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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이슈가 되었다. 오랫동안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40% 지지율은 절대 깨지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칭송하던 언론들이 60%에 가까운 문대통령의 지지율은 위기라고 떠들고 나섰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2030세대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문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던 20대와 30대의 지지율이 10%p 가까이 떨어진 탓이었다.
그들은 2030세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과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을 지적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통해 계층 이동을 꿈꿨던 2030세대들에게 절망을 안겨줬으며, 남북 단일팀 구성은 국가에 의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함으로써 을에 대한 갑질로 비춰졌다는 것이다.
야당의 환호성, 그러나...
야당은 환호작약했다. 드디어 2030세대가 문재인 정부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마치 그것이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 칭하며 올림픽에 흠집을 내던 자신들 때문인 듯, 2030세대들의 북한관이나 통일관이 자신들과 비슷하다고 큰 소리를 쳤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진 건 정부가 너무 어설픈 대응으로 평창올림픽을 북한 체제홍보장으로 변질시킨 데 대해 젊은 층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 -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 보수언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30세대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대서특필하며 마치 그들 모두가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 거둬들인 듯 보도했다. 언제부터 2030세대들을 그렇게 많이 걱정했다고, 현 정부의 2030세대에 대한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마지막 남은 계층 상승 사다리를 폐쇄하려는 것'이라는 성토가 나왔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 잔치 벌인 기성세대가 가상화폐 투자로 돈 벌어 보려는 젊은 층의 밥상을 걷어찬 꼴이라는 격한 반응이 나왔다.......북한 선수들은 '낙하산 응시생'에 비유되고, 촛불 민심 정부가 하루아침에 '갑(甲)질 정부'로 낙인찍혔다. 반면 남한 선수들은 2030 자신들의 처지에 빗대어 '을(乙) 중의 을'로 묘사됐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현 정부의 입장은 설 곳을 잃게 되었다. - 1월 23일자 <조선일보> [시론] 2030세대에게 배우는 '공정'과 '정의'
누가 2030세대를 대변하는가물론 가상화폐 규제와 남북 단일팀 구성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매끄럽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사안 모두 궁극적으로 정부의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좀 더 조심스러웠어야 한다고 본다. 2030세대의 경험은 현재 국정을 이끌어가는 이들과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상화폐의 경우, 그것에 대한 체감은 기성세대와 2030세대가 확연하게 다르다. 기성세대에게 가상화폐는 낯설고 공부해야 하는 개념이지만, 온라인 게임을 하며 소위 '현질(게임을 할 때 아이템 등을 현금으로 사는 행위)'을 했던 2030세대에게 그것은 별다른 위화감을 주지 않는 익숙한 것이다. 기성세대가 아무리 가상화폐를 투기이며 도박이라고 규정해도 근본적으로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에게 북한은 애증의 대상인 반면, 2030세대에게 북한은 이상한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툭하면 미사일을 쏘고 핵무기를 개발하며, 국민들은 못 사는데 정권은 큰소리치는 국가. 그런데 그런 북한과 함께 하기 위해 우리의 젊은이들이 일부 희생된다고 한다. 그러니 2030세대가 반발할 수밖에.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숙한 정부 대응에 대한 2030세대의 불만일 뿐, 그것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철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야당과 보수언론들은 끊임없이 2030세대의 변심을 확대 재생산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들의 소원일 뿐이다. 2030세대가 현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야당은 그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1월 29일 발표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보자. 2030세대들에게 채용비리만큼 가장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야당과 보수언론들은 그들을 대변하지 못했다. 2030세대가 암호화폐와 남북단일팀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때는 마치 그들의 대변인인냥 사자후를 토해내던 이들이 정작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들이 바로 그 적폐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뉴스를 수놓고 있는 다스 비리는 어떤가. 누구는 아버지를 잘 만나 별 고생 없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만지고 있는 그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2030세대들이 왜 암호화폐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IMF 이후 무한경쟁 시스템 속에서 자랐지만 오히려 취업은 더 힘들어지고 불공정을 몸으로 겪는 세대. 야당은 2030세대를 대신하여 분노할 수 없다. 보수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바로 그들이 공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2030세대를 대변한다고? 안됐지만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요 소망일뿐이다. 2030세대들이 그들을 지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겨울 2030세대가 들었던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오래가지 않아 반등했다. 2월 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세를 나타내며 60%를 다시 넘겼다고 한다. 2030세대의 지지율이 70%대로 회복되면서 전체 지지율이 반등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수세력들은 조용하다. 고장난 전축마냥 앞선 이야기만 할 뿐이다.
또한 CBS노컷뉴스는 그동안 보수언론들이 2030세대의 목소리라고 보도한 주인공이 다름 아닌 친박보수 성향의 단체였음을 밝혀냈다. 그동안 보수 언론들은 '한국대학생포럼'이라는 단체의 주장을 인용하며 "평창 올림픽에 대한 2030세대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는 요지의 보도를 내보냈는데, 그 단체의 대표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대학생포럼'은 예전에 세월호 추모집회 반대나 국정 역사교과서 지지 집회를 열었던 단체로서, 현재 전경련과 어버이연합 등으로부터 후원받아 이명박-박근혜 정부 편향적인 행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2030세대와는 다른 인물들이다.
결국 이와 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앞서 보수 세력들의 2030세대 소환이 얼마나 가식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진정으로 2030세대들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2030세대를 이용했을 뿐이다.
부디 야당과 보수언론들은 더 이상 2030세대를 들먹이지 않기를 바란다. 2030세대들은 당신들을 부끄러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