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장은 우리가 만든다."
"대검에 (고발장을) 접수해라. 나는 빼고 가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
"방문할 거면, 거기가 (대검) 공공수사부 쪽이니까 거기에 전화 해놓겠다."
"(고발장을) 그냥 내지 말고 왜 인지 수사 안 하냐고 항의를 해서 대검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하라."
"제가 (고발장 접수하며)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전 쏙 빠져야 한다."
김웅 의원이 지난해 4월 3일 조성은씨와 통화하며 했다는 말들이다.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씨 휴대폰에 남아 있던 김 의원 간 통화 녹음파일을 복구했고 이후 6일 언론 보도를 통해 위 같은 대화 내용들이 알려졌다.
먼저 김 의원이 고발장 접수처로 "대검" 혹은 "공공수사부"를 거론했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김 의원에게 건넸다는 고발장 두 개(4월 3일, 4월 8일) 모두 맨 끝에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귀중"이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 고발장 수신처 '대검 공공수사부장' 친윤? 반윤?... 징계결정문의 힌트 http://omn.kr/1v4t6)
이는 고발장 작성자 혹은 지시·전달자의 의중이 김 의원에게 전달됐거나 김 의원과 맞아 떨어졌고 그 내용이 그대로 조씨에게까지 전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손 검사가 고발장 전달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김 의원도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발언해온 상황에서, 김 의원이 "대검"과 "공공수사부"를 거론했다는 점은 그간 두 사람이 해 온 주장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김 의원이 "서울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고 한 점은 그동안 조씨가 해왔던 말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그동안 조씨는 김 의원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은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해왔기 때문이다.
고발장이 작성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고 있던 이성윤 검사장이었다. 고발장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접수되면 윤 총장 입장에선 해당 사건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이를 김 의원과 고발장 작성자 혹은 지시·전달자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손 검사의 당시 직책이 검찰총장과 뗄 수 없는 관계인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따라서 무엇보다 김 의원이 말한 "우리"의 의미를 알아내는 게 중요해졌다. 문제가 된 시점에 김 의원은 검찰에서 나온 지 세 달 정도 된 국회의원 후보였다. 김 의원이 함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소속돼 있던 조씨를 상대로 "고발장은 우리가 만든다"는 표현을 썼다는 건 분명 이례적이다. 김 의원이 검찰과 미래통합당 사이에서 '비둘기(중요한 내용의 전달자)' 역할을 한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의원이 "(고발장을 접수할 땐) 전 쏙 빠져야 한다"고 말한 점은 자신이 '비둘기'임이 들통나는 것, 나아가 비둘기의 존재 자체가 알려져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김 의원이 지칭한 "우리"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이제 "우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우리"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밝혀내는 게 공수처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