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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에서 법률은 모든 국가작용의 근거가 된다. 그래서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는 국회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권한이다. 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13년 6월까지 발의한 법안 4622건 중 295건만 가결됐다. 철회·폐기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 3869건 중 상당수도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이들 중에서 "제법이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실생활 속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거나 사회의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잡는 '제대로 된 법안'들을 찾아내서 생생한 현장과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말]
 2015년 국가 고위공무원 직급에 따른 연봉.
2015년 국가 고위공무원 직급에 따른 연봉. ⓒ 최재성 의원실 제공

'한국은행 총재 2억7727만 원, 대통령 2억504만6000원, 국무총리 1억5896만1000원, 국회의원 1억3796만1000원, 장관 및 장관급 공무원 1억1689만3000원….'

2015년 국가 고위공직자 직업에 따른 연봉 기준이다. 공공기관 임원은 더 많이 받는다. 지난해에 가장 고액의 연봉을 받은 공공기관 임원은 한국투자공사 사장으로, 4억750만 원을 지급받았다. 임원과 감사 560명의 평균 연봉은 1억3495만 원으로 조사됐다.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난다. 반면, 서민과 노동자들 생계의 기준이 될 2016년 최저임금은 6030원으로, 올해보다 45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월급으로 따지면 126만270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4일 발의한 법은 '억' 소리 나는 고위공직자의 급여 수준을 서민 소득과 연동시켜 제한한다. '고위공직자 보수 및 경비 심사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고위공직자 연봉, 연 8천만 원 이내로 조정

 억대 고위공직자 연봉, 얼마까지 깎아야 할까요?
억대 고위공직자 연봉, 얼마까지 깎아야 할까요? ⓒ 고정미

이번 법안의 핵심은 대통령, 장·차관, 공공기관 임원 등 고위공직자의 보수와 판공비 등을 국민 소득에 맞게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최 의원은 "고위공직자의 보수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국민의 삶과 동떨어지는 것은 문제"라며 "어려운 국민의 삶과 고위공직자들의 보수를 연동해 이들의 사회적 책임을 높여야 한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고위공직자의 보수 제한은 정치혁신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이 앞다투어 말하는 '국가대개조', '정치개혁' 등을 실현하려면 각종 특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의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편"이라며 "단순히 급여를 깎아보자는 게 아니다, 공직자로서 경제적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삶과 함께 발 맞춰 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위공직자로 적용되는 대상은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 청와대 차관급 이상 공직자, 대법관, 헌법재판관, 한국은행 총재, 국가인권위원장, 광역자체단체장 및 시·도교육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임원 등이다.

법안은 고위공직자의 보수 수준이 가구중위소득의 1.5배(올해 4인가구 기준 월 422만 원)를 넘지 않도록 했다. 보수의 인상 폭도 그해 법정 최저임금 인상 비율의 절반 이하가 되도록 규정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연 1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고위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원의 임금은 연 8000만 원 이내로 조정된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 산하에 '고위공직자 보수 및 경비 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급여의 적정 수준을 심사토록 했다. 특히 보수 이외에 받는 '판공비' 성격의 경비·수당 사용내역도 매년 항목별로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위공직자의 '쌈짓돈'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5월 새누리당 소속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국회 대책비를 "생활비로 썼다"라고 말한 데 이어,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도 같은 명목의 경비를 "아들 유학 자금으로 썼다"라고 털어놔 비난 여론이 들끓은 바 있다.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위원회는 국회·정부 부처·공공기관 소속 고위공직자들의 보수 적정 수준과 기타 경비·수당 사용 내역을 심사한 뒤,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한다. 그러면 국회의장이 심사 결과에 맞춰 예산을 편성해올 것을 국회·정부 부처·공공기관에 주문하는 방식이다. 위원회는 공무원, 국회의원, 정당원을 제외한 7~9명으로 구성된다.

보수 낮추면 인재 안 온다? "단순 액수로 비교하면 안 돼"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남소연

고위공직자 대부분이 법안 적용의 대상인만큼, 정치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보수를 제한하면 인재 영입이 어려워질 수 있는 데다가, 금전적인 부정부패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최 의원은 "고위공직자는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행사한다는 명예가 주어진다"라며 "단순히 사기업과 연봉 액수를 두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부정부패 우려를 두고는 "각종 감사제도 등을 통해 고위층의 비리가 과거보다는 줄어드는 추세다,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아온 고위공직자들을 무조건 부정부패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치·정책활동 등으로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선출직 공직자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회의원들을 위한 보완입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입법활동을 위한 경비에 경쟁원리를 도입해 의정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실적대로 비용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선거비용 문제 해소를 위한 선거법 개정도 고려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도 자체적인 정치혁신안을 발표했었다. 그는 "국가와 정치의 혁신을 위해서라도 특권적 영역을 찾아 계속 개혁해나가야 한다"라며 '특권 내려놓기' 시리즈 법안을 계속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권 내려놓기' 시리즈 법안 계속 낼 것"
다음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재성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 언제부터 특별법 발의를 준비해왔나.
"서너 달 전부터 준비해왔다. 법안 발의 시점을 계속 놓쳐서 예정보다 늦게 발표하게 됐다."

- 고위공직자의 보수가 정치혁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나.
"정치권력의 헌법적 주체는 국민이다. 국민의 삶과 유리된 부분은 혁신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국민의 삶에 공감하며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할 고위공직자들이 오히려 국민과 동떨어진 보수 구조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역시 국민의 삶과 연동된 보수 처우 체계를 갖춰야 한다. 단순히 재산을 깎자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은 편이므로, 공직자로서 경제적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삶과 함께 발 맞춰 가자는 것이다."

- 고위공직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보수가 줄어들면 인재 영입이 어려워지거나, 금전적 부정부패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 않나.
"고위공직자는 사회의 공공분야에서 직접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명예를 누린다. 단순히 사기업과 연봉 액수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부정부패 비리 역시 지나친 우려일 수 있다. 인사청문회나 각종 감사 제도가 엄격해져서 고위층의 부패가 과거보다는 적은 편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고위공직자와 금전적 부패를 무조건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실제로 공공영역 부정부패는 실무 공직자급에서 많이 일어나는 편이다."

- 법안을 본 동료 의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찬성, 반대, 애매모호 등으로 반응이 나뉜다(웃음). 반대하거나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는 의원들은 급여를 삭감한다는 부분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다. 하지만 국민의 삶과 연동하자는 취지를 이해해주실 거라 믿는다. 또한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비 지원이나 선거비용 혁신 등을 골자로 보완 입법할 계획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보완 입법뿐만 아니라 '특권 내려놓기' 시리즈 법안을 계속 낼 생각이다. 국가와 정치의 혁신을 위해서라도 특권적 영역을 찾아 계속 개혁해나가야 한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최재성#고위공직자#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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