닌 '제트 기류'와 '햇빛 일사각도'이다. 제트 기류는 지구를 지배하는 '왕 중 왕' 바람이다. 대략 지상 7~16킬로미터 상공에서 부는데, 거대한 용처럼 지구를 휘감고 돈다. 제트 기류의 풍속은 시속 100~400킬로미터로 웬만한 태풍의 최고 풍속을 능가한다.

북반구에서 띠 모양을 한 제트 기류는 남북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대략 서에서 동으로 분다. 겨울에는 제주도 남쪽까지도 내려가는데, 봄이 되면 북극 쪽으로 퇴각한다. 봄바람이 유달리 거센 건 제트 기류가 구불구불 심한 골을 만들며 북쪽으로 물러가기 때문이다.

직선의 띠를 이루며 질서정연하게 퇴각하는 게 아닌 것이다. 대기권 상공에 이처럼 골이 만들어지면 기압 차이가 생기게 마련이다. 사실 봄바람이 아니더라도 지구 상의 거의 모든 바람은 기압 차이로 생성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제트기류와 햇빛, 봄바람의 재료

 제트 기류는 지구를 지배하는 '왕 중 왕' 바람이다. 대략 지상 7~16킬로미터 상공에서 부는데, 거대한 용처럼 지구를 휘감고 돈다. 제트 기류의 풍속은 시속 100~400킬로미터로 웬만한 태풍의 최고 풍속을 능가한다.
제트 기류는 지구를 지배하는 '왕 중 왕' 바람이다. 대략 지상 7~16킬로미터 상공에서 부는데, 거대한 용처럼 지구를 휘감고 돈다. 제트 기류의 풍속은 시속 100~400킬로미터로 웬만한 태풍의 최고 풍속을 능가한다. ⓒ wikipedia

봄바람이 유난스레 강한 또 다른 이유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탓, 즉 일사 때문이다. 봄이 되면 해가 높이 떠올라 일사 각도가 커지고 대지는 쉽게 달궈진다. 달아오른 대지의 에너지는 열의 형태로 대기에 방출되는데 이런 이유로 상승 기류가 잘 만들어진다. 열은 위로 솟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런 기류의 흐름은 바람에 가속도를 붙게 한다. 

여름철은 봄보다 햇빛이 더 강하지만, 대지에 풀과 나무가 우거지고, 대기 습도가 높은 탓에 상승 기류가 잘 형성되지 않는다. 봄은 여름에 비해서는 내리쬐는 햇볕은 다소 약한 편이다. 하지만 대지가 초목으로 많이 덮여 있지 않아 대지가 잘 달궈진다. 이 때문에 상승 기류는 봄철에 한층 큰 힘을 발휘한다.

요컨대 봄바람은 북쪽으로 물러가는 제트 기류와 햇빛의 합작품인 것이다. 햇빛과 봄바람이 사람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일일이 논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봄바람이 겨우내 잠자던 초목을 일깨워 싹을 틔우고 꽃망울을 맺게 하는 건 확실하다.

또 벌과 나비들도 봄바람이 불 즈음이면 분주해진다. 초목이 생동하고, 벌레들이 바빠지면 먹이 사슬을 이루는 여타 동물들의 움직임 또한 활발해질 것이다. 봄철이면 동·식물을 포함해 자연 전체가 바람이 나는 셈이다. 사람이라고 크게 예외일까?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봄바람#제트기류#상승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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