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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쉼터교실 꽃꽂이 수업 현장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쉼터교실 꽃꽂이 수업 현장 ⓒ 월간 옥이네
 
"오늘은 다육식물을 토분에 옮겨 심을 거예요."

10월의 어느 수요일 오후, 충북 옥천군 치매안심센터 1층에서는 자그마한 생명들이 새 옷을 입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치매 쉼터 프로그램 중 하나인 꽃꽂이 수업 현장. 치매 예방 체조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교육실에 하나둘 참가자가 모이기 시작했다.

"꽃을 엄청 좋아하는데 마침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 딸과 며느리가 가보라고 하더라고. 집에 가져가서 물 주고 열심히 키우니 재미있지."

꽃꽂이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부터 참여했다는 강복자(85, 옥천읍 가화리)씨는 30분이나 일찍 와 기다리고 있었다. 꽃을 정말 많이 좋아한다고 강조한 그는 매주 다른 꽃을 보고 만지며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미는 물론, 다른 사람과 만나고 소통하며 즐거움을 찾고 있다. 센터 프로그램은 강복자씨처럼 꾸준히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더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다.

식물을 옮겨 심는 행위 자체는 그들에게 이미 익숙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꽃'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식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사용되는 재료에 대해 배우며 과정을 기억해보는, 꽃꽂이를 통한 뇌의 활성화다.

치매안심센터는 공개채용을 통해 꽃꽂이 수업 강사를 채용했다. 옥천읍에서 '꽃골짜기'를 운영하는 임효옥씨와 이원면 꽃피는학교 교사로 일하는 금은정씨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참여자들의 선생님이자 딸이며 친구가 된다.

이날 분갈이한 다육식물은 '멀티카울립스틱'과 '화재'. 빨간 겉모습이 그 이름에 걸맞은 '화재'와 달리 '멀티카울립스틱'이라는 길고 생소한 이름을 이해시키기 위해 임효옥씨는 "이 식물 이름은 '립스틱'만 기억해도 좋아요"라며 마스크를 쓴 입술 위를 가리키며 '립스틱'이라는 단어를 강조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성격이 급한 참가자들은 선생님이 돌아올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두 개의 식물을 먼저 심는가 하면, 손이 큰 참가자들은 흙을 너무 많이 담아 장난 담긴 말투로 "욕심쟁이!"라며 혼이 나기도 한다.

"선생님! 질문이요!" 궁금증이 생긴 한 참가자는 몇 번의 부름 끝에 질문의 기회를 얻었다. "물은 얼마나 줍니까?" 화분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돌볼 걱정이 먼저다.

임효옥씨는 "성격도 급하다"며 "다육식물은 물을 품고 있어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된다. 특히 겨울철에는 추우면 (식물이 품고 있는 물이) 얼어버리기 때문에 조금 수분이 부족한 상태가 낫다"고 설명한다. 또 금은정씨는 "잎이 떨어지면 버리지 말고 그대로 둬 보라. 마르면서 거기서 뿌리가 나는데, 그대로 화분에 다시 심으면 똑같이 번식한다"고 방법을 알려줬다.

거름망을 깔고 몇 종류의 흙을 순서대로 채워 넣은 후, 포트를 조물조물 만지고 핀셋을 이용해 식물을 집어 옮긴 후 장식까지.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이렇게 보이는 과정 외에도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선생님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듣고 관찰하고, 지금 행하는 과정이 맞는지 계속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깃든 화분이라 생명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어떻게 돌봐야 할지' 걱정되는 게 당연하다.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쉼터교실 꽃꽂이 수업 현장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쉼터교실 꽃꽂이 수업 현장 ⓒ 월간 옥이네
 
보라색, 분홍색, 빨간색 각자 좋아하는 색의 꾸밈 돌을 올려 드디어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화분이 완성됐다.

"집에 가져가 잘 길러야지유. 평생 안 해본 것 해보니 좋아유. 꽃을 이렇게 보고 만지면 마음이 편안해지구유."

김홍연(76, 안내면)씨의 빈 옆자리에는 또 다른 화분이 놓여있다. 오늘 함께 오지 못한 동반자의 화분까지 챙겨 만든 것. 두 화분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예쁘네"라고 말하는 그는 화분에 오늘을 담아 소중함을 선물할 예정이다.

치매안심센터 정화영 주무관은 "꽃꽂이 등 원예 활동이 정신적 안정감과 인지 강화에 도움이 되어 치료로도 활용되고 있어서 꽃꽂이를 프로그램에 도입했다"고 프로그램 구성 의도를 전했다.

인지 강화를 위해 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는 치매환자쉼터교실은 치매 확정을 받은 환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월·수·금, 화·수·목으로 나누어 진행되며, 꽃꽂이 수업 외에도 교구를 이용한 수업, 미술 수업 등이 있다.

월간 옥이네 2020년 11월호(통권 41호)
글 소혜미
사진 박누리·소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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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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