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합천창녕보(합천보)의 수문이 지난해 11월 초순부터 열려 지난 12월 초순경 완전 개방됐다. 합천보의 수문이 완전히 올려진 것이다. 그에 따라 낙동강은 엄청난 생태적 변화가 시작됐다.
수위가 떨어져 그간 잠겨 있던 은백색 모래톱이 돌아왔다. 낙동강이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되자 철새들을 비롯한 야생동물들이 낙동강을 찾아 먹이활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강의 생태적 기능이 비로소 되살아난 것이다.
합천보 개방에 따라 되살아난 낙동강 지천 회천
합천보 개방의 순기능이다. 그런데 이런 합천보 개방의 순기능이 낙동강 본류뿐만 아니라 지류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실 낙동강 보의 담수로 낙동강에 물길이 깊어지자 덩달아 지천의 물길도 깊어지면서 합수부부터 지천을 따라 대략 2~3㎞지는 강물로 뒤덮이게 되었다.
마땅히 있어야 할 모래톱과 둔치들이 강물에 잠기는 몰(沒)생태적 변화가 지천에도 일아나게 되었는데 그 역작용이 합천보의 개방과 더불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지천들 중 회천의 경우는 좀 특별한 점이 있다.
회천은 전형적인 모래강이다. 낙동강 합수부부터 상류로 대략 5㎞까지는 아름다운 모래톱이 펼쳐져 있었다. 특히 합수부부터 2㎞ 상류까지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모래강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인데, 합천보 담수와 함께 완전히 수장돼버린 것이다.
이번에 그 수장된 모래톱이 합천보 완전 개방과 더불어 부활했다. 녹조가 심각하게 생긴 낙동강과 달리 녹조의 영향을 받지 않은 회천의 모래톱은 낙동강의 녹조 사체인 검딱지 덕지덕지 붙은 모래톱과 달리 깨끗한 은백색 모래톱이 그대로 부활했다.
눈부신 아름다움이란 아마 이럴 때 표현하는 것이리라. 지난 12월 31일, 그 회천의 모래톱을 찾았다. 회천을 따라 은백색 모래톱이 길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과거 낙동강이, 그리고 모래강 내성천이 바로 저런 모습의 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모래톱 위로 그 절반 정도만 강물이 모래톱을 스치듯 흘러가고 나머지 절반은 모래톱이 물 밖으로 드러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모래톱 속으로는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는, 또 그런 모래톱의 영향으로 강물이 맑아질 수밖에 없는, 모래강 특유의 모습과 기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덩달아 보이지 않던 새들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날 만난 친구들만 해도 말똥가리, 멸종위기종 잿빛개구리매,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댕기물떼새, 청둥오리, 백로,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그리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까지 찾아왔다.
물론 이날 마침 '독수리식당'이 열린 날이고, 독수리 먹이가 모래톱에 펼쳐져 있자 독수리가 내려앉았지만, 이 모래톱은 독수리와 같은 덩치 큰 대형 조류들의 주요 쉼터로서 역할을 한다(관련 기사:
다시 돌아온 낙동강 독수리식당... "합천보 개방 덕분" http://omn.kr/226mq ).
강은 야생동물들의 집... 낙동강 보 개방으로 공존 회복해야
모래톱은 새들에겐 아주 중요한 쉼터로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겨울엔 겨울철새들이 낙동강을 많이 찾아온다. 독수리도 매년 낙동강을 찾는 겨울철새다. 인간의 필요와 편의에 의해 보가 생겨 물이 가득 차버려 그동안은 쉴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모래톱이 돌아왔으니, 쉴 터를 잃었던 독수리를 비롯해 새들이 얼마나 반기겠는가.
비단 새들뿐만 아니라 무수한 야생동물들이 강을 기반으로 살아간다. 마실 물이 있고 몸을 숨길 덤불과 나무 등이 있는 강은 야생동물들에겐 꼭 필요한 핵심 서식처이나 피난처인 것이다. 이처럼 강은 야생과의 공존의 공간이다.
우리는 이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4대강사업은 녹조 문제로 인간사회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해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들 야생동물의 서식처를 빼앗아버린 심각한 생태적 문제마저 야기했다는 점에서도 몰(沒)생태적인 사업이었다고 본다.
깊어진 강물은 마음대로 강을 드나들어 강 건너까지 자유롭게 다니고 했던 야생생물들에게 이동의 제약마저 안긴, 반생태적 사업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은, 녹조를 막아서 우리 인간들에게 안전한 수돗물과 농업용수를 제공해주는 것과 더불어, 무수한 야생의 친구들이 그들의 집을 되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겠다.
이것이 내가 회천에서 마주한, 합천보와 아울러 나머지 7개 보들도 완전히 열려야 하는 핵심 이유이다. 보 개방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취·양수장 구조개선 사업을 통해서 낙동강 보의 완전 개방 또한 가능해진다.
그러니 환경부는 하루빨리 예산을 확보해서 낙동강의 취·양수장 구조개선 사업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들의 생태환경이 회복돼 비로소 인간과의 공존이 가능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 마지막날, 은백색 모래톱이 되돌아온 모래강 회천에서 인간과 야생의 공존을 다시 생각해봤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낙동강 보들이 모두 하루빨리 완전 개방돼, 인간과 야생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공존의 낙동강을 간절히 희망해본다.
계묘년 새해가 낙동강 재자연화를 통한, 야생과 더불어 사는 공존의 새해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강의 아름다운 모습과 4대강사업으로 망가져가는 낙동강의 모습을 기록하고 고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야생의 공존의 땅 우리강의 온전한 회생을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