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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촛불시집' <이승의 영마루에서 오늘도 꿈을 꾼다>가 출간됐다. 출간 일을 삼일절에 맞추려고 건강치 못한 몸으로 무리를 했지만, 삼일절에 책을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시집의 마지막 글인 '편집후기'를 삼일절에 마쳤으므로 시집의 발간일자를 2021년 3월 1일로 표기했다.

내 촛불시집에는 총 68편의 목적시들이 담겨 세상을 보게 됐다. 면수는 290면인데 시집치고는 꽤 두꺼운 편이다. 이 68편의 시들을 3부로 나누었는데, 1부에는 '영원불멸의 기운을 안고/다시 불씨를 피우려는 마음'이라는 중간 제목을 붙였다. 2부는 '진실한 마음으로/축시 헌시 추모시'로 가름했다. 3부에는 '눈물 어린 눈으로/문학청년 시절의 시들―50여 년 전의 시간 속으로'라는 말을 새겼다.

1부 24편의 시들 중에는 촛불혁명 당시 촛불집회 현장에서 낭송했던 시들이 다수를 이룬다. 그리고 나래를 접듯이 격동적인 춤새를 멈추고 평안히 앉아 시상을 가다듬어 지은 근년의 무겁지 않은 신작시들을 여러 편 수록했다.
    
2부는 '진실한 마음으로/축시와 헌시, 추모시'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런저런 역사 현장과 삶의 현장, 그리고 행사장 등에서 격정적으로 낭송했던 22편의 목적시들을 담았다.

3부는 '눈물 어린 눈으로/문학청년 시절의 시들―50여 년 전의 시간 속으로'라는 석 줄 팻말을 걸고, 그 밑에 22편의 시를 담았다. 시들 다음으로는 한 편의 시 관련 에세이와 윤성희 문학평론가의 평설을 실었다.

병마와 싸우며 출간 작업을 하다  
 
촛불시집 표지 촛불시집 앞 표지
촛불시집 표지촛불시집 앞 표지 ⓒ 지요하
 
'편집후기'에도 적었지만, 3부로 가름한 시들을 놓고 잠시 고민을 했다. 애초엔 그 시들을 '유고작품'으로 남겨 두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훗날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앞섰고, 또 훗날 남의 손으로 폐기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따라왔다. 결국 50여년만의 공개 쪽을 선택했다.

3부 22편의 시들 중에서 두세 편은 1991년 <흙빛문학> 15집 (창립 10주년 기념 '창립회원 특집')에 발표하기도 했지만, 20여 편은 온전히 최초 공개다. 어쩌면 이번 시집이 50여 년 전의 시들을 공개 또는 방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나를 거들었다.
        
시마다 '주석'을 달았는데, 낭송시들은 낭송 일자와 낭송 장소, 그리고 행사 이름 등을 명기했다. 3부는 시마다 시가 보여주거나 유추케 하는 50여 년 전의 생활상, 주변풍경, 애환 등을 상기하며 간단명료하게 기록했다.

50여 년 전에 지었던 시들, 오래도록 골방 어딘가에 묻혀 있었던 시들을 찾아 읽어보고 편집 작업을 하면서 50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 찔끔 눈물이 나기도 했다. 늘그막에 제대로 시간 여행을 한 셈이다.

또 시를 짓고 시집을 낼 수 있을까

건강이 온전치 않아 이번 촛불시집이 내 평생의 마지막 작업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만약 이 촛불시집이 내게 어떤 계기를 가져다 준다면 나는 잔명을 유지하면서 소설은 짓지 못하더라도 시작은 좀 더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온전히 지병이 되어버린 듯 무시로 나오는 코가래와 허리 통증에 시달리면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나는 시집 마지막 글인 '편집후기'를 쓰면서도 최선을 다 했다. 여러 번 고치고 보충도 했다. 편집 완료된 전체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는 순간까지 붙잡고 늘어졌다. 그랬어도 미흡한 구석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살아가면서 간혹 떠오르는 시상을 붙잡고 간종그려 시를 짓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나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것으로 믿는 영감과 창조의지, 선한 의지, 내 정신자락에서 생겨나는 모든 작품들을 사랑하고 싶다. 오늘 비록 코 가래와 허리 통증에 시달릴망정, 그리고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지하는 신세일망정 '생각의 창'과 '양심의 길'을 계속 추구할 것이다.

내 안에서 영원불멸의 기운이 작동하고 있음을 굳게 믿으며…!    

2021년 3월 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촛불혁명,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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