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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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검찰의 기소는 마치 최근 방송인 김제동씨의 1년 전 발언을 문제 삼은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의 예처럼, 표현의 자유와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넘어서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통상적인 '투표 독려' 칼럼이었다고 기억한다. 재차, 삼차 읽어 봐도 다를 바 없다. 단지 세월호 진상 규명과 소수자·약자 문제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결론은 언제나 그렇듯 "투표는 과거에 대한 심판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임을 강조했다(관련기사: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
그랬는데, 4.13 총선 두 달여 후 한 시민단체의 고발 소식이 타전됐다. 과거 지방선거나 대선 때도 어김없이 투표 독려 칼럼을 써왔던 터였기에 황당했다. 그리고 의도가 보였다. 보수·애국 시민단체의 고소·고발, 검찰의 기소로 이어지는 박근혜 정권 특유의 언론 '재갈 물리기'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 일본 산케이 신문 지국장을 고소하는 희대의 사건을 일으킨 정권 아닌가.
이어진 소식은 말 그대로 아연실색할 만한 것이었다. 시민단체가 칼럼을 작성한 기자 본인이나 대표나 편집국장이 아닌 편집기자 개인을 고소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었다. 딱히 전례를 떠올리기도 쉽지 않았다. "이제 이 정권이 갈 데까지 가는구나"라는 분노와 허탈함이 올라왔다.
그럼에도 "설마..."하는 기대도 없진 않았다. 검찰이 이 말도 안 되고 황당한 고발을 토대로 기소까지 하겠느냐는 일종의 상식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바로 가장 무서운 건 설마가 사람을 잡을 때다. 검찰의 기소 소식은 일말의 기대는커녕 '정치검찰'의 민낯을 다시금 확인케 했다.
보수단체 고발과 검찰 기소, 박근혜 정권의 빤한 재갈 물리기 <오마이뉴스>에 칼럼을 쓴 지 3년째다. 박근혜 정부 이전 MB정부 하에서도 각종 정치사회 관련 기사를 게재해 왔다. 전문 영역인 영화·대중문화 글을 포함, 10여년 째 기사를 써 왔지만 '명예훼손' 송사도 한 번 휘말린 적이 없었다. 그저 글을 무난하게 써왔다고 스스로를 자책(?)할 뿐이었다. 처음 총선 관련 칼럼이 고발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통상적인 명예훼손 건이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더더욱 검찰이 편집기자를 공직선거법 제58조의2 3호(투표참여 권유활동) 위반으로 기소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실명이 거론된 것뿐이지, 어느 특정 개별 후보를 겨냥한 것이 아니란 것은 기사를 읽어 본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조차도 각 시민단체가 이미 재차삼차 발표한 명단일 뿐이었다. 이 정도의 칼럼이 선거법 위반이라니, 지난 10일 검찰이 4·13 총선 낙선운동과 관련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 22명 기소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게다가 역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부장검사 이성규)는 "공모"라는 황당한 혐의를 들고 나왔다. "피고인(김준수 기자)은 하성태(시민기자) 및 오마이뉴스 편집국 최종 책임자와 공모하여"라고 공소장에 기술했다고 한다. 공모라니, 편집기자가 칼럼 작성자와 무슨 중대한 범죄라도 공모했다는 건가.
공모는커녕 투표 당일 오전 작성한 기사였다. 또한 그에 앞서 총선기간 동안 게릴라칼럼을 통해 십 수건이 넘는 총선 관련 칼럼을 게재했다. 그러니까 보수단체인 한겨레청년단이 꼭 짚어 편집기자만을 고발 대상으로 삼은 저의가 너무 투명하고 빤하다는 얘기다.
이번 검찰의 기소는 마치 최근 방송인 김제동씨의 1년 전 발언을 문제 삼은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의 예처럼, 표현의 자유와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넘어서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애초 글을 쓴 시민기자는 제외하고, 일선 편집기자를 걸고넘어진 것이야말로 내년 대선을 향한 진보언론 재갈 물리기와 겁박의 시도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나를 기소하라! 게다가 애초 종로경찰서가 해당 고발 건에 '각하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재수사 지시를 내렸다는 검찰의 저의는 무엇인가. 아무리 보수단체의 고발 이후 신속한 조사를 하는 것이 이 정권 하의 검찰의 역할이라고는 하지만, 검찰은 편집기자를 기소하는데 있어 일말의 상식도 발휘하지 못한단 말인가.
처음엔 세월호 2주기와 관련된 시민단체의 고발이라 여겼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누가 봐도 내년 대선을 위한 언론 길들이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것도 일선 편집기자를 향한 치졸한 겁박 말이다. 게다가 이 온라인 미디어의 편집행위를 넓혀 보면, 네이버나 다음을 비롯한 포털의 뉴스편집과도 연계된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번 기소는 내년 대선을 향한 검찰과 그 윗선의 '대언론' 메시지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나를 기소하라."2005년 8월, 당시 노회찬 의원이 '삼성 X파일'과 관련, 전현직 검사 7명을 실명으로 공개하면서 밝힌 입장이자 그가 3년 뒤 발간한 책의 제목이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스스로 이 구호를 외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검찰이여, 나를 기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