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추리소설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자신이 셜록 홈즈 같은 탐정이 되는 모습을 한 번쯤은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개인탐정사무소를 차리고, 그곳에서 의뢰인에게 어려운 사건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뛰어난 추리력으로 그 사건을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멋진 이성과의 로맨스가 생겨날 수도 있다. 비록 셜록 홈즈에게 로맨스는 없었지만.
이런 바람이 현실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 '사립탐정'이라는 직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이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전 경찰대학 교수이면서, 지금은 방송인이자 작가로 변한 표창원 박사의 예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겠다. 표 박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파일러'로 불리우면서 그동안 다양한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동시에 2012년 대선정국 당시 '국정원의 선거개입 여론조작 의혹사건'과 관련해서 경찰대학에 사직서를 던지고 나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 경찰대학 교수가 들려주는 자신의 삶그렇다면 표 박사는 그동안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가 궁금해진다. 표 박사는 최근에 출간한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종의 자서전이라 회고록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표 박사는 어린 시절부터 흔히 말하는 '범생이'였을거라고 여겨졌다. 경찰대학을 나오고 영국으로 유학해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면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기대(?)는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를 읽기 시작하면서 무너졌다. 그는 어린 시절을 보낸 동두천에서 '꼬마 싸움꾼'이었고 툭하면 시비를 걸고 주먹을 휘둘렀다. 가정환경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부모님은 끊임없이 싸움을 하셨고, 그는 가정환경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서 주먹를 휘둘러 왔던 것. 그리고 학교 공부보다도 셜록 홈즈에 빠져있었다.
그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범죄자 신창원에 대해 분석을 하면서, 신창원의 어린 시절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너무 닮아있어서 놀랐다고 한다. 범죄학자들은 흔히 '범죄자들은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다'라고 분석한다. 그런 과거를 보낸 사람도 어떤 사람은 프로파일러가 되고 어떤 사람은 범죄자가 된다. 그 차이는 무얼까?
범죄를 공부하고 글을 쓰는 이유표 박사는 자신의 주변에 '천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잘못하더라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 '타인에 대한 선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없이 믿어주고 품어주면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그가 경찰대학을 선택한 계기 역시 일종의 '말썽'과 관련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사제폭탄 비슷한 것을 만들어서 가지고 놀다가 그것이 폭발하는 바람에 손을 크게 다쳤고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그때 친구들이 경찰대학 팸플릿을 가져다 주었고 '셜록 홈즈'의 꿈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런 어린 시절의 일화를 시작으로 표 박사는 자신이 걸어온 삶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찰대학생-경찰관-경찰유학생-경찰대학 교수로 이어져온 자신의 인생에 관한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방송인이자 작가로 변한 지금은 왜 자신이 글을 쓰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밝히고 있다.
그는 '범죄'라는 대상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 모르는 것을 계속 배워나가고, 그렇게 자신이 알게된 것을 타인들이 쉽에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쓴다. 경찰대학 시절에는 말 안 통하는 원칙주의자였고, 정의를 고집했던 대한민국 형사였고, 뒤늦게 영국유학을 선택한 늦깍이 학생이었던 표창원 박사.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를 읽다보면 프로파일러 표창원이 아니라, 인간 표창원을 만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 표창원 지음. 다산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