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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2016 작은 교회 박람회(이하 작은 교회 박람회)가 지난 3일 감리교 신학 대학교(이하 감신대)에서 열렸다. '작은교회, 세상의 희망'을 주제로 열린 이번 박람회에는 80개가 넘는 교회 및 단체들이 참여했다. 휴일을 맞아 많은 목회자와 신학생, 평신도 사역자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해 함께 했다.

작은 교회 박람회의 의미와 방문객들의 반응 그리고 현재 한국교회 상황 등을 듣기 위해 행사가 끝난 직후 감신대에서 생명 평화 마당의 공동 대표로 있는 박득훈 새맘교회 목사를 만났다. 박 목사는 행사에서 준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다음은 박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득훈 목사
박득훈 목사 ⓒ 박득훈 제공

- 3일 감신대에서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2016 작은 교회박람회'를 개최하셨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올해가 4회째인데 저 개인적으로는 너무 행복했어요. 참석한 사람들의 열렬한 마음과 간절한 소원이 느껴졌어요. 참석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갈수록 내용이 풍성해지고 깊은 감동이 되어 결심하게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 무슨 프로그램이 있었나요?
"각 교회와 단체들을 소개하는 부스를 두루 다니며 배우고 격려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이죠. 특별히 좋았던 것은 80여 명의 신학생과 함께 작은 교회 운동이 뭔지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그들을 통해 한국교회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또 하나 만족도가 높아 보이는 프로그램은 네 개 분과의 워크숍입니다. 마을 생태, 녹색교회, 사회적 영성, 스토리 텔링 여성영성 분과로 나눠 발제도 하고 교회 사례도 발표했습니다. 참여한 사람들의 질문도 들으면서 아주 좋은 공동 작업의 시간을 가졌어요. 거기서 추려진 내용이 앞으로 작은 교회운동을 이끌고 나가야 할 방향을 잡는데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작은 교회 운동의 의미는 뭔가요?
"한국교회가 세상의 손가락질을 많이 받잖아요. 너무 많이 부패하고 병들었어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크고 강한 것에 대한 탐욕과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작은 교회를 강조하는 건 그 흐름을 뒤집어 작음에 담겨 있는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운 가치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작아야 생명을 살려낼 수 있고 작아야 평화를 일궈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한국교회를 향해서 외치고 싶은 거예요."

- 교회가 커도 가능하지 않나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사람들은 교회가 커져야 사람과 돈이 많이 모여서 인프라가 커져야 선교도 열심히 할 수 있고 구제를 비롯한 사회복지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의 일을 크게 할 수 있다는 건데 그건 하나님 나라의 논리가 아니고 악마의 논리죠.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금식하며 공생애를 준비할 때 바로 악마가 다가와 돌을 떡으로 만드는 경제력, 신적 보호를 유발해낼 수 있는 능력, 천하를 호령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나님의 아들로서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지 않으냐고 속삭였죠. 그러나 예수님은 단호히 거부하셨죠. 크고 강한 것을 추구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해야 커지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누르고 올라가는 과정을 겪게 돼요.

물론 커지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요. 근데 커지는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그런 사람들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 무시하게 돼요. 그런 과정을 거쳐 커진다면, 커진 다음에 약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건 쉽게 말해 병 주고 약 주는 게 되는 것이죠. 그건 하나님의 나라 운동이 아니라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만일 인프라가 커야 하나님 나라 일을 크게 할 수 있다면, 두 렙돈을 드린 과부를 크게 칭찬한 예수님이나 십자가의 약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바울은 설 자리가 없어지는 셈이죠."

