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새해 첫 순방길에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기로 했다. 순방 출발 이틀 전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순방은 오는 14일부터 21일까지 6박 8일간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방문-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으로 진행된다.
13일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저녁 MBC 출입기자에게 전용기 탑승 허용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통령실이 작성한 전용기 탑승 출입기자 명단에 MBC 취재진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대통령 해외 순방 시 '공군 1호기'인 전용기를 이용하며, 여기에 출입기자단도 동승한다. 각 언론사는 전용기 탑승을 비롯한 순방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
당초 이번 순방에도 MBC 출입기자는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대통령실은 언론과의 관계를 계속 대립하는 쪽으로 끌고갈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하에 전향적인 결정으로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순방에서 출입기자단의 취재 기회가 제한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는 게 윤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것이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애초 이번 순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경제·외교 공무원 수행원단의 참여로 기자단에 전용기 좌석 34석을 배정했지만, 취재기자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지원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종 54석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의 캄보디아·인도네시아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출발 이틀 전에 대통령실이 MBC 출입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같은해 9월 말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았던 윤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발언을 MBC가 왜곡 보도해 국익을 해쳤기 때문 등이라고 밝혔다.
이에 당시 대통령실 중앙기자실 풀기자단은 "순방이 임박한 시점에 대통령실이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일방적 조치로 전체 출입기자단에 큰 혼란을 초래한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조속히 철회하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0일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불허 조치의 이유를 밝혔었다(관련 기사 :
MBC 1호기 불허 이유 직접 밝힌 윤 대통령 "국익 때문" http://omn.kr/21k20 ).
또한 윤 대통령은 순방 이후에도 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이 끝이지 않자 출근길 문답에서 "MBC 전용기 탑승 배제는 국가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새해 첫 순방에 MBC 출입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면서 그동안 불편했던 일부 언론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