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나왔다.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셈이다. 인스턴트 믹스부터 프랜차이즈 카페의 커피까지.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1999년 대한민국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이후 20년간 가열차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글쓴이가 전문점에서 처음 마셔본 커피가 에스프레소였다. 믹스 커피를 주로 먹다가 외국어로 쓰여진 커피를 주문해야 했을 때 우왕좌왕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많은 메뉴 중에서 뭘 골라야 할지 망설이다가 왠지 이름이 멋져 보여서 주문한 커피가 에스프레소였다. 커피를 받아 보니 소주잔 만한 적은 양에 실망했고 너무나 쓴 맛에 반도 못 먹고 좌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에 물을 타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우유를 붓고 거품을 올린 것이 카푸치노란다. 광고의 효과는 대단해서 카푸치노 하면 고봉처럼 솟아오른 수북한 거품이 떠오른다. 어떤 연예인이 구름을 커피 잔에 담아서 한 모금 마시고 입가에 거품을 살짝 묻혔던 그 선전 말이다.
지금도 커피를 잘 모른다.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현란한 외국어 메뉴를 보고 있으면 도대체 뭘 먹어야 할지 가늠이 안 선다. 필자가 카페에서 즐겨 마시는 음료는 아이스티이므로 이 메뉴가 없으면 한참을 번뇌에 빠진다. 어쩌다가 달달한 것이 먹고 싶으면 핫초코를 고르는데 메뉴에 없는 카페가 상당수라 차라리 캔홍차를 갖고 다녀야 하는지 고뇌하곤 한다.
수액 기포 속에서 헤엄치는 거품벌레
곤충 세상에서 카푸치노 저리 가라 할 만큼 영롱한 거품을 만들고 그 속에 사는 녀석이 있다. 영어로는 침벌레(Spittlebug)라고 부르는 거품벌레 종류다. 때는 오뉴월, 풀줄기에 마치 침을 뱉어놓은 것처럼 들러붙어 있는 거품 덩어리가 있다.
속을 헤집어보면 거품벌레 애벌레가 여러 마리 들어차 있다. 녀석들은 식물의 줄기에 꽁무니를 박고 스며 나오는 수액을 이용해 버블을 만들어낸다. 만져보면 약간 끈적인다. 거품벌레는 이 속에서 천적과 직사광선을 피해 자라난다.
어른벌레로 탈피를 할 때는 몸을 감싼 거품을 터뜨려서 이글루처럼 속이 비게 만든다. 애벌레 때는 기포 속에 몸을 숨기고 꽁무니로 숨을 쉬지만 탈바꿈을 한 뒤에는 이 공동에서 호흡을 하며 몸이 굳기를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 색깔이 진해지고 성충으로서의 제 모습을 갖춘다.
다 자란 거품벌레는 높이 뛰기 선수다. 초속 4.7미터의 속도로 점프해서 자기 몸 길이의 115배로 솟구친다. 곤충 연구가 진행되면서 높이 뛰기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가장 높이 뛰는 곤충은 벼룩이었다.
3mm 크기의 벼룩이 30cm를 넘게 뛰어오르니 이 부분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몸 길이 6mm 정도의 거품벌레는 무려 70cm까지 점프를 할 수 있다. 인간으로 치자면 63빌딩을 한 번에 넘는 셈이다. 그래서 거품벌레 성충의 영어 이름은 개구리뜀벌레(Froghopper)라고 한다.
생태에서 알 수 있듯이 대량 발생하면 그을음병이나 시들음병을 일으켜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케임브리지대의 동물학 교수 말콤 버로우즈(Malcolm Burrows)는 가라지거품벌레(Philaenus spumarius)를 연구했다. 거품벌레의 가슴 근육은 몸무게의 11퍼센트나 차지하기 때문에 심줄을 수축시켜 매우 빠른 속도로 점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자기 몸무게 400배 이상의 중력을 견디는 셈이다. 벼룩은 135배이고 사람은 기껏해야 3배 정도의 중력이 한계다. 성충으로 활동할 때는 워낙 빠르게 움직이므로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가을에 접어들어 짝짓기를 한 뒤에는 활력이 떨어지므로 이때가 살펴볼 수 있는 적기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