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 해 본 적 없는가. 집에서 할 때는 족히 30분은 걸리는데, 왜 식당에서는 15분 만에 나올까. 인원이 여러 명이라? 미리 만들어놔서? 결론부터 말하면 사전 작업 덕분이다. 메뉴에 필요한 여러 재료들을 다듬어 놓는다. 식당에서 청소와 함께 가장 많은 노동량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건 조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야 주문이 들어올 때 밀리지 않고 나갈 수 있다. 가사로서의 요리가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리를 할 때마다 재료 다듬기 등의 과정을 처음부터 밟아 나가야 하니까.
달리 말해 집에서 쉽게 요리를 하고 싶다면? 업소에서처럼 밑작업을 미리 해 놓는 게 좋다. 고되고 힘들지 않으냐고? 집에서 해 먹는 수준이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 어려울 것도, 번거로울 것도 없다. 그저 용도에 맞게 채소 몇 개만 다듬어 놓으면 된다. 얇게 썬 양파와 당근, 어슷하게 썬 대파를 한데 섞으면 끝이다.
업소에서는 보통 이걸 종합 야채라고 부른다. 칼국숫집도, 떡볶이집도, 백반집도 전부 이 조합의 야채들을 구비해 놓고 조리에 쓴다. 우리 식당 역시 모든 메뉴에 이 종합 야채가 들어간다.
이 종합 야채만 있으면 거의 모든 종류의 덮밥과 볶음요리를 만들 수 있다(중식, 일식도 마찬가지). 업소에서는 눈물을 흘려가며 양파를 한 자루씩 썰어야 하지만, 둘이 사는 가정집에서는 양파 한 알과 대파 한 대 정도면 충분하다. 전부 써는 데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신혼부부 같은 2인 가구는 사실 그 조차도 조금 많은 감이 있다. 양파를 2등분 해 반은 종합 야채를 만들 때 쓰고, 나머지 반은 사각형으로 큼직하게 썰어 닭볶음탕이나 소시지 야채볶음, 카레 같은 요리에 쓰자. 대파도 마찬가지. 반은 잘게 썰어서 볶음용이나 찌개에 넣고, 나머지 반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썰어서 국에 넣으면 좋다. 이 정도 분량이면 눈이 매워 눈물을 흘리기 전에 작업이 이미 끝나 있다.
여름을 기준으로 사흘 정도는 보관이 가능하니 주중에 외식을 한다거나 종합 야채와 상관없는 음식을 해 먹어도 무리 없다. 오히려 너무 대량으로 해 놓으면 다 쓰기도 전에 상해버리니 사흘에 한 번씩 10분만 투자해서 소량만 다듬어 놓자.
이 작업만으로도 요리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3일에 한 번. 10분만 투자하면 매일이 편하다. 절약한 시간으로 다른 걸 하자. 우리에게는 주방 일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