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기자말] |
[기사수정: 8일 오후 5시 28분]
최근 만 13~18세용 무료 인플루엔자(이하 독감) 백신으로 일선 병의원에 공급된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무료 예방접종이 가능한 어르신들이 무료 독감 백신을 못 믿겠다며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참고로 노인용 무료 독감 백신은 아직 유통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문제가 되는 백신은 만 13~18세용으로 공급된 백신이고, 만 6개월~12세 사이의 어린이용 백신과 임신부용 백신의 경우 이번에 문제가 된 백신과 전혀 다른 유통 경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온 노출로 문제가 된 만 13~18세용 공급 백신의 경우 보건소에서 현물로 병의원에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만 6개월~12세용 및 임신부용 백신의 경우 병의원에서 자체적으로 백신을 구매해 접종한 뒤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므로 만 6개월~12세 어린이나 임신부의 경우 유료로 접종하는 예방 접종과 무료 예방 접종의 종류가 같습니다. 최근 만 6개월~12세 어린이와 임신부의 무료접종이 재개된 이유도 만 13~18세 백신과 유통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무료 접종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논란 중 하나는 독감 백신 무용론입니다. 특히 올해는 '물백신' 논란과 겹쳐 '올해는 백신의 효과가 낮을 수 있으니 독감 백신을 2번 맞으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습니다. 실제로 진료실에 방문하는 어르신들의 경우 진지하게 유료 접종 후 1달 후 무료 접종을 하겠다고 상담을 하는 사례가 여러 건 있습니다.
독감 백신 2번 맞으면 효과 좋나?
독감 백신의 경우 전 연령에서 동일한 백신을 사용하나, 만 3세(36개월) 미만 영유아 투여 적응증을 받지 못한 제품이 있어 접종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한편 영·유아나 노인의 경우 면역 반응이 젊은 성인들보다 약하기 때문에 백신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독감 예방 접종을 처음으로 맞는 6개월에서 8세 사이의 어린이에게는 최소 4주 간격으로 두 번의 예방 접종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추가 접종을 했을 때 독감 예방 효과가 약 2배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임상적 효과 덕분에 현재 무료 예방접종 일정에도 추가되어 있습니다.
출생 후 첫 독감 예방접종을 한 유아는 추가 접종을 통해 독감 예방 효과가 다음 독감 유행 시기까지 유지가 되는 등 독감 예방 추가 접종의 효과는 유아에게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고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서도 생애 처음 독감 주사를 맞는 경우 2차례의 접종을 권고합니다.
그러나 면역이 저하된 환자나 노인들의 경우 여러 연구들을 확인해볼 때 2차례 독감 예방접종을 해도 항체 생성률이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안타깝지만 노인들의 경우 2차례 예방접종이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추가 접종을 통해 발열, 발진,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미국 CDC의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은 독감 관련 사망자의 70~85%를 차지하고 독감 시즌마다 독감 관련 입원 환자의 50~70 %를 차지합니다. 노인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젊은이에 비해 독감 예방 접종 후 면역 반응이 낮습니다. 낮은 면역 반응은 낮은 백신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방 접종의 효과가 젊은 사람들에 비해 떨어집니다. 그래서 다른 연령에 비해 독감 접종을 하더라도 독감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백신 효과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까
65세 이상 노인들의 경우 독감 관련 사망 위험이 가장 높으며, 독감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젊은 사람들보다 낮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면 한번 접종을 통해 백신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항체 생성은 면역력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젊고 건강한 성인이 영·유아나 노인과 비교했을 때 면역력이 좋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몸 상태가 좋을 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역력 증가를 위해 한약의 도움을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2013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28주간의 연구에서 십전대보탕을 투여한 군에서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독감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이 높았고, 이 항체 형성이 24주까지 지속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권승원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의 경우 독감 백신 접종시기에 십전대보탕과 같은 보제(補劑, 보약)를 병용하면, 독감 감염률을 떨어뜨리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한편 면역 기능이 저하된 고령 환자의 독감 백신 접종시 보조 요법으로 허가된 주사제 성분인 '싸이모신 알파 1'도 예방접종 후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백신의 경우 현재 접종 받을 사람의 면역력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 성인의 경우 독감 백신의 효과가 영유아나 어르신들에 비해 좋은 것이기도 합니다.
면역력을 증강시켜 독감 백신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약들은 비교적 고가이기 때문에 모든 어르신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독감 백신을 맞기 전 몸 상태가 가장 좋은 상태에서 접종하는 것이 백신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독감 예방접종에 앞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백신에 의존하기보다는 면역력을 키우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강조되고 있듯이 위생 수칙을 잘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자세도 여전히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