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아마 이동재가 이제 양심선언 하면, 바로 키워서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검찰·공수처가 확보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조성은씨의 2020년 4월 3일 녹음파일에는 김 의원이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동재 채널A 기자를 언급한 대목이 담겨 있다.
특히 이 대목에선 당시까진 알려지지 않았던 '이동재의 양심선언'이란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의원이 이른바 '손준성 보냄 고발장'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된 내밀한 정보(이동재의 양심선언 계획)까지 파악해 정치적으로 활용할 계획도 조씨에게 전한 셈이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이건) 제2의 울산사건이다"라는 말을 이어가며 자신의 의도를 재차 강조하는 모습도 녹취록에 담겨 있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고발사주'를 통해 여권을 공격하려는 것을 넘어 당시 검언유착 의혹 보도로 위기에 처한 '윤석열 검찰'을 야권이 나서 적극 비호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동재 양심선언' 시나리오, 이후 채널A 자체보고서에 언급된 미실현 계획
김 의원과 조씨의 통화가 이루진 4월 3일은 3월 31일 MBC 보도로 검언유착 의혹이 막 불거진 직후다. 때문에 '이동재의 양심선언'은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정보였다. 김 의원이 이 내용을 어떻게 알고 조씨에게 전달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참 후에 드러난 채널A 자체 조사결과보고서(2020년 5월 21일 공개) 내용을 통해 '이동재의 양심선언'이 무엇인지 추정해 볼 수 있다. 채널A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작성한 해당 보고서에는 이동재 기자의 휴대폰·노트북에서 나온 '반박 아이디어'란 문건이 등장한다.
거기엔 '다른 기자를 시켜 한동훈 검사장(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과 비슷한 목소리로 녹음한 뒤 제보자X(검언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인물)에게 이를 다시 들려주고 녹음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즉 이 기자 스스로 '내가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짓을 했다'는 식으로까지 거짓말을 해 한동훈 검사장과의 관계를 부인하면서 검언유착 의혹을 피해가려고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계획은 최종적으로 실행되진 못했으나, 김 의원이 조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시점까진 살아 있는 시나리오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김 의원이 같은 날 조씨와의 통화에서 한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녹음파일 속 김 의원은 "그 목소리는 이동재하고 한동훈하고 통화한 게 아니고 이동재가 한동훈인 것처럼 다른 사람을 가장을 해서 녹음을 한 거예요"라고 말한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보낸 '손준성 보냄 고발장'에도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고발장에는 "사실 한동훈 검사장은 채널A 기자를 시켜 이철에게 유시민 이사장의 비리를 진술하라고 설득한 사실이 없었고 지○○(제보자X)는 한동훈 검사장의 음성녹음을 청취한 사실도 없었다"라고 적혀 있다.
특히 고발장에는 제보자X의 과거 범죄 전력을 거론하며 제보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대목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 고발장과 함께 검사를 비롯한 수사기관 및 사법부에서만 입수할 수 있는 제보자X의 '실명 판결문'이 전달되기도 한다.
문제는 당시까진 공개되지 않았던 '이동재의 양심선언'과 관련된 정보를 김 의원이 어떻게 접했느냐는 것이다. 4월 3일 당시 이 정보를 알고 있을 만한 이들은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들 정도일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와도 직접 연결될 수 있다.
2020년 12월 작성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윤 총장 징계결정문에는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3월 31일 오후 7시 50분) 전후로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이 11차례 전화통화를 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한 검사장과 권순정(당시 대검 대변인)·손준성(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검사가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53회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온다. 김 의원-조씨 사이의 전화통화가 있었던 이틀 전(4월 1일), 하루 전(4월 2일)에도 윤석열-한동훈 전화통화 29회, 한동훈-권순정-손준성 단체 카카오톡방 메시지 75회가 오간 것으로 적혀 있다.
<오마이뉴스>는 김웅 의원 및 의원실 측에 전화·문자메시지로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통화했던 내역 자체도 기억이 잘 안 나기 때문에 저도 가서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 심정"이라며 "구체적인 (통화) 내용 자체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고 수사기관에서 제게 전체적인 내용을 알려준 바도 없다. 그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