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노트'는 <오마이뉴스> 청년기획단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를 소개하고, 편집기자의 눈길을 끌었던 부분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
"나도 꼰대가 되어가나... 그렇게 회식이 싫었는데... 한 1년 넘게 회식이 없다 보니 왠지 그리워지기도 한다... 또 막상 코로나 종식되고 회식이 잦아지면 회식하기 싫다고 그러겠지... 간사한 내 마음..." (네이버, yc30****)
회사 생활한 지 5년밖에 안 됐는데, 저도 '젊꼰'(젊은 꼰대)이 되어버린 걸까요. <오마이뉴스> 청년기획단 이은지 시민기자의
'"드디어 회식한다, 식당 예약해" 가슴이 철렁했다' 기사에 달린 수십 개의 댓글 중에서, 유독 이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토록 싫어했는데, 이젠 회식이 그립기까지 한 그 '간사한 마음'에 공감이 갔습니다.
거리두기라는 새로운 일상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재택근무를 한 지 1년이 넘어갑니다. <오마이뉴스>는 태생부터 온라인 매체인 데다, 편집기자의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에 적응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초기엔 재택근무 만족도가 200%였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과 몸을 부대낄 수밖에 없는 지옥철에서 벗어나, 헐렁헐렁한 티셔츠에 머리를 대충 질끈 묶고 5분 만에 출근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게 편했거든요.
늘 출근하자마자 아메리카노를 사러 갈 정도로 만성 피로에 시달렸는데, 재택 근무하고 나서는 모닝 커피 없이도 오전 시간이 버겁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 시달리던 어깨 통증도 씻은 듯 나았습니다. 가끔 일이 있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이면, '대체 그동안 어떻게 출근을 하고 살아온 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 만족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이 재택근무가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부터입니다.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원룸에 갇혀 일을 하다 보니, '이게 사는 건가' 싶었습니다. '팀플'보단 '갠플'을 좋아하는 저조차도 가끔은 외로웠습니다. 사무실에 나가 동료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가 그립기까지 하더군요.
물론, 이 마음은 어디까지나 '기간 한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 안에서만 유효할 겁니다. 지금이야 회식이 그립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편히 회식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회식이 싫어질 것 같은 것처럼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리두기 '때문에' 힘들고 아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거리두기 '덕분에' 좋은 점도 있을 겁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그야말로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단순히 '좋다'거나 '나쁘다'는 말로 간단히 요약할 수 없는 새로운 나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청년 시민기자들에게 '거리두기라는 일상'이라는 글감을 제안한 이유입니다.
거리두기 '때문에', 거리두기 '덕분에'
"드디어 회식한다, 식당 예약해" 가슴이 철렁했다
이은지 시민기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재택근무와 거리두기가 시작되던 당시를 '모든 것들이 낯설었'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 활동적인 일을 좋아하던 그에게 갑작스럽게 늘어난 혼자만의 시간은 '자유'라기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운' 시간에 가까웠습니다.
하릴없이 TV만 보던 그의 일상이 변하기 시작한 건,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뭐가 있었지" 되묻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이은지 시민기자가 떠올린 건 '글쓰기'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혼자만'을' 위한 시간으로 가꾸어 나가며 새로운 일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마음이 어지러운 날엔 습관처럼 메모장에 글을 적었다. 두서없이 글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졌다. 책을 읽다가도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나면 꼭 어딘가에 적어두었는데, 그런 글들을 옮겨 적다 보면 글을 쓴 작가가 내심 부러워졌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옮겨진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
'코시국' 탓만 하며 게으름 피우던 나... 이렇게 달라졌다
정누리 시민기자의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모임, 여행, 운동, 공부... 코로나19로 인해 야심 차게 세운 1년 계획들이 어그러진 후, 그는 한동안 게으름과 나태함, 그리고 우울함에 허우적거렸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이 울타리 안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뒤 자신의 일상을 새롭게 재편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합니다.
"나의 집은 새롭게 변했다. 한쪽은 미니 헬스장이 되었고, 한쪽은 강의실, 또 한쪽은 영화관이다. 어느새 나를 가두고 있던 울타리가 오히려 나를 보호해주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고립은 물리적인 감염 예방의 효과도 있었지만, 다른 면으로도 삶을 개편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두 사람은 타인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공간은 좁아졌지만 우리의 세계는 넓어졌다고 입 모아 말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거리두기'가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을 긍정 혹은 부정으로 단순하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거리두기 이후 일상의 변화를 설명하며 아쉬운 점과 좋았던 점, 무엇 하나 생략하지 않고 솔직하게 풀어냈습니다. 하나의 답을 향해 깔끔하게 달려가는 글은 아니지만, 자신이 느낀 혼란조차도 가감 없이 드러냈기에 더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10시 귀가' 아쉽지만... 거리 두는 삶, 꽤 괜찮은데요?
거리두기에 필요한 마음, '곁'을 돌보는 일
그런가 하면, 최한슬 시민기자는 자신이 느낀 '거리두는 사회'의 순기능에 대해 짚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물리적인 거리두기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두기가 생기면서 서로의 공간과 일상을 침범하는 일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겨났다는 겁니다. 최한슬 시민기자는 이를 '해방감'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냈습니다.
"예전엔 사람들과 지나치게 붙어 앉아야 해 꺼렸던 식당도 좌석 사이에 거리가 생기면서 전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가게 됐다. 또 한동안 멀리했던 영화관에 오랜만에 갔을 때, 옆자리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뜻하지 않은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반복되며, 우리가 서로 붙어 사는 상황에 너무 익숙해져 서로의 공간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한슬 시민기자의 글이 인상 깊은 건, 단순히 '거리두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최한슬 시민기자는 자신이 느낀 '해방감'에 대해 말하면서도, 소상공인 등 거리두기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을 잊어선 안 된다는 당부도 빼놓지 않습니다.
짧은 언급이지만,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곁'을 돌보는 일을 놓지 않는 사려 깊은 시각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기약없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꼭 필요한 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한 2021 <오마이뉴스> 청년기획단 1기의 활동은 이번 편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청년기획단 기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