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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번엔 전라도다. 지난 7월부터 지역에서 한번씩 시민기자 모임을 했다. 시작은 마산창원이었고, 대구경북 지역을 거쳐 지난 11일엔 올해 마지막으로 광주에 있는 시민기자들을 만났다. 따뜻한 남쪽 나라를 기대했는데 웬걸... 날은 흐리고 매서운 바람이 불던 오후 광주에 도착했다.  

[관련 기사]
퇴근 후 포항에서 2시간 달려온 모임의 정체 http://omn.kr/1k2a7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동질감이 주는 마법 http://omn.kr/1lgkf

출장을 오기 전, 명단을 보니 대부분 여행기사를 쓰는 시민기자였다. 이번엔 '여행 기사 이야기를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다 오래 활동하셨고, 기사도 잘 쓰는 분들이라 편집기자가 이야기하는 것보다 시민기자들끼리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해도 좋을 것 같았다. 미리 쪽지를 보내 이번 모임에서 각자 여행 기사를 어떻게 쓰는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전주에 사는 안사을 시민기자부터 서부원, 차노휘, 문운주 그리고 목포에서 퇴근하자마자 달려오신 이돈삼 시민기자까지 그 면면이 화려했다. 지금까지 이런 비법 전수는 없었다. 베테랑 시민기자들이 여행지에서 취재하고 기사 쓰는 법, 그 내용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전라남도 광주에서 만난 시민기자들. 왼쪽부터 이주영 기자, 차노휘 시민기자, 서부원 시민기자, 최은경 기자, 이돈삼 시민기자, 안사을 시민기자, 문운주 시민기자.
전라남도 광주에서 만난 시민기자들. 왼쪽부터 이주영 기자, 차노휘 시민기자, 서부원 시민기자, 최은경 기자, 이돈삼 시민기자, 안사을 시민기자, 문운주 시민기자. ⓒ 최은경
 
이돈삼 시민기자(2001년부터 활동. 시민기자 경력 18년)
"전라남도 도청에서 일한다. 대변인실에 있어서 일반인보다 취재에 용이한 것은 있지만 그게 내 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한 만큼 같은 장소를 많이 다루게 된다. 똑같이 다루면 재미없다. 그래서 늘 관점을 달리해서 기사를 쓰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박물관 하나를 소개하려고 해도 다양한 관점에서 소개하려 애쓴다. 지역사 공부를 하게 된 것도 그때문이다. 뭐 하나라도 새롭게 쓰기 위해서다. 

이순신 기행을 써달라고 부탁받았을 때도 처음엔 하나도 몰랐다. 공부하면서 쓴 거라 많이 힘들었다. 지금은 완전히 내 콘텐츠가 됐다. 그 기사 때문에 방송 출연 요청도 종종 받는다. 내년이 광주 5.18 40주년이라 관련한 교육도 받고 있다. 내년에는 아마도 이 일로 바쁠 것 같다."
[관련기사 : 421년 전 가을, 이순신이 걸었던 길을 걷다 http://omn.kr/18maj]

서부원 시민기자(2002년부터 활동. 시민기자 경력 17년)
"'아이들은 나의 스승'을 연재하며, 방학 때마다 외국에서 한달살이 한 이야기를 글로 썼다. 지난 겨울방학 때 독일에 있었고, 이번 방학에는 이탈리아에 간다. 가족들과 같이 움직이는 거라 많은 도시들을 다닐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여행을 설계하면서 배워가는 게 많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을 쓰면서 많이 치유받는 기분이다. 오늘은 특히 이돈삼 기자님과 안사을 기자님 등 여행기사를 잘 쓰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오게 됐다."
☞ 연재기사 아이들은 나의 스승 보러 가기

안사을 시민기자(2006년부터 활동. 시민기자 경력 13년)
"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제 여행 기사의 특이점이라고 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오지를 간다는 것. 그리고 필름 인화를 하기 때문에 사진 보정을 하지 않는다. 가끔 제 사진을 보고 '다 보정이네'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 특별히 말하고 싶었다. 보정하려면 필름으로 사진을 찍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이 사진 때문인데, 기사가 취재한 시점으로부터 약 한 달쯤 늦는다는 거다.

