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에 지역언론의 선거보도도 활발해 지고 있는데요.
보궐선거 D-100일을 기점으로 지역언론에선 부산시장 적합도, 정당지지도 등을 물어본 여론조사 결과가 연이어 보도됐습니다.
후보 순위매기기·가상 양자대결 치중한 경마식 보도 여전
부산일보는 YTN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D-100일에 맞춰 12월 28일 자 1면에 실었고, 이어 1월1일에 다시 한 번 한국지방신문협회 여론조사 결과를 <부산시장 與 김영춘·野 박형준 '부동의 1위'>(1/1, 1면)라는 제목으로 실었습니다. 국제신문은 2020년 마지막 신문인 12월 31일자 1면 머리기사로 여론조사 결과를 올렸습니다. 또 KBS부산과 부산MBC는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신년기획이라 소개했습니다. D-100일, 연말, 신년과 같이 분수령이 되는 시기에 맞춰 4.7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지역민심의 향방을 전한 건데요(표1 참조).
세 여론조사의 설문 문항을 살펴봤는데요. 부산일보의 여론조사는 총 9문항으로 이중 4개의 문항에서 후보자·정당 지지도를 물었습니다. 가덕신공항 찬반 여부, 코로나19 정부 대응 평가를 묻는 문항이 들어갔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KBS부산과 부산MBC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총 13개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었는데요. 9문항을 후보자·정당 지지도를 묻는데 할애했고, 그중에서도 5문항은 가상으로 두 후보자 간 대결구도를 형성해 지지여부를 물었습니다. 세 여론조사 중 가장 많이 가상대결구도를 형성했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후보자 자질과 정책 현안에 대한 문항이 각각 1건 씩 있었습니다.
국제신문의 여론조사는 총 8문항으로 7문항에서 후보자·정당 지지도를 물었고 이중 3문항에서 가상대결에 대해 물었습니다.
세 여론조사 모두 전체 문항 중 절반 이상을 후보자 지지도를 묻는데 할애했는데요. 특히나 후보군이 명확하게 결정되지도 않았고 공약도 드러나지 않은 시점에서 인지도를 기반으로 여야 대결구도를 가정해 후보자 간 우위를 물어본 것은 성급합니다. 이런 여론조사 유형은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합니다.
오차범위 내 접전에 순위 매긴 국제신문
각 언론사가 여론조사 결과 중 가장 먼저 소개한 문항은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였습니다. 모두 기사의 헤드라인에서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가 높게 나온 순서대로 나열했다는 공통점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이중 국제신문만 박성훈 경제부시장(여론조사 기간 기준)을 제목으로 올렸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국제신문 <박형준 28.3% 김영춘 16.9%…박성훈 급부상>(12/31)은 "박성훈 부시장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대상에 포함됐으나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에서 7.8%의 의미 있는 지지율로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는 서술과 함께 이를 헤드라인에서는 '박성훈 급부상'이라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여론조사의 신뢰수준은 ±3.1%포인트이기에 사실상 박성훈(7.8%), 유재중(4.9%), 이진복(4.8%), 박민식(4.6%)까지는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 보는 게 정확한 해석인데요. 그럼에도 국제신문의 해당 기사는 박성훈 부시장을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3위'라 순위를 매겼고, 이를 헤드라인으로까지 올려 강조해 결과적으로 박성훈 부시장을 띄워준 셈입니다.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 문항 후보, 세 여론조사 모두 달라
부산일보·YTN, 국제신문, KBS부산·부산MBC가 실시한 여론조사의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 문항이 포함하고 있는 선택지(출마 거론되는 인물) 간에는 차이가 있었는데요.
부산일보는 김영춘, 노정현, 박민식, 박인영, 박형준, 변성완, 유재중, 이언주, 이진복, 전성하, 정규재, 최지은을 제시했습니다. 박성훈 경제부시장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국제신문은 김영춘, 박성훈, 박형준, 박인영, 변성완, 이언주, 이진복으로 세 여론조사 중 가장 적게 인물을 거론했는데요. 가장 먼저 예비후보등록을 마친 노정현 후보를 비롯해 유재중, 박민식, 전성하, 정규재 등은 출마 선언을 했음에도 전체후보 적합도 선택지에서 빠졌습니다.
KBS부산과 부산MBC는 김귀순, 김영춘, 노정현, 박민식, 박성훈, 박형준, 변성완, 오승철, 유재중, 이언주, 이진복, 전성하, 정규재, 최지은을 제시했습니다. 앞선 두 여론조사와 비교해 볼 때 박인영 시의원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세 여론조사 모두 '출마가 거론되는 다음 인물', '출마 예상자'라는 표현으로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에 대해 물어봤으나, 출마선언 한 인물은 빠지고 현직 고위공무원은 포함되는 등 어떠한 기준으로 해당 인물들이 제시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지역언론이 선택한 지역의 주요 현안, 도시계획 분야에 국한
부산일보·YTN, KBS부산·부산MBC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문항도 포함했는데요.
부산일보는 '귀하는 다음 부산 지역의 현안들 중에, 차기 부산시장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 아래에 가덕신공항 추진, 북항 재개발, 부산울산경남 행정통합, 동서부산 균형발전, 해양수도 추진, 2030 엑스포 유치라는 선택지를 제시했습니다. 이중 가덕신공항 추진 선택지는 찬반여부를 묻는 다음 문항으로 이어졌습니다.
KBS부산·부산MBC는 중점 현안으로 가덕신공항 건설, 동·서부산 균형발전,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추진, 북항 재개발, 2030년 엑스포 유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 부산금융중심지 육성,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을 제시했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만 제외하면 두 여론조사 모두 지역의 주요 현안으로 도시 계획·개발과 관련된 분야에 치우쳤습니다. 부산시민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역의 현안을 알고자 했다면 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질문이 나왔어야 합니다. 지난해 지역언론이 주요하게 제기 했던 '먹는 물 문제', '원전·8부두세균실험 안전성 문제', '성평등 정책 부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문제' 등은 빠졌습니다.
4.7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석 달 앞둔 시점에서 지역언론은 이번 보궐선거가 왜 치러지게 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덕신공항 추진이 미흡해서도 북항재개발이 더뎌서도 아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또한 이번에 선출될 시장이 이끌어 갈 부산시정의 상황은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를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 도시개발 이슈와 함께 부산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이슈도 선거아젠다로 적극 설정해 나가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