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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 못했던, '마스크 필수'의 코로나 시대를 보내고 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그 끝도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장기전이다. 상부상조(相扶相助)하라고 배웠는데 이제는 개인의 방역을 철저히 하며, 서로를 가급적 멀리해야 하는 사회가 되었다. 반팔 티셔츠를 입고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게 좀처럼 적응되지 않던 첫 번째 여름도 지나, 어쩌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게 되면 되려 깜짝 놀라는 두 번째 여름이 왔다.

처음 코로나 시대가 갑자기 시작되고, 모두가 낯선 전염병의 공포에 떨며 문을 걸어 잠그고 회사 일도 학교 공부도 집에서 하던 1차 대유행의 시기. 비싼 값에도 구하기 힘들던 마스크를 겨우 주문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으며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점점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나만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최대한 사람을 마주치지 않으려 매일 나가던 산책은 새벽에 나가고, 평소 잘 보지 않던 TV 드라마를 하나씩 보기 시작했으며,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는 종일 말을 하지 않는 날이 생기기도 해 SNS 속 댓글창으로 손가락 대화를 이어나갔다. 삼십 대 중반이 되도록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라 생각해왔는데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적응하려고 애쓰다 보니 '어쩌면 내가 내향적인 사람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매일 아침, 서로 '기상 신고' 하는 사람들 
 
미라클모닝의 장점 매일 그림일기쓰기
미라클모닝의 장점매일 그림일기쓰기 ⓒ 김태리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코로나19의 시대를 견디고, '코로나 블루'라 불리우는 외로움을 돌보는 방법으로 작년 여름부터는 '미라클모닝'(이른 아침에 일어나 독서·운동 등 자기계발을 하는 것을 뜻한다. -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발췌)을 실천하고 있다. 그냥 일찍 일어나는 방법 말고, 매일 아침 SNS에 올려 온라인 속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그렇게 눈뜨자마자 나는 온라인 속 '만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최근엔 300일을 맞이했다. 그 사이 온라인 속 동지들도 많이 늘어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인증 사진들을 보며 손가락으로 공감과 '좋아요'를 열심히 표현한다.

미라클모닝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좋아하는 라디오, MBC FM4U의 '오후의 발견'(DJ 이지혜)에 열린 채팅방에 들어간 것이다. 전국 각지를 넘어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접속 중인 이 방에서 나는 얼굴도, 살아가는 환경도, 나이도, 모두 다른 사람들과 마치 어제도 만나고, 오늘도 만난 사람처럼 함께 살아간다. 

하루하루 바쁘게 생활하던 코로나 이전의 시대엔 그려본 적 없던 채팅방 입장이었다. 열린 채팅방은 시간 여유로운 사람들이 수다를 목적으로 모이거나, 기업 등에서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소통수단으로만 생각해왔는데, 내가 직접 들어가 본 분위기는 달랐다.

모두가 환영해줬다. 사실, 이 방에 처음 들어갔을 땐 '나는 잠시 머물다가 경험만 해보고 나와야지', '나는 채팅방에 그렇게 의미를 두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라디오를 함께 들으며 서로의 사연들에 웃고, 울고, 함께 DJ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편지를 쓰고, 아동학대방지를 위한 기부를 같이하기도 하며 추억이 쌓였다. 어느덧 나도 75명의 가족이 생겼다. 언제고 내 편이 되어주는, 무조건 '예쁘다' 해주는 좋은 사람들.

코로나 시대, 그 끝을 기약하며 

코로나 시대는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바깥세상보다 더 넓은 온라인 세상을 삽시간에 누비게 했고, 온라인으로도 모임이 가능하다는 걸 경험하게 했다.

이 시기가 잘 지나고 나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손을 맞대고 인사 나눌 그 날을 자주 상상해본다. 그렇다, 나는 오프라인으로도, 온라인으로도, 집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외향적인 사람이다. 이 시대가 잘 끝나고 나면, 함께 지났던 이 시간을 추억하며 온라인 속 친구들과 함께 직접 만나고 싶다. 결국, 코로나를 이겨낼 이 시대의 모든 용사들이여, 그때까지 잠시 온라인 속으로 안녕.

#오후의발견#이지혜#밉지않은관종언니#오발#바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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