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부터 시작된 제19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가 4월 30일 막을 내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재외국민투표 신고신청자수는 전체 재외선거권자 197만여 명의 14.9%에 해당하는 294,633명(국외부재자24만 7336명,재외선거인47,297명)으로,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와 비교해 32.5%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미국 앨라배마 주는 애틀랜타총영사관에서 관할하고 있는 지역인데, 애틀랜타 총영사관에는 미국 동남부 6개주(AL, FL, GA, NC, SC, TN)에 거주하는 재외선거권자 7만 9197명 중 7.9%에 해당하는 6258명(국외부재자 4688명,재외선거인 1570명)이 신고신청을 했다고 한다. 미국 동남부 지역의 재외국민투표 신고신청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저조한 편이기는 하지만, 지난 18대 대선때의 3673명(4.6%)에 비하면 3.3% 정도가 증가한 수치다.
재외선거관리위원회는 전 세계 116개국에 한인들의 왕래가 활발한 재외공관, 한인회관, 한인학교, 한인마켓 등을 활용해 총 204개의 투표소를 설치했다. 투표소에 따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단 하루만 운영되는 곳도 있고 6일 동안 계속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이곳 애틀랜타총영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회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한인회관(5900Brook Hollow Pkwy, Norcross, GA 30071)과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한인회관(1737Eastern Blvd, Montgomery, AL 36117), 그리고 플로리다주 올랜도 우성식품(5079Edgewater Dr, Orlando, FL 32810) 이렇게 3곳에 투표소를 설치했다. 조지아주 투표소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 동안 매일 운영되었던 반면, 알라배마주와 플로리다주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만 운영되었다.
지난 대선 때 조지아주 한 곳에만 투표소가 설치되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몇 시간의 운전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29일(토) 왕복 4시간을 달려 몽고메리에 투표를 하러 다녀왔는데, 피곤한 여정이었지만 지난 18대 대선때 왕복 8시간을 달려 애틀랜타로 다녀왔던 것에 비하면 꽤 수월한 편이었다. 29일 투표소가 마련된 몽고메리 한인회관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한인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는데, 앨라배마주에서 진행된 재외선거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을 만나 투표를 위해 먼 길을 마다하고 달려온 이유와 투표에 참여한 소감을 들어봤다.
"꼭 국민과의 약속 지키는 대통령이 당선되길" - 가족들과 함께 투표소를 방문한 앨라배마주립대 학생상담센타 심리학자 도나리 박사는 "부끄럽지만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투표하는거다"고 고백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거꾸로 간 데는 투표를 하지 않은 저의 책임도 있는 것 같다",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는 결과에 대해 불평할 자격이 줄어든다"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당당히 권리를 행사해야 지난 정권의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앨라배마 터스칼루사 참빛한인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김규원 목사는 "왕복 4시간을 달려 투표를 해야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몽고메리에 추가 투표소가 설치되어) 애틀랜타로 가는 것 보다는 훨씬 나았다" 며, "투표는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이며, 우리의 손으로 한국이 새롭게 변화되고 보다 건강한 나라로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는 행동이다"며 많은 분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 올해로 만 20살이 돼 처음으로 투표에 참가한다는 플로리다주립대의 권주은(비지니스 전공) 학생은 "기말고사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새벽 5시에 출발해 왕복 8시간의 거리를 달려왔다"면서 "포용력을 가지고 통합의 정치를 하며, 이번에는 꼭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분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현대, 기아자동차의 최대협력업체 가운데 하나인 앨라배마 만도아메리카에서 근무하고 있는 문하민, 신현주, 안수현씨는 "국민안전과 직결된 세월호 참사나 사드배치와 같은 국가 위기상황에 책임감을 가지고 잘 대처할 수 있고 서민생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민주시민으로서 투표에 참여하는 일은 시민으로서의 회피해서는 안될 가장 엄중한 의무이므로 꼭 투표를 하고, 후보자들에 대한 식별과 검증노력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앨라배마 트로이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박리라(수학 전공), 김혜민(영어 전공), 손서진(아시아태평양물류 전공), 하민지(경제학 전공) 학생은 "세월호 참사에서 기본을 지키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최소한의 목적 수행도 하지 않았던 정부를 봤다"며, "우리가 투표한 사람이 당선되지 않더라도, 국가의 기본적 책무를 수행하며 국민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서 이민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재 변호사도 가족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먼 거리였지만 기쁜 마음으로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왔다"는 그는 "과거 먹고 살기 힘들어 절차적 정당성은 외면한 채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며, "앞으로는 정책결정 투명성을 높여 밀실 정책의 의혹을 떨쳐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시하는 정권이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앨라배마주립대 유찬형(운영관리 전공), 장동수(마케팅 전공) 학생은 "민주시민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에 뿌듯하며,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되는 조기 대선인 만큼 이번 투표는 꼭 해야 겠다는 마음에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왕복 8시간이 걸리는 애틀랜타로 투표를 다녀왔다"면서,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들이 오랜기간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만큼, 작은 실천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으로 꼭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앨라배마주립대를 졸업하고 미시시피 해티스버그에 있는 남미시시피대 교수로 재직 중인 최환석, 진소영부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왕복 800마일을 달려 텍사스 휴스턴으로 투표를 다녀왔다"면서 "기표하면서 혹시 번질까, 줄 넘어갈까 염려되어 조심스레 찍고 몇 번을 호호불며 봉인했다"며, "먼 길 운전이라 힘들었지만 역사의 거대한 물결에 큰 이바지를 한 것 같아 감격스럽고 뿌듯했고, 선택한 후보가 꼭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외투표기간동안 실시된 재외투표는 5월 1일(월)부터 5월 9일(화)까지 국내로 회송되며, 5월 9일 한국 선거종료와 함께 개표가 실시된다. 결과보다 과정을, 효율보다 기본을, 돈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탄생을 기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우수미 시민기자는 앨라배마 대학교 정치학 박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