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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51일째인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 인근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51일째인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 인근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 연합뉴스
   
거제도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에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합니다. 경찰이 공장에 난입하고, 에어 매트가 설치되고, 경찰 헬기가 상공을 날고 있다고 합니다. 전쟁 전야인 듯합니다. 어떤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일입니다.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려는 무모한 선에 서 있습니다. 결국은 자멸의 길입니다. 어렵사리 쌓아 올린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보편적 상식을 짓밟는 폭거입니다.

세계조선산업 수주 1위라는 굴지의 준 공기업에 다니는 20년 차 조선소 숙련노동자 임금이 2022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 초임사원 평균 임금 5084만 원보다 1500만 원 정도 적습니다. 그동안 불황이다, 코로나19다 하며 7만 6천 명의 비정규직을 잘라내고, 남아 있는 비정규직들에게 임금의 30% 이상을 강탈해 간 까닭입니다.

그런데 이들 때문에 갑자기 한국경제가 위태롭고, 국가경쟁력이 위태롭고, 조선 산업이 위태롭고, 정규직 일자리가 위태롭답니다. 그간 조선산업의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들고, 대우조선 정상화에 대해서는 어떤 역할도 못해 온 산업은행과 정부, 국가의 책임은 묻지 않고 고통을 전담해 온 비정규직들이 더 이상 못 살겠다고 목숨 걸고 호소하자 강제 진압하겠다고 합니다.

비정규직들의 파업 영향으로 대우조선이 입은 손해액이 70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반면, 대우조선 비정규직 1만 5000여 명 전체에게 뺏어갔던 임금을 전액 복원해줘도 연 1000억 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대우조선 원청과 산업은행, 정부 등이 실질적 사주인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하기 위해 들러리로 세워 둔 하청업체 바지사장들. 그들이 교섭 타결을 거부하는 까닭은 이 손해에 대해 비정규직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산업은행 등 대주주들로부터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당한다는 이유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평화적인 교섭을 통해 진작 비정규직 요구를 들어주었으면 6000억 원의 손해가 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정부와 사측 논리대로 대우조선이라는 준 공기업에 이 어마어마한 손해를 끼친 책임을 묻자면, 비정규직에게서 그간 뺏어간 임금 1000억을 주지 않으려고 이런 사태를 야기하고 50여 일 만에 6000억 이상의 손해를 입힌 원청과 실질적 사주에 다름 아닌 산업은행, 그리고 그 산업은행을 관리하는 대통령에게 물어야 합니다.

무능과 과실로 이렇게 많은 사회적 갈등비용까지 만들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 산업은행에 '업무상 배임'을 물어야 상식 아니겠습니까? 

교섭의 실제 당사자가 누구인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권우성

그런 가이드라인을 대통령과 5개부처 장관이 지시하고 나섰습니다. 그렇게 교섭 과정에 당사자로 개입하고 싶다면 앞으로 교섭장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행안부 장관,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 그리고 산업은행장이 직접 들어와 앉아야 합니다. 

법이니 뭐니 간지러운 얘기하지 말고, 뒤에서 부당한 지침 내리며 하청업체 사장들 꼭두각시 노름 만들지 말고, 실제 교섭 자리에 대통령과 정부가 앉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명료해집니다. 이 교섭의 실제 당사자가 누구인지, 누가 비정규직의 권익 향상을 막고 있는지.

수십 년간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분쟁이 있어 왔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다 보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국가 헌법의 중심에 상대적 절대적 약자이지만 반대로 주권자의 다수인 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것마저 존중되지 않으면 자본의 안전조차 위태로워지기 때문입니다.

그중 '단체행동권'이라 불리는 파업은 기실 너무나 순박한 저항 형태이기도 합니다. 가진 게 몸뿐이다보니 일손을 멈추는 겁니다. 생산활동을 멈추는 겁니다. 임금이나 노동조건을 개선해가며 같이 살자는 요구일 뿐입니다. 이런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고 존중되지 않으면 그 누가 이 일상화된 소수 자본가들의 독점과 갈취를 가만히 두고 보겠습니까?

