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훅 갈 수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초선, 경기 성남분당갑)은 국민의힘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든지 '리콜'될 수 있는" 정당이고, "1년 외상으로 지지를 받은 것"일 뿐이라고. "그 지지 또한 우리에게 영원히 머물 게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혁신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말이다.
오랜 기간 MBC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9시 뉴스 진행자를 맡았던 그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제1부대변인을 맡으며 공직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후 MBN을 통해 뉴스 진행에 복귀한 그는 '보수 통합'의 기치를 내걸었던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대변인으로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다. 지난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는 가운데 , 미래통합당 간판으로 수도권에서 깃발을 꽂은 몇 안 되는 의원 중 한 명이 김은혜 의원이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패배의 충격 속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고, 당선된 지 얼마 안 된 그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입'이 됐다. 보수 혁신을 외치며 개혁 보수의 길을 주장했던 그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변화를 대변하게 된 것. 임무를 마친 그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임기를 마치고 당을 떠나면서 함께 대변인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제 그는 이전보다 더 분명하고 힘 있는 어조로 이야기했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이미 다다른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자고. 그것이 '갈라파고스'에 갇힌 채 '우리들끼리의 진화'에 머물러 온 정치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포스트 김종인 체제를 맞아 자강이냐 통합이냐 설전에 빠진 국민의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대위의 입이 아닌 김은혜 개인의 생각이 궁금해 지난 15일 그를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김종인 비대위, 우리가 가야 할 좌표를 설정해줬다"
-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 자리에서 내려왔다. 소회가 어떤가?
"그만둬야 될 때 그만뒀다고 생각한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비대위 체제가 끝나면 물러나야 할 자리였다. 진퇴를 분명하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지역구에 갔더니, 지역구 어르신들이 '가출했던 장녀가 돌아왔다'라고 하더라. (웃음) 함께 웃었는데, 모골이 송연해지더라고.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숙명과 송구함이 범벅이 됐다."
-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개인적으로 어떤 평가를 내리는가?
"우리가 가야 할 좌표를 설정해준 비대위다. 우리 당은 그간 익숙함에 안주해 있었다. 국민 분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가 약자, 힘 없는 분들의 편인지. 그렇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정확히 하지 못했다. 김종인 비대위는 우리가 바라봐야 할 시선, 챙겨야 할 민생의 현주소를 내놨다. 그래서 그 좌표를 설정했던 비대위다. 이른바 '약자와의 동행'이라든지 '경제혁신'을 내세우지 않았나.
일명 기득권 정당으로 불리던 과거에는 플랫폼 노동자, 인권, 여성, 환경 등이 굉장히 낯선 분야였고, 우리가 살피지 못했다. 그렇지만 전국정당 그리고 수권 정당을 꿈꾸고 있다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고 시선을 둬야할 곳이다. 그런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비대위였다."
- 비대위의 성과 덕분에 이번 4.7 재보궐선거에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절반은 동의하고, 절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국민들께서는 우리가 잘해서 뽑아준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우리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승리이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오만을 심판하실 때, 그 도구로 저희를 활용하신 거다. 다만, 어슴푸레하게 '아, 이 당에 다시 한 번 공정과 정의 그리고 이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그런 정당이라고 믿음을 줘도 될까?' 하며 살짝 마음을 내비친 거라 생각한다. 완전히 돌아오신 게 아니다. 우리가 승리에 취해서는 안 된다."
-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특히 청년 세대와의 접촉을 늘린 게 눈에 띈다. 실제 투표장에서도 청년 세대의 국민의힘 지지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청년들을 특히 많이 만났다. 유세장에서 2030세대 청년을 만나보면서 깜짝 놀랐다. 청년들이 우리 세대보다 훨씬 성숙하고 나라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그리고 청년들의 말이 구구절절 옳지 않았나. 함께 연단에 설려고 준비했던 저희 정치인들을 오히려 고개 숙이게 했다. 우리가 그 청년세대에 철저히 배웠고, 그들이 우리에게 죽비를 들었다고 생각한다.
청년의 언어로 나왔던 목소리는 역사적으로 늘 옳았다. 늘 그들은 맞았고 당당하다.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제 미래세대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정상으로 되돌려야 하는지 그리고 이 미래는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말이다.
