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통주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과거 취미로 집에서 만들어 마시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양조장 운영을 목적으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술 빚기란 집에서 만들어 먹던 김치, 된장과 같은 발효 음식의 하나였다.
조상께 올리는 제주(祭酒)나 절기마다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계절주 등의 술들이 집안의 레시피로 만들어졌다.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가양주(家釀酒) 문화는 술 제조를 집안 어른에게 물려받는 것이기에 별도의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술 제조 이론은 모르지만 모두가 술을 빚는 방법은 알고 있었고 모르면 술 잘 빚는 이나 집안 어른께 어깨 너머로 배우면 되었다.
가양주 문화가 바뀌게 된 계기
이러한 가양주 문화가 일제 강점기 주세법이 공포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집에서 술 빚는 것이 금지되면서 자연스럽게 집에서의 술 제조 전수도 끊겼다. 밀주라는 것들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여유를 가지고 만드는 술이 아니었다.
단속을 필하기 위해 속성 제조법들만 넘쳐나면서 제대로 된 술빚기는 할 수 없었다. 결국 제대로 된 술 제조법의 전수도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반면 조선총독부에서는 기업화된 양조장에서 확실한 세금 징수를 위해 양조장 대상으로 효율적인 술 빚기 교육을 시작한다.
이 교육이 바로 '주조강습회'이다. 주조기술자들의 기초지식 함양과 좋은 술 제조를 위하고 제조 수득률을 높일 목적으로 조선주조협회 중앙회가 주관하고 장소와 강의는 총독부 주류시험실에서 담당하여 주조기술 강습회를 매년 실시한다.
보통 강습생 15명 내외를 모집하여 양조에 관한 학과와 실습을 3주간 내외로 실시하였으며 제1회 조선주조강습회는 1935년 5월 20일부터 6월 5일까지 17일간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내용은 이화학개요, 양조분석법, 원료 및 원료처리, 밑술, 술덧, 설비, 기계기구, 경제개요 등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조강습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의 주조협회를 중심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각 도에서는 도 재무부 또는 주조협회 주최하에 자체 주조강습회를 열어 각 지역의 실적에 맞는 강습회를 진행한 것이다. 강습회는 탁주, 약주 강습회, 흑국소주 강습회, 누룩제조 강습회 등 다양한 명칭으로 주류 별로 실시하였으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여 실시함으로써 교육의 효율을 높였다.
일례로 1924년 4월 19일 자 <매일신보>에는 "인천양조강습회가 대장성양조시험소 기사를 초빙하여 5월 16일부터 22일까지 인천공회당에서 양조 강습회를 개최한다"라는 홍보기사가 나왔다. 이러한 주조강습회 내용을 신문에 게재해 많은 양조인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주조강습회의 신문 홍보는 이후에도 여러 신문에서 자주 볼 수가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총독부 주류시험실에서는 위탁생 교육도 운영을 했다. 양조에 관한 이론과 기술을 연수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18세 이상 35세 미만의 나이와 공립소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갖고 1년 이상 양조업에 종사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소관 세무감독국장의 전형을 거친 다음, 조선주조협회 중앙회가 1년에 5명 정도 선발하여 조성총독부 주류시험실에서 담당하여 5개월간 교육을 실시하였다.
제1회 위탁생 교육은 1939년에 실시하였는데 이런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의 교육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술을 통한 세금의 납부가 전체 국세의 30%(1935년)를 차지 할 정도 비율이 엄청 높았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류 교육의 대부분은 양조장을 운영하는 양조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다. 결과적으로 가양주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업적 양조에 힘을 실어주고 조금 더 안정적인 술 생산을 통한 세금 확보라는 큰 목적을 가지고 실시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은 대부분 서양의 제조법이나 일본의 양조 기술을 배우는 형태였다. 우리의 오랜 역사성을 가진 제조법을 비과학적인 제조법이라 교육시키지 않았기에 우리의 전통 술 제조법 단절은 피할 수가 없었다.
전통주 교육을 하는 곳들이 생겨났다
독립 이후에도 술 제조 교육이라는 것은 국세청(현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의 양조장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말고는 특별히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조금씩 전통주 교육을 하는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상업 술 빚기와는 다른 집에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가양주 또는 전통 제조법을 기반으로 한 교육이었다. 술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술 제조를 배우는 공간이 없었기에 교육기관의 관심은 뜨거웠다.
체계적인 전통주 교육을 위해 2012년부터 정부의 전통주 교육 관련 사업이 시작되었다. '전문인력 양성기관'과 '교육훈련기관' 사업이다. 두 가지 모두 전통주를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다. '전문인력 양성기관'은 양조장 창업예정자나 주류업체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제조를 위한 이론 및 실습을 병행한 장기교육(6개월 150시간 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육훈련기관'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우리술에 담긴 유래와 역사, 제조방법 보급 및 전수, 술에 대한 기초지식 등을 교육하고 있다.
첫해 전문인력 양성기관은 2곳, 교육훈련기관은 6곳이 지정되어 운영되었고 현재는 전문인력 양성기관은 6곳, 교육훈련기관은 19곳이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표 참조). 이러한 교육기관은 전통주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주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 교육기관에는 술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 사람이 많다.
전통주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청년 창업'이 활발해 지고 있다. 전통주 마케팅 회사, 유통회사, 전통주 전문 주점 등 새로운 창업 아이템이 전통주에 스며들고 있다. 이렇듯 전통주 교육기관은 과거의 술과 현재의 술을 이어주는 역할과 함께 새로운 전통주의 탄생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지금보다 더 발전적인 전통주 교육기관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는 브런치에 동시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