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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주 아침나절 서재에 앉아 있는데 "따르릉" 하고 전화가 온다. "집에 계신 가요?" "네" 하고 대답을 하니 "택배입니다. 지금 올라갈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전화를 끓는다.

요즈음 택배가 오면 전화만 하고 언제 놓고 갔는지 물건을 밖에다 놓고 간다. 가면서 초인종도 누르지 않는다. 나는 나중에야 밖에 외출을 하려고 현관문을 열 때 물건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도 시간을 아끼려는 생각에서 그럴 것이다. 그분들은 촌음이 아까울 테니까.

전화를 받고 나는 얼른 현관문을 열어 놓는다. 그러고 나서 컵에다 시원한 냉수 한 컵과 마침 약국에서 사 온 드링크가 있어 같이 가져다 현관문 나가기 전 거울 앞에 놓아두고, 택배 아저씨를 기다리는데 감감무소식이다.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엘리베이터 소리, 사람 발자국 소리까지 다 들린다. 서재에서 귀를 쫑긋하고 기다리는데, 어쩐 일이지... 전화 받고 올라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올라오지를 않는다. 궁금해서 나가 보았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내가 발자국 소리를 집중하고 기다렸는데 언제 바람같이 왔다가 가셨을까. 바람처럼 빠르기도 하다. 물 한 잔과 드링크 한 병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택배 기사님들이 하루에 배달해야 할 책임량이 있다고 본 듯하다. 얼마나 빨리 움직여야 할당량을 채우는 걸까.

요즈음 더워도 너무 덥다. 차를 타고 다니면 차 속에 있는 물병이 따뜻해져 갈증을 멈추는 기능은 못할 것이다. 이런 때 시원한 물 한 잔은 정신이 번뜩 들고 갈증을 멈추어 줄 듯해서 준비한 것인데...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았나 생각을 하면서 문자를 보냈다.
 
 냉수와 드링크
냉수와 드링크 ⓒ 이숙자

"택배 기사님, 금방 택배 전해 주신 H아파트 사는 사람이에요, 택배 배달할 때 초인종을 누르지 않으시기에 현관문을 열어 놓았습니다. 이 더운 날 각 가정마다 택배 전해 주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신지요? 더위를 조금이라도 덜어 내도록 냉수 한잔 떠 놓고 현관문 열고 기다렸지만 물건만 놓고 가셨네요. 오늘도 더운 날 수고하시고 기운 내 시기를 응원합니다." 

나는 그렇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모르겠다. 답장을 받으려 보낸 문자는 아니니까. 나는 항상 생각한다. 내가 하는 말도, 내가 가지고 있던 어떤 물건도 내게서 떠나면 내 것이 아니라고. 다시 돌아오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준 만큼 받으려는 생각을 버려야 내가 편하다.

삶은 손익계산표를 버리고 살아야 내가 자유롭다. 나이 들어가면서 지키려는 나의 원칙이다. 우리가 살고 사회는 많은 사람의 구성원으로 얽히고 서로 도우면 살아간다. 나 혼자 힘으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서로가 각자의 분야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지라도 자기 맡은 바 일을 책임감 있게 하고 있을 때 사회라는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 누구 한 사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사회는 안전할 수 있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발생한 지도 벌써 1년 6개월이 넘어 2년이 가까워 온다. 팬데믹 세상이 오면서 쇼핑도 자유롭지 못하고 가족 간에 왕래도 자유롭지를 못하다. 그러므로 자연히 물건을 인터넷으로 사고 집에서도 자녀들에게 택배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택배 물량이 많아지니 수고로움이 더해지는 것은 택배 기사님들이다.

가끔 뉴스에서 과로사로 돌아가시는 분들의 기사를 접하게 되면 남의 일 같지 않게 나는 마음이 아프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최선을 다하다가 삶을 마감하는 분의 소식은 우리를 아프게 한다. 아픈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응원과 격려를 해 주고 싶다.

나는 나이 든 세대라서 인터넷 쇼핑은 즐겨하지 않는다. 그러나 딸들이 멀리 살고 있으니 가끔은 부식이라도 보내 주려 택배를 보낸다. 그럴 때 항상 그분들을 보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예전 오래전에는 택배라는 것이 없었다. 나는 딸들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 맨날 먹을 것을 버스로, 전철로 가지고 다녔다. 그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택배 기사를 볼 때면 더 고마운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세상이 천지개벽이라도 된 듯 달라졌다. 택배 요금을 줄 때는 미안한 생각까지 든다. 세상에 집으로 가지러 와서 또 받는 집까지 배달해 주니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지 감격스럽다. 우리나라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삶을 책임지는 분들은 사회 곳곳에 있다.

남편과 나는 택배를 보내고는 항상 말을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어서 우리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택배요금은 조금 더 주어도 된다고 말을 한다. 수고에 비해 배달료가 너무 적다는 말까지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힘든 일을 하는 만큼 대접받고 공정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다.

코로나가 오면서 각 분야에서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 시민들은 일상을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어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이 어려운 날들이 어서 지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개인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택배#손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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