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저도 갑질을 반성합니다."지난 10일 정부 세종청사 인근 식당.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갑질(?)을 고백하며 사과했다. 그는 이날 오전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 근절 방안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프랜차이즈업계 불공정 대책에 이은 두 번째 김상조 발(發) 경제개혁 방안이었다. 식사자리에 도착한 후, 그는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된 후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를 거친 후 공정위원장에 임명된 후 심상정 의원으로부터 맨 처음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면서 "심 의원이 전화로 건넨 첫 마디가 '이제 갑(甲)과 을(乙)이 바뀌었습니다'였다"면서 "되돌아보니 과거 교수시절에 했던 행동이 '갑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저에게 전화했던 기자들은 굉장히 속이 상했을 수도 있다"면서 "(기자가) 전화하면 '그것도 모르고 전화했냐'고 야단치고 원치 않던 이야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갑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공정위에서 진행중인 4대부문 갑질근절대책을 이야기하며 "앞으로 갑을 관계가 바뀌었으니, 위원장을 어여쁘게 여겨달라"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갑질 없애려면 유통업법 등 법 고쳐야 하는데..."큰 기대 안 해"그에게 '취임한 지 50일 정도 지났는데 원래 목표한 것에 얼마나 달성했나'라고 묻자, "정책에 따라 단기-중기-장기 과제 등으로 이야기 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단기과제는 올해 말까지, 중기는 내년 말까지로 잡았다"면서 "단기 과제는 앞으로 발표할 갑질근절대책까지 포함하면 30%정도 한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공정위 차원의 경제부문 갑질대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유통분야에서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공정위 차원의 조사와 제재가 실효성이 있지만, 결국 범정부 차원에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그는 "유통산업의 경우 생산성과 효율성 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특성을 가진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공정위 차원을 넘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통산업 자체가 재래시장 상인부터 온라인쇼핑몰 등 최첨단 유통채널이 운용되고 있는데, 유통업법 하나만으로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그가 추진중인 각종 갑질대책의 경우 기존 법을 바꿔야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공개된 유통업 갑질대책에서도 15개 실천과제 가운데 7개 과제는 국회에서 법을 바꿔줘야 한다.
김 위원장은 "솔직히 국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공정위 차원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과징금을 올리거나, 직권조사를 강화하는 것으로 시장의 흐름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연이은 '갑질' 대책에 기업들 반발도 거세져
김 위원장은 "갑을 관계에서 다수의 집단 민원이 들어오면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사하고, 제재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이 있다"면서 "과거 미스터피자건의 경우 집단민원이 2번이나 들어왔는데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갑을관계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이 창의적이다"라고도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갑을간의 거래관계를 만들어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집단민원에 대해선 직권조사와 제재 등으로 집중할 것"이라며 "소비자원과 공정위 지방사무소,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업체제를 통해 민원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상조의 공정위가 출범한 지 두달여. 프랜차이즈와 유통업계 등에선 벌써부터 '반시장적'이라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급진적', '막가는 공정위'라는 업체쪽 반응이 언론지면에 그대로 올라오고 있다. 스스로 '갑을(甲乙)' 관계가 바뀌었다는 김상조위원장이 그의 뜻대로 경제개혁을 추진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