청년들을 보며 많이 반성했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한 게 얼마나 오래됐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과거를 이야기했지, 어느 누구도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청년들이 우리에게 숙제를 던졌다. 그 과제를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든지 '리콜'될 수 있다. 1년 외상으로 지지 받은 것이다. 그 지지 또한 저희에게 영원히 머물 게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도로 새누리당'으로 안 돌아가... 국민 입맛에 맞는 식단 발굴해야"
- '리콜'을 방지하기 위해서, 국민의힘이 지금 해내야 될 과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실천하지 않고는 어떠한 말도 허무한 수사가 될 것 같다. 민주당이나 우리 당이나 모두 총선 이후에 어쩔 수 없이 겪고 갈 수밖에 없는 통과의례를 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예정된 일정이 있다. 그 일정은 일정대로 밟아가되, 정당이라는 건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 시끄러움이 소음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왜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 근거란, 저는 국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의 회복에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수급에 있어서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런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게 대한민국, 이 나라가 존재해야 할 이유인데 그런 국가의 존재 의무를 방기한 것은 아닌가? 우리가 원내 차원에서든, 의원 개개인의 입법을 통해서든, 초선이든 중진이든 선수와 관계없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정책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야당성의 회복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생각의 근육'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세웠던 생각의 경계가 있었다. 생각이 다르면 잘못됐다고 우리가 손가락질 했다. 국민들 인식의 지평은 훨씬 우리보다 다양하고 넓게 펼쳐져 있는데, 우리가 우리만의 시선으로 국민을 재단하고, 의견이 다르면 틀리다고 이야기했던 타성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야당으로서 생각의 근육을 다시 키워야 한다. 과거로 돌아가면, 우리는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청년과 중도와 그리고 미래로 좌표를 맞추고 다시 위치 재설정을 해야 한다."
- '포스트 김종인' 체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지 지적이 나온다.
"우리 당이 예전에 대통령당으로 불렸다. 누군가가 명령을 하면 그거를 수명하는 데 굉장히 익숙한 당이었다. 실제로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확인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그거를 위로 반영해서 정책대안을 내세우는 데 있어서 상당히 부족했다. 오히려 위로부터 내려오는 수직적 계층구조에 익숙했던 당이다.
저희는 앞으로 뷔페식당을 차려야 한다. 국민 분들이 실제로 와서 저희를 선택하실 텐데, 국민들의 기호에 맞춰서 식단을 발굴하지 않으면, 그 입맛에 맞는 우리 나름대로의 레시피를 개발하지 않으면, 맛집은 고사하고 식당이 곧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철저하게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당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가능성을 무조건 닫고 싶지는 않다. 동료 의원들과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여당은 우리가 '도로 새누리당'으로 가기를 바랄 것이다. 많은 국민은 그렇게 가지 말라고 한다. 우리가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갈 일은 없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다시 한 번 국민을 두려워하게 됐다. 국민 목소리를 듣는 건 우리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이미 한 번 뼈저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 우리 당의 이름은 '국민의힘'이다. 나는 그 국민의힘의 당원이자 의원이다."
"합당, 실무적으로 쉬운 일 아니야... 사람에 매몰되면 안 된다"
- 당 지도부 구성부터 국민의당과의 합당까지 국민의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를 두고 여러 의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이 문제는 어디서부터 푸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하나?
"어려운 질문이다.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까? 사람에 함몰하는 순간, 그 논란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이 질문은 우리 당 안에서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우리 당을 바라보고 있는 국민의 시선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물론, 이 당에서 나오는 최근의 여러 가지 주장과 첨언들이 반드시 나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서로 각자의 의견이 분출될 때도 됐다.
변화와 혁신을 초선과 중진으로 나누는 건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런 면에서 초선들의 이야기 또한 당의 건강성을 되찾기 위한 시도로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초선이 사실 1년 전에는 시민이었다. 시민이었다는 건 우리가 정치 셈법이나 이른바 정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시선에 우리가 조금 더 가까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정교한 정치공학적 측면에서는 어색하다. 좌충우돌하고 어설프다. 하지만 여의도보다는, 여의도 바깥 세상에 조금 더 체화되어 있는, '여의도 물'이 덜 들었을 것이다."
- 그 원칙을 구체적으로 적용해보자. 지금 국민의힘의 키워드는 '자강'과 '통합'이다.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야권 통합, 또 단일화에 대한 좋은 경험을 얻었다. 늘 국민 분들한테 우리 당은 서로가 자신의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너무 골몰하는, 분열하고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권 단일화를 통해서 '아, 저 당은 뭉칠 줄도 아는구나' '아, 국민 앞에 좀 내려놓는 것도 연습하는구나'라는 부분을 보여드렸다. 이 점에서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한다.
두 당이 합친다고 하는 것은 실무적으로 봐도 보통 일이 아니다. 상당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고, 그것을 상당한 고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야권은 국민 여러분 앞에 갈라지지 않은 채로 내년 대통령 선거에 임해야 한다. 합당으로 표현하든 다른 식으로 표현하든 말이다."
- 안철수 대표와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때부터, 이 당이 과연 '자강'할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선이 내부에 많았다. 김종인 전 위원장 역시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자강을 '해야 할' 당이다. 자강이라는 건 사실 상징성이다. 그건 수적인 우위나, 또는 국민의 지지율 같은 것을 다 떠나 있는 개념이다.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네 번이나 심판받았던 당이다.