"대형교회에 상처받은 세월호 유가족, 위로가 된대요"

- 이번에도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한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오늘 세월호유가족이신 동혁 아빠 김영래씨가 한 중요한 말이 있어요. (일부) 대형교회들이 처음에는 위로했으나 얼마 안 지나서 외면하는 거예요. '이제 그만 슬퍼하고 잊어버리고 희망을 갖고 새 출발하라'고 한대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진실도 드러나지 않았고 안전사회를 만드는 기반도 잡히지 않았는데 이제 그만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대형교회 목사와 성도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오늘 저희 작은 교회 박람회를 보면서 작지만, 자기들에게 너무나 큰 위로와 희망과 격려가 된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희는 비록 작지만 정말 고통당하고 힘든 분들을 정성껏 위로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그들 편이고 그들과 함께 싸우겠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생명의 가치를 위해 생명을 짓밟는 어두운 시대를 향하여 저희도 힘이 되어 함께 싸워 주겠다는 마음을 나누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세월호유가족, 특별히 416 기억저장소를 직접 운영하는 분들을 모셨던 거죠."

- 반응은 어땠어요?
"너무 행복하고 큰 위로가 된대요. 416기억저장소 소장인 도언 엄마 이지성씨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오늘 아침 일찍 와서 일을 시작하려는데 '하나님은 과연 살아 계시는가?' 묻게 되더래요. '우리 아이들이 천국에 갔을까?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우리가 천국에 갈 수 있을까? 못 가면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지?' 란 생각이 들더래요. 그 말씀을 하시면서 많이 우시더라고요. 그런 아픈 질문을 가지고 이 자리에 왔지만 저희의 모임을 통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사랑의 손길을 느낀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도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 올해가 4회째잖아요. 예년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제가 볼 때 내용이 훨씬 풍성해진 것 같아요. 참석자들의 얼굴이 훨씬 더 환해지고 한국교회에도 뭔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참석자 중 한 분이 '여기 와서 보니 모르는 교회가 많아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모르는 교회들이 서로 만나 격려하고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 예년보다 훨씬 더 뜨겁고 강하게 다져진 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작은 교회 박람회는 매년 10월에 열리는데 이유가 있나요?
"일단 10월 마지막 주일이 종교개혁 주일이에요. 그래서 종교개혁 주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10월에 하죠. 그리고 10월이 날씨도 좋은 데다 만물이 자기를 비우는 계절 가을이잖아요. 나무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나뭇잎이 자신을 떨구지요. 가지만 앙상하게 남을 때까지 말입니다. 작은 교회운동도 생명을 살려내기 위해, 좀 더 많이 소유하고 좀 더 커져야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가을에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작은 교회, 세상의 희망'이었어요. 이것을 주제로 택한 이유는 뭔가요?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거죠. 희망은커녕 교회 때문에 세상이 상처를 입어요. 교회 때문에 세상이 속상해하고 힘들어하지요. 세상이 교회를 바라보면서 '그래, 교회가 있기에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래서 이 주제를 잡았어요. 작은 교회만이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 무조건 작은 교회라고 해서 그게 희망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무조건 작다고 희망이 되는 건 아니에요. 저희가 말하는 작은 교회는 크고 싶은데 능력이나 여건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작은 교회를 뜻하지 않습니다. 그런 교회는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없어요. 크기는 작을지 모르지만 큰 것을 숭배한다는 점에서 대형교회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죠.

저희가 말하는 작은 교회란 작음 속에 담겨있는 신앙적 의미를 아는 사람들의 교회예요. 예수님은 이 땅에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스스로 작아지신 분이거든요. 하늘 영광 버리고 말구유에 작게 내려오셨어요. 갈릴리에서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들을 제자로 삼았어요. 그들 가운데서 당신의 사랑을 펼쳐가셨죠. 십자가의 죽음은 작아짐의 절정이죠.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작아질 대로 작아지신 것이죠. 그것이 바로 세상을 살리는 거죠.

커지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살려낼 수 없어요. 내가 커지려면 다른 사람을 밟고 그 사람을 내 손아귀에 거머쥐어야 해요. 커지고자 하면 생명을 짓밟아요. 늘 타자와 경쟁을 해야 하니 평화가 깨지죠. 그렇기 때문에 작아져야 해요. 작음의 가치를 알기에 스스로 작아지고자 하는 교회야말로 세상의 희망인 것이죠."