과거처럼 공권력이 자본가의 사제용병으로 노동자를 대리 탄압하기 힘든 시대가 되니, 정당한 단체행동권에 '손배가압류'라는 신종 탄압 수단이 도입된 것입니다. 급기야는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당시처럼 국가(법무부가 대리)가 손배청구의 당사자가 되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탄압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저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건으로 8년 동안 재판에 끌려다니며 국가가 청구한 손배가압류를 당해봤고 어쩔 수 없이 집행당해야 했습니다. 저는 그나마 액수가 작았지만 손배가압류 탄압을 당한 노동자의 30% 이상이 죽음을 생각했다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실제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는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이 없을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고,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는 "잘못은 자신들이 저질러놓고 적반하장으로 우리들에게 손해배상 가압류에 고소고발로 구속에 해고까지. 노동조합을 식물노조로, 노동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노무정책을 바꿔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에는 같은 사업장 최강서 노동자가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기도 하는 등 '손배가압류'라는 신종 탄압 수단은 단체행동권이라는 헌법적 권리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목숨까지를 빼앗는 살인무기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는 법까지 어긴 위헌적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희망버스가 출발하지 않아도 되기를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 50일째인 21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금속노조와 조선하청지회, 협력사 대표 등이 협상이 정회되자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 50일째인 21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금속노조와 조선하청지회, 협력사 대표 등이 협상이 정회되자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또 하나의 무기로 들고나온 '업무상 배임' 논리는 더 기가 막힙니다. 지난 수십 년 노사쟁의와 협의 과정에 '업무상 배임'이 등장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어떤 과정의 분쟁이 있었더라도 노사 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위 노사관계조정법 제3조에 의거해 합의서 맨 밑줄에 관행처럼 '본 건과 관련해 노사는 상호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기재해 왔습니다. 합의에 따른 금전적 보상 등이 '업무상 배임'이라는 해괴한 논리는 지난 수십 년 노동쟁의 과정에 없던 말이었습니다.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더 이상의 파국을 막기 위해 애초 깎였던 30% 임금 복원도 양보하고 4.5% 인상에 합의 의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기 인상분으로 상쇄하기로 해서 올해 실제 인상은 없는 눈물겨운 양보입니다. 상여금도 설·추석 2회 각 50만 원씩인데, 이 또한 2023년 설부터 적용하는 것에도 동의해 주었다고 합니다.

정말 이렇게 해야 하나. 차라리 조선소 내 불법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라는 원칙적인 요구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21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에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원청 소속 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승소 판결이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불법적인 공권력 탄압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행한 상황으로부터 동료들을 먼저 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거의 모든 것을 양보했습니다. 그래서 희망버스 출발 전에 타결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형사책임 부과, 민사상 손배가압류 적용, 이를 위한 업무상 배임 논리 적용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교섭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바람과 요구처럼 교섭이 타결되어 7월 23일 희망버스가 출발하지 않아도 되기를, 최소한의 상식과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우리는 소박한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에 작은 풍요와 평화가 깃들기를 원하는 사람들입니다. 지난 8년여 잘려 나가거나 임금이 줄어도 말도 못 하고 일해 온 대우조선 비정규직들은 더 그러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런 이들을 괴롭혀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이들을 그리고 우리를 분노케 하지 말기 바랍니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습니다." 우리 역시 기다리지 말아야 할 때가 왔다고 느끼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희망버스 출발까지 하루 남았습니다. 출발한다면 작은 힘이겠지만 우리 모두의 나섬이 그런 시대의 불의를 막는 마지막 보루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저는 희망버스 벗들 몇과 함께 거제도로 먼저 가기로 했습니다. 거대한 시대의 불의 앞에 작은 몸 하나밖에 가진 게 없지만 마음 하나 들고 갑니다. 거제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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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주장이 맞는지, 틀린지 이 글을 보아 주십시오 http://omn.kr/1zwff

#대우조선해양#비정규직#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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