보름 정도 여행을 가면 사진 작업만 딱 여행 기간 만큼 걸린다. 거기에 기사를 쓰는 시간까지 더하면, 한 달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김종술 기자님은 4대강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말함으로써 우리 강의 중요성을 알린다면, 저는 알려지지 않은 강의 아름다움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계속 지켜가야 한다고 기사를 통해 계속 말하고 싶다."
[관련기사 : 눈 시리게 푸른 제주, 무심히도 아름답다 http://omn.kr/1hjth]

문운주 시민기자(2003년부터 활동. 시민기자 경력 16년)
"독자로 왔다. ^^ 사실 딸아이가 아이를 낳고 손녀들 봐주는 이야기를 사는이야기로 썼다. 그런데 악플이 너무 많아서... 이젠 안 쓴다. 주로 여행을 다니거나 무등산에 간 이야기를 쓴다. 광주에 계속 살았으니, 옛 기억을 살려서 기사를 쓰거나 환경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뭘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번 모임을 통해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관련기사 : 겁도 없이 다가오는 뿔 소 한마리, 아이들 반응은? http://omn.kr/1krhk]

차노휘 시민기자(2018년부터 활동. 시민기자 경력 1년)
"내가 가장 최근 가입한 시민기자인 듯하다.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산티아고 순례기랑 최근 이집트 다합에서 스쿠버 다이빙한 이야기를 썼다. 계획하는 여행보다는 여행 중에 생기는 우연한 일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만들어지는 그 과정이 재밌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뒷길을 더 좋아하는 그런 타입이다. 요즘 오르한 파묵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중동 지역을 공부하고 있는데, 꽤 재밌다. 내년에는 이와 관련한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 연재기사 : 물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 보러 가기

사무실에서 보는 기사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시민기자들의 생생한 취재기를 듣자니 재밌기도 했지만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다.

여행 기사를 볼 때 간혹, 시의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면 편집기자는 '여행 다녀오신 지가 언제인데 왜 이렇게 늦게 쓰셨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있는 고생 없는 고생을 다 해서 쓴 기사라 할지라도 여름 여행기를 겨울에 채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뉴스 매체라면 응당 시의성을 고려해야 하니까. 그것은 내가 일을 하는 데 있어 꽤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그런데 이날 알았다. 시민기자는 다를 수 있다는 걸. 나에겐 기사지만 그에겐 작품일 수 있다는 걸. 그걸 알아주면 좋겠지만, 알아주지 않더라도 괜찮은 게 시민기자의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게 시민기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물론 채택이 되지 않거나, 기대한 만큼 배치가 되지 않았을 때 서운한 마음은 당연할 거란 것도 안다). 

이날 서부원 시민기자는 일하면서 여행도 하는 이돈삼 기자님의 신분이 그저 부럽다고 했다가, 서둘러 말을 거둬들였다. 그가 하나의 기사를 쓰기까지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음을 알게 되면서다. 공식적인 일때문에 가는 방문이더라도 박물관 입장료를 꼭 낸다는 이돈삼 시민기자의 말을 듣고, 나는 '시민기자로서의 소명 의식'마저 느껴졌다. 

여행 기사뿐만 아니라, 쓰고 싶은 글에 대한 이야기와 잘 쓸 수 있는 글에 대한 아이디어 등을 서로 주고 받는 사이 3시간이 훌쩍 흘렀다. 한 시민기자분에게는 하루 전날까지도 올까 말까 망설였는데, 오길 잘했다는 감사한 인사도 받았다.

기사 채택 여부를 떠나, 배치 등급을 떠나 한 기사의 이면에는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한 엄청난 과정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이번 모임을 통해 내가 다시 배운 한 가지다.

#시민기자#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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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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