"교회 안에 예수님 설 자리가 없어요"

- 한국교회가 너무 목사를 우상화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목회자는 일반 성도와 차원이 다른 소위 '주님의 종'이라며 자기를 우상화하죠. 근데 마음 아픈 건 성도들이 거기에 쉽게 넘어간다는 거예요. 눈에 안 보이는 하나님보다 눈에 보이는 하나님의 대리자 즉 주님의 종을 믿고 따르는 데서 묘한 안정감을 맛보기 때문입니다. 목회자의 사악함은 그런 마음을 이용하는데 있죠. 그래서 목회자는 '나는 하나님을 대신하는 사람이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곧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다'라고 끊임없이 세뇌합니다."

- 예수께서는 고아와 과부, 세리와 창녀 등 늘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셨잖아요. 하지만 오늘 한국 개신교는 오히려 반대인 것 같은데 이게 교회 대형화를 지향하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교회는 우리가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이야기 속의 청개구리 같아요. 예수님은 분명히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을 사랑하고 돌보고 그들 편에 서서 강자들과 싸워주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의로운 사람이고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신신당부를 했어요.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은 요즘 한국교회를 잘 못 가요. 왜냐면 거기서 또 무시당할 게 두려워서 지요. 한국교회가 예수님을 버린 거죠, 가난한 자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은 교회를 대형화시키는데 방해물이라는 걸 동물적 감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죠.

교회를 대형화시키려면 부와 권력을 지닌 자들의 헌금과 다양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들에 힘입어 교회 건물과 시설을 비롯한 훌륭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교회가 쉽게 성장할 수 있거든요. 결국, 교회를 대형화하려는 욕망 때문에 예수님을 버린 거죠. 예수님이 한국교회 오시면 굉장히 외로우실 거예요. 교회 안에 예수님께서 있을 자리가 없어요. 그게 오늘 한국교회의 슬픈 자화상이죠."

- 내년이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개신교는 중세교회보다 더 타락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목사님은 현재 한국의 개신교를 어떻게 보세요?
"맞아요. 한국교회는 총체적으로 병들어 있어요. 목회자들의 성범죄, 교회리더십의 세습, 목회자의 교회재정 횡령, 기득권을 옹호하는 타락한 정치참여, 기복신앙, 이웃 사랑의 결여 등 리스트에 끝이 없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신학 공부할 때 참 존경했던 교수님이 자기는 한국교회 때문에 두 번 놀랐다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한번은 어떻게 교회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냐고 놀랐고, 두 번째는 어떻게 교회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부패할 수 있냐고 놀랐다고요. 한국교회는 지금 자본주의 정신에 찌들어 있는 거대기업과 다를 바가 없어요. 자기 덩치를 크게 확대해 다른 교회보다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지요."

-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을까요?
"전 희망에 대해 말할 때 항상 생각나는 단어가 있어요. 그건 사랑이에요. 바울은 사랑은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란다고 했어요. 사랑하면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한국교회를 진실로 사랑한다면 한국교회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가 없지요. 그러니까 사람에게 희망은 당위인 셈이죠. 희망할 수 있기 때문에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해야 하기 때문에 희망하는 것입니다."

- 올해도 목회자의 성 추문이 끊이지 않았어요. 목회자의 성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이 현상은 한국교회가 얼마나 병들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암에 걸려도 초기엔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잖아요. 암세포가 깊이 그리고 널리 퍼져나가야 비로소 통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목회자의 성 추문은 바로 한국교회 안에 암세포가 깊이 그리고 널리 퍼져있다는 신호입니다. 1기가 아니라 3~4기로 발전했다는 뜻이죠.

목회자란 주님의 어린양을 위해 목숨을 버려야 하는 존재예요. 근데 어떻게 성도를 자기 쾌락의 일시적인 도구로 삼을 수 있어요? 이건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범죄 했다면 가슴을 찢고 통회하며 모든 직을 내려놓고 자숙과 치유의 긴 과정을 거쳐야 해요. 그런데 그런 성범죄가 탄로 나도 당사자는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고, 해당 교회 성도들은 '목회자도 사람'이라며 목회자를 봐주려고 해요. 비극 중 비극이죠. 깨어있는 성도들이 일어나 저항해야 합니다."


#박득훈#작은 교회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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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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