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정부 차원의 대북지원만도 총 22억 불이 넘고 민간 차원의 지원까지 더하면 총 30억 불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 다닐 수는 없으며, 과거처럼 북한의 도발에 굴복하여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일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16일 국회 연설에서 개성공단 폐쇄의 '불가피'성을 강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자리에서 '퍼주기'를 언급하면서, 5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대북지원 총액을 30억 불(약35조 원) 규모로 정리했다.
'퍼주기'는 국어사전에 "아주 많이, 질서없이, 무책임하게 함부로 마구 주다"라고 설명돼 있다. 그동안의 대북지원은 과연 이런 것이었을까.
"서독은 사회민주당의 빌리 브란트 수상이 동방정책을 시작한 1969년부터 약 20년간 1044억 마르크, 미화로는 580억 불, 즉 매년 29억 불씩을 동독에 지원했고 그 결과 동독의 민심을 얻으면서 통일을 이뤘다.1982년에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의 헬무트 콜 수상이 집권했음에도 동방정책을 계승했는데, 우리처럼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대북정책을 바꿔 대북지원을 중단했다면 독일 통일은 없었을 것이다."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9일 방송된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한반도 통일이야기, 속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에서 "심지어 서독은 동방정책을 주도한 브란트 수상실에 동독 간첩(귄터 기욤)이 침투한 사건으로 브란트 수상이 물러났음에도 동독 지원을 유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겨우 30억 불 지원하고 '퍼주기'라며 난리"정 전 장관은 이어 "우리는 20년 동안 겨우 서독의 약 1/19인 30억 불, 연간 1억5천만 불을 지원했을 뿐인데 '퍼주기'라고 난리"라면서 "그렇다고 독일의 국력이 우리보다 19배 큰 것도 아니고, 4배 수준 정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독이 그랬던 것처럼 꾸준한 지원과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의 민심을 얻는 것이 국제적인 간섭이나 대량살상을 방지하면서 통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대북지원은 북한 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
정 전 장관은 "제가 장관으로 재직하던 2년 반과 후임인 정동영 장관 임기 1년 동안 쌀 170만 톤을 지원하면서 원산지가 '대한민국'이라고 쓴 쌀 포대 4250만 장이 북으로 갔는데, 북한 주민 1인당 1.7장의 포대가 북한에 뿌려진 것"이라면서 "그 이후 북한 내 쌀 분배 현장 모니터 과정과 남한 언론의 취재과정에서 북측 주민들의 감사인사가 나왔고, 2005년 6월 17일 정동영 장관을 만난 김정일 위원장도 '남쪽에서 쌀과 비료를 보내줘서 우리 인민들이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내가 우리 인민들을 대신해서 대표해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이걸 꼭 좀 남쪽에 전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990년 한소 수교 때는 30억 불을 차관으로 제공하고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했지만, 북한의 동맹국인 소련과 손 잡는다는 점에서 그 돈을 써도 좋다는 것이 당시 여론이었다"면서 "그렇다면 북한의 대남 적개심을 누그러뜨리고 민심을 얻는데 1년에 1억5천만 불 쓰는 것을 아까워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대북 퍼주기'표현의 시작과 확산 과정, 문제점을 톺아본 <한통속>103회는 팟빵과 아이튠즈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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