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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여성가족부폐지가 없었으나 소위 이대남 여성혐오로 대통령이 당선된 국민의힘은 여가부폐지안을 발의하였습니다. 기본 여가부 관련 사업도 다른 부처와 같이 하는 방식으로 업무 분장을 하여 여가부의 실질적인 힘을 뺄 뿐 아니라 여가부 폐지 법안 상정까지 한 것입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구조적 성차별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에 여성,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여성가족부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은 다양한 위치에 처한 사람들에게 성평등 전담기구가 왜 필요한지를 연재합니다.[편집자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청소년의 삶에서 여성가족부는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났다. "여성가족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인권이나 페미니즘에 관한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이 정도 수준인 듯하다. 실제로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인수위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서 여가부가 단독 주관부처인 과제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고, 성평등 정책 총괄부서 업무는 전혀 없는 상태였다.

윤 대통령이 "인구대책과 가족정책을 중점으로 다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구조적 성차별'에 대해 "여가부가 조금 더 미래지향적인 부처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숙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그 '미래'는 도대체 어떤 모습인가?

김현숙 장관은 장관직 임명 이전에도 줄곧 저출생 등 인구 문제 해소에 대한 논문을 작성해오며, 사회적 불평등과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축소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 속에서 우리 사회와 정치는 '인구 문제 해결'을 가장 최우선의 과제로 지정하며, 언제나 소수자의 삶을 그 '미래'로 유예해왔다.

여성과 청소년이 사회 안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나중"일 것이며, 이들의 삶의 요구는 언제나 너무 이른 것으로 취급되어왔다. 하지만 여성과 소수자들은 미래 인구가 아닌, 현재에 살고 있는 시민이다. 이들이 현재에 평등할 수 없다면, 당연히 미래에도 평등할 수 없다.

2001년, 창설 이래 여성가족부는 언제나 논란과 비난, 루머의 대상이었다. 특정 과자가 여성의 성기 모양을 닮았다며 여가부가 판매 금지를 요청했다는 말도 안 되는 루머부터, 여가부의 특정 사업 예산이 아닌 성평등 관점 분류 기준일 뿐인 '성인지예산'이 30조 넘게 '페미니스트'를 위해서만 쓰인다는 소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성인지예산'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에 "그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 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말하며 루머를 굳건히 하는 데에 일조하기도 했다. 게다가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해 협소한 권한과 예산 속에서 부처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목표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가부는 특별성별영향 평가를 한 뒤 해당 기관에 정책 개선 권고를 할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불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개선 권고가 이행 완료된 비율이 2017년은 63.5%, 2018년은 54.8%으로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여성가족부는 '여성'의 삶을 더 평등하게 만들기 위한 정부 부처이지만, 동시에 여성의 삶만을 낫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의 삶은 언제나 어느 정도 여성가족부에게 기대어 만들어지고 있다.

<여성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 2014년 개정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법률에 근거해 지원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전국 202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개소해 학업을 계속 이어가려는 청소년을 상대로 검정고시 이수 등 기초학습역량 지원과 대학생 학습멘토 지원 등 상급학교 진학을 지원 중이다. 또 취업 희망 청소년 대상으로는 직업훈련 과정 연계, 취업 지원, 자격증 취득 지원 등을 하고 있기도 하다. 

지원 주체가 다르다 보니 학교 안팎의 청소년 사이에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와 별개로 이후 대책 없이 당장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나 제도를 총괄하고 있는 부서가 사라진다는 것은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수호 사이, 전환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의 기능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어가고 있는 현재, 여가부가 분명히 해내고 있는 일에 대해 확인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의 존폐 여부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려있는 지금, 여성가족부의 기존 역할과 관점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역시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는 "유해환경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위기청소년 등의 보호·지원", "아동·청소년 등의 성보호" 등의 업무 계획 등의 주요 업무를 내세우며, 청소년의 권리 보장이 아닌 피해 예방과 청소년의 "건전한" 인식 조성에 힘써왔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엄연히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안인 셧다운제 역시,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10년간 유지되는 것이 가능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셧다운제를 폐지 및 축소하고자 하는 법안 발의가 있었으나,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현행 셧다운제는 최소한 건강한 청소년 성장을 위한 제도로 의미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소년의 권리와 행복추구권을 차등적인 것으로 밀어두고, 청소년을 "정상가족의 일원이자 "'미래 인구'로서 건전하게 성장해야 하는,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설정하는 여성가족부의 현재 관점의 정책과 복지는 이미 많은 한계를 내포해왔다. 이는 결국 청소년의 현재 삶이 어떤지 살피고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청소년이 자신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고, 살아갈 권리를 '유해하고 불건전한 것'으로 지정하며 박탈해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6월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는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 그런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다.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청소년을, 청소년의 삶을, 교육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너무나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성을 인구대책 속 가임인구로서, 청소년을 산업 발전에 필요한 예비 인재로서만 인식할 때 비로소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폐지라는 주장은 가능해진다.

또한 이러한 맥락 속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주례 간부 간담회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를 위한 관련 사안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110대 국정 과제에도 지속적으로 포함되어왔다.

하지만 사건 처리된 전체 소년 범죄자 중 14세 미만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2.8%에서 2016년 0.1%로 지속해서 감소했을 뿐더러, UN 아동권리위원회는 가입 국가들에게 형사책임 연령을 오히려 상향할 것을 권고하며 아동인권에 대한 국제인권 기준을 강조하기도 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강력히 밀어붙이는 윤석열 정부에게는 소년범을 양산해내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고민, 청소년이 특정 규범을 벗어나면 곧장 불법적인 존재가 될 수 밖에 없는 맥락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결국 윤석열 정부가 목표하는 '미래 인재'로서의 규범에 어긋나는 청소년들을 더욱 강하게 엄벌하겠다는, 규범 바깥의 더 많은 이들을 낙인찍겠다는 엄포일 뿐이다.

현재의 여성가족부는 '페미니스트를 위한 부서'라는 오명을 벗는 일에 급급하는 것이 아닌, 폐지론의 강화 속에서 여성가족부의 필요가 출발한 소수자들의 목소리와 삶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지 말라"는 요구는 여성가족부를 절대적으로 수호하거나 완전히 폐지해야한다는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이전의 모습 그대로 수호되는 방식의 유지가 아니라, 비판과 논쟁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목표 설정과 관점의 전환을 요구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기존의 획일된 목표 설정 속에서 때로는 억압과 권리 침해의 선두에 섰던 여성가족부가 아닌, 성평등과 청소년 인권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소수자들의 삶을 바꿔나가는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과 변화에는 당사자인 여성과 청소년의 목소리가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한다. 그것이 우리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다.

#여가부#여성가족부#여가부폐지#청소년인권#청소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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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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