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최한 '2022 정동야행' 행사에서 일왕과 일제 헌병 의상을 대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23∼24일 서울시는 대한제국 황제복과 군복 등 개화기의 여러 의상을 유료로 빌려 입고 정동을 돌아보는 '정동환복소'를 설치했습니다. 그러나 대여 의상 가운데 일왕과 일본 헌병의 옷이 포함되면서 비판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행사를 진행한 용역업체가 정동환복소 운영업체와 사전 협의 승인된 체험 의상을 대여하도록 했으나, 시 승인 없이 현장에서 운영업체가 문제의 의상을 비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일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행사를 대행 한 업체의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 법적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업체 대표는 25일 <뉴스1>을 통해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다. 개화기 시기가 길지 않다 보니 의상에 차별성이 없어 재미있게 진행하려다 일이 커졌다"고 사과했습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아무리 시대상을 체험해 본다는 취지이지만 일왕과 일본 순사 복장을 대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시뿐만 아니라 모든 지자체가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선 국민 정서를 먼저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큰 교훈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충고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광화문 광장의 변천 과정을 담은 포스터에 조선총독부 건물과 일장기가 연상되는 붉은 원이 포함돼 논란이 된 게 불과 한 달 전"이라며 "친일 잔치로 서울의 역사에 일본의 색깔을 입히려는 것이냐"고 힐난했습니다.
민주당은 "서울시 행사의 결정 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서울시민 앞에 즉각 사과해야 한다"며 오세훈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소식을 접한 대다수 시민은 분노를 참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재미도 없고 개념도 없고 역사의식도 없고 반성도 없다", "광화문에 조선총독부 그림이 걸리더니 이번엔 일본 천왕 헌병 의상이라니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꼼꼼히 확인해야 할 서울시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시민은 "과거 일본의 만행을 잊지 않기 위해 복장을 대여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저런 복장까지 내세워 역사를 알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이 기회에 역사의식 부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