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등 헌재 결정에 비판적인 세력 우군화 모색 기회"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직을 돌려달라고 행정 소송을 제기하자 '양승태 대법원'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그 결과에 따른 '손익계산서'를 산출했는데, 그중엔 위와 같은 황당한 내용이 이익으로 집계됐다.
5일 오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보고(대외비)' 문건은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선관위를 상대로 국회의원지위확인 청구를 제기한 직후인 2015년 1월 7일에 작성됐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김아무개 사법정책심의관 등으로 'TF(연구반)'까지 꾸리고 해당 상황이 법원에 미칠 영향을 치밀하게 분석한다.
황당한 손익계산서
이를 분석하는 관점은 철저하게 '양승태 사법부'의 유불리였다. 보고서는 이 현안이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누는데, 여기서도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추진 사업이었던 '상고법원'은 빠지지 않았다. 해당 소송은 헌법재판소 결정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점에서 전례가 없던 사안이었다. 동시에 시민의 대표자들이 소송 당사자라는 점에서 사건의 파장도 크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점은 보고서가 산출한 손익계산서에서 삭제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대목은 법원이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민변 등 헌재 결정에 비판적인 세력을 우군화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 부분이다. 상고법원 설치를 강하게 비판한 "민변 소속 변호사(이재화 포함)들이 정당해산 사건 대리"했으니 "이번 기회를 활용하면 민변 등 우군화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의 경우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인 인물이었다.
반면 부정적 측면으로는 정부를 대표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법무부와 관계가 악화된다는 점을 꼽았다. 역시 "상고법원 법안 처리를 위해 법무부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헌재 입장과 배치되는 심리 또는 판결을 할 경우 향후 원만한 협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라는 이유였다.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다 개별 사건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와 부적절하게 접촉한 정황도 있다. 같은 해 9월 15일 작성한 '통진당 비례대표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 보고서에서 법원행정처는 "재판장의 잠정적 심증 확인"이라는 문구를 썼다. 바로 옆에는 "(사법지원총괄심의관-연수원 동기)"라는 표현이 나온다. 사법정책실 심의관이 연수원 동기인 재판장과 미리 만나 의중을 파악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보고서는 해당 소송의 원고인 통합진보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에 대한 강제 퇴직은 부당하다는 결론(인용)이 예상된다며 정치권과 언론, 법무부 등을 상대로 한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실제로 해당 재판은 보고서에 적힌 논리를 근거로 해당 의원의 퇴직 처분은 부당하다고 결론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