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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금지법은 노무현 정부시절, 2003년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지시하면서, 경찰이 복면시위와 도심행진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까지 했었다. 그리고 2006년 당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서 분당된 민주당 소속 이상열 의원의 대표발의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25일,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역시 속전속결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복면시위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문하자, 여당은 다음날(25일) '복면금지'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표발의한 정갑윤(현 국회 부의장) 의원을 포함해 총 32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갑윤 의원은 독일과 프랑스, 미국 15개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복면 착용 금지의 사례로 든 뒤 "복면 금지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등은 인권 후진국인가?"라고 물었다. 복면금지 집시법 개정안(아래 '복면금지법')에 반대하고 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야당을 겨냥한 것이다.

정 의원은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들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불법폭력시위에 엄정하게 대처하라'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 경찰쪽에서 복면시위 금지 의견을 국회에 냈고, 2006년 이상열 당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복면금지 집시법 개정안에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근거로 정 의원은 "야당이 집권시절, 복면금지법 도입논의로 대다수 일반국민들 편에 섰다가 이제는 반대하면서 소수의 복면폭력시위자 대변인 노릇을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경찰이 제안한 '복면금지'는 개정안에서 빠졌다

복면착용 금지 논의는 노무현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 2003년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계기로 촉발됐다. 경찰쪽 주장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합원 6만 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화염병 700여 개가 던져졌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의 진출을 저지하자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쇠파이프를 든 사수대가 수백개의 화염병을 던졌다는 것이다.

 2003년 11월 9일 오후 3시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50000여명의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손배가압류 제도개선 및 비정규직 차별철폐, 이라크파병 반대 등을 촉구하는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03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종로에서 화염병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
2003년 11월 9일 오후 3시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50000여명의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손배가압류 제도개선 및 비정규직 차별철폐, 이라크파병 반대 등을 촉구하는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03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종로에서 화염병 시위를 벌이는 노동자들. ⓒ 권우성

당시 <동아일보>(2003년 11월 10일자)는 "서울에서 화염병 시위가 벌어진 것은 2002년 3월 이후 (처음이고), 서울 광화문 일대에 수백 개의 화염병이 던져진 것은 1997년 이후 6년 만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경찰은 '복면 등 착용한 집회·시위 금지'와 '고속도로 등 대도시 주요도로 행진 금지', '사복경찰관 집회장소 출입 허용' 등 6개 조항이 담긴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집시법 개정안에 이러한 내용을 추가하도록 건의한 것이다.

당시 경찰청 쪽은 "화염병이나 쇠파이프를 동원한 과격시위 현장에서 복면을 쓰고 얼굴을 가리면 사진 채증이 어렵다"라며 "복면시위는 대부분 화염병·쇠파이프 시위 등 불법행위와 관련된 경우가 많아 그 자체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서 위헌(기본권 침해) 논란 등이 크게 일었다. 결국 국회 행정자치위는 지난 2003년 11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을 통합해 심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요구한 '6개 조항' 가운데 '복면 착용 금지'만 제외한 채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경찰과 한나라당이 '합작'을 시도했지만 복면금지법 통과가 좌절된 것이다. 정갑윤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경찰이 노무현 정부의 '불법폭력시위 엄정 대처' 지시에 따라 복면금지법을 추진했다는 것은 근거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이상열-신지호-성윤환 복면금지법'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

그로부터 3년 뒤인 지난 2006년 10월 25일 국회에 복면금지법이 발의됐다. 대표발의자는 이상열 당시 민주당(새천년민주당의 후신) 의원이었고, 열린우리당 소속이던 김덕규·김형주·최철국 의원도 참여했다. 이들이 복면금지법안을 제출한 '이유'는 이랬다.

"집회 및 시위시 참가자가 얼굴에 복면 또는 마스크를 착용하여 신분 확인이 어려운 경우 과격한 폭력행위를 하였을 때 검거나 증거수집이 어렵고, 또한 이를 악용하여 시위가 더욱 과격화되는 경향이 있음. 따라서 건전한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고 과격한 폭력시위를 예방하기 위하여 집회나 시위시 신분을 위장하여 확인이 어렵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자 하는 것임."

지난 2003년 경찰이 한나라당에 제안한 내용과 거의 같다. '이상열 복면금지법'은 집시법 제14조('주최자의 준수사항')에 '신분확인이 어렵도록 위장하거나 신분 확인을 방해하는 기물을 소지하여 참가하거나 참가하게 하는 행위'(4항)를 추가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상열 복면금지법'이 발의된 직후인 11월에는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 민주노총 총파업, 전국교직원노조 연가투쟁 등이 전국 주요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의경부모모임과 뉴라이트단체인 자유주의연대 등은 시위대의 복면 금지, 폴리스라인 위반시 제재 강화, 위장신고 집회 벌금 부과 등이 포함된 집시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자유주의연대 대표를 지낸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인 지난 2008년 10월 14일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하는 자가 마스크, 가면 등 신분확인을 곤란하게 하는 도구를 착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다가 이 개정안을 철회한 뒤 지난 2009년 1월 30일 또다른 '복면금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신 의원에 앞서 검사 출신인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008년 8월 19일 '신지호 복면금지법'보다 한벌 더 나아간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복면 착용을 금지한 것은 물론이고, 확성기·북·꽹과리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까지 포함시킨 것이다(촛불 '충격'으로 집회 자유 침해 법안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상열-신지호-성윤환' 복면금지법은 모두 '임기만료'를 이유로 각각 2008년 5월 29일과 2012년 5월 29일 폐기됐다. 지금의 야당보다는 여당(새누리당)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당시 '복면금지법'에 더 힘을 쏟았지만 성과는 전혀 없었던 셈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복면금지법#집시법#정갑윤#이상엽#신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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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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