지난 총선 때 가장 뼈아픈 심판을 받았다. 그 폐허 위에 다시 이 당 세울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변화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국민 앞에서 혁신하려고 했던 당이다. 그러면 이 당의 자강이라고 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은, 그 변화와 혁신을 계속할 수 있느냐는 취지에서 던져야 한다. 자강은 과거에도 시도해왔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이게 마치 회색 코뿔소와 같다. 우리가 스스로 야당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아직 야당 DNA가 확연하게 뿌리내리지 않았다. 야당으로서의 근육, 야당으로서 '생각의 근육'이 확실하게 자리 잡혀 있지 않다.
우리 스스로부터 기득권처럼 보였던 모든 부분을 내려놔야 한다. 국민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의심스러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실제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지금 모래시계를 세워놓은 것처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정치적 수사에 자꾸 빠지지 말자.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해야 될 때가 있는데, 우리에게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
- 차기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 들어설 지도부는 뭘 해내야 하는 지도부라 생각하나?
"실질적으로 기능적인 부분은 너무 잘 아실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원내대표 선거가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국정감사를 하든, 대정부질문을 하든, 또는 입법을 하든, 여당에 맞서서 우리가 정말 국민들에게 능력을 갖추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한다. 앞의 척후병뿐만 아니라 뒤의 저격수까지 리베로처럼 뛸 수 있는, 투쟁성과 협상력까지 겸비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가진 자의 편에 섰다는, 힘센 자의 편에 섰다는 고정관념과 싸워서, '이게 아닙니다' 하고 이길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들이 우리에게 줬던 메시지를 잘 새겨서, 우리가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했던 포용을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는 리더십이 돼야 한다. 변화는 너무 식상한 말이다. 국민들이 체감할 때 '저 당이 변하고 있구나. 혁신하고 있구나'하고 보여줄 수 있는 성의는 있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이름 떼고, 다양한 변이를 받아들여야"
- 원론적인 질문이다. 김 의원은 보수정당의 국회의원인가?
"동의하지 않는다. 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이냐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다시 던져야 한다. 진보정당을 추구했던 민주당이 진보적이었나? 정말 진보의 가치를 추구했던 분들께 민주당이 그 역할을 제대로 했나? 물론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치에서 물러남이 없다. 그건 아까 말씀드린 헌법 가치, 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지금까지 일궈왔던 법치, 자유, 공정, 정의 등의 가치다.
다만,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바꿔야할 것들이 있었다. 이번에 제가 만났던 2030세대 청년들은 이념으로 나뉘어 있지 않았다. 특정 정당에 경도되어 있는 분들도 아니다. 그 분들은 그냥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의 회복을 요청했던 분들이다. 그리고 미래를 달라고 요구했던 죄밖에 없다. 청년들이 열심히 일한만큼, 성실히 산만큼 보답해줄 수 있는가? 그래서 정말로 기회가 공정하게 배분되고,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내가 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넣어줄 수 있는가? 어느 당을 탓하지 않는다. 우리 정치인 모두의 숙제다.
우리 부모들의 가르침, '거짓말하지 말고 남에게 진실로 대하고, 남이 보든 보지 않든 성실하게 일하고 노력하면 분명히 결실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그 가르침이 맞다고 증명해야 할 숙제가 우리에게 있다. 그 앞에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잣대를 들이미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 오로지 우리는 미래에 화답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 자체를 벗어나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방향 역시 보수혁신이나 보수개혁이 아닌 것인가?
"보수나 진보나 그 이름을 떼는 게 맞을 것이다. 우리가 굳이 의식하고 있지 않다. 그건 붙이기 나름인 것이지, 그 수식어에 우리가 굳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우리를 규정짓는 건 보수나 진보의 이념이 아니다. 언제 보수정당이 플랫폼 노동자를 이야기했나? 언제 보수정당이 환경과 노동을 이야기했나?
훨씬 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꾸고 있고, 보이지 않은 가상세계와 AI가 미래를 묻고,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는 세계다. 이 세계에 우리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국민들에게 지금 필요한 논쟁거리가 아니다. 국민이 들었던 정의와 공정의 촛불은 내 앞길 밝히는 데 쓸 게 아니라 국민의 앞길을 밝히는 데 쓰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더 치열하게 미래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당이나 우리 당이나 그걸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
- '보수정당'이라는 이름에 갇히지 말자는 결론인가?
"이미 국민들은 그 육지에, 신대륙에 도착해 있다. 그런데 정치만 아직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된 섬에 갇혀 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 안에서 우리끼리 진화하면 뭐하나? 정치는 미래를 앞당겨 보고자 하는 국민의 인식, 그 지평에 다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냥 우리끼리 서로 격려하고 위로해 봤자, 더 넓은 세상과 접촉하고 다양한 변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로 무장하지 않으면 폐쇄적으로 고립될 것이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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