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살던 우물을 나온 개구리는 막막했다. 바쁜 모습으로 어디론가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난 갈 곳이 없어졌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늙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 어머니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새벽부터 늦게까지 일만 했던 사람, 오롯이 홀로 살아야만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말로는 백세 시대라 하는 세월,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었다.
친구들이 있지만 그들과의 어울림도 한계가 있다. 같은 시간에 일하고 쉬는 날도 비슷했다. 친구들과 어울림이 쉬웠던 이유였다. 은퇴 후의 삶은 다양해졌다. 어떤 친구는 산엘 갔고, 누구는 여행을 갔단다. 손주를 봐야 하고, 노부모를 돌봐야 한단다. 각자의 계획으로 움직이는 친구들,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운 이유다. 무엇을 해야 할까? 하지만, 지금까지 즐겨하는 운동으로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었다.
근력운동으로 몸을 다졌다
근사한 몸매가 부러워 오래전에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낯선 체육관, 수없이 망설이다 시작한 근육 운동이다. 볼품없는 몸으로 다가서기엔 겁 없는 용기가 필요했다. 살아 있으면 찾아가는 체육관이 되어 아직은 웃통을 벗을 만했다. 단단한 근육을 다듬고, 넉넉히 5km를 뛴다. 하프마라톤으로부터 시작된 달리기다. 유행했던 마라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풀코스는 어려워도 하프코스 정도는 어떨까? 무모한 젊음의 도전이 남겨준 선물이다. 무모한 도전은 통쾌함의 중독을 불러왔고, 근육운동과 미술, 음악으로 이어졌다.
무모한 듯한 도전이 준 통쾌함은 무작정 뛰게 했다. 수없이 도로를 뛰었고, 쉬는 날도 뛰었으며 밤에도 뛰었다. 땀이 준 달콤함이 끝없이 달리게 했다. 땀 흘린 후에 만나는 시원함을 잊을 수가 있다던가? 미친 듯이 뛰었기에 친구가 알아봤고, 지인들은 알고 있었다. 길거리 마라토너를 알아본 것이다. 마라톤의 통쾌함은 헬스장으로 이어졌다. 겨울에도 뛸 수 있는 러닝 머신 마라톤이 근육운동과 만났다. 하프 마라톤이 단단한 근육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건장한 늙은 근육은 어느 해변도 두렵지 않다.
친구들과 어울림, 산이 있었다
오랜 친구들과 어울림이 그리웠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친구들과 할 수 있는 산행, 준비물이 필요 없고 만남이 수월했다. 근교의 안전하고 편리한 산을 일주일에 한두 번 오른다. 늙음엔 할 일이 많다. 손주가 있고 노부모가 계신다.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어 일주일에 한두 번인 이유다.
아침에 만나 간단히 산을 오르고 점심을 먹는 행복한 만남이다. 가끔은 먼 길로 먹거리를 찾아간다. 삶의 이야기가 있고 웃음이 있으며, 건강을 다지는 만남이다. 삶의 즐거움이 엄청난 것이 아니었다. 막걸리 두어 잔에 즐거운 산행은 자전거로 이어졌다. 몇 년 전부터 자전거의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자전거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날씬한 젊은 청춘들이 바람같이 스쳐간다. 머리칼을 휘날리는 청춘들의 놀이였다. 늙어가는 청춘들도 거침없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친구들과 어울려 자전거 행렬에 참여했다. 유니폼을 마련하고 날렵하게 자전거에 오른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고통스러운 근육은 고단함으로 단련했다. 서서히 근육이 만들어졌고 자전거에 빠져들었다. 근교의 구석구석을 질주하고, 수많은 자전거길을 주파했다. 참을 수 없는 즐거움에 친구들이 있어서다.
하루도 좋고, 1박 2일 또는 2박 3일간 누비고 다녔다. 포항에서 통일전망대를 주파했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돌아봤고, 호반의 도시 춘천을 누벼봤다. 낙동강을 돌고 돌아 부산을 찾아갔다. 부산 사는 딸아이가 깜짝 놀란다. 어떻게 자전거로 왔느냐고. 곳곳의 섬을 유람한다. 새만금 간척지를 지나 선유도를 돌고 돌아 위도를 누벼봤다. 섬진강을 따라 광양의 공기를 마셔봤다. 자전거가 새로운 삶을 주었다.
노년에 하고 싶은 것이 전원살이었다. 주택지를 찾아야 하고, 전원주택을 찾아야 했다. 곳곳에 있는 주택지와 주택들, 차량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선은 현지인들이 싫어한다. 수없이 찾아오는 차량들을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운동 삼아 이곳저곳을 자세히 살필 수 있었다. 곳곳의 전원주택지를 자전거로 누볐다. 운동도 하며 전원주택을 찾는 자전거의 역할이 대단했다. 계절에 따라 친구들과 나서는 자전거, 친구와 자연을 만나는 거대한 다리였다. 조용한 전원주택을 찾아 주기도 했다.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산행과 자전거다.
은퇴 후의 삶은 준비가 필요했다
은퇴의 삶이 즐거우리라는 것은 준비 없는 막연함이었다. 준비 없는 막연한 상상을 늘 후회한다. 외로움과 허전함을 무엇을 메워야 할까? 외로움을 구제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림은 한계가 있었다. 친구도 가끔 만나야 했고, 술잔도 가끔이어야 했다. 나만의 시간을 만들기에는 나름대로 해 온 일들이 있어야 했다. 언제나 바쁜 삶을 보상받으려 시작한 취미생활이 소중한 이유다. 나를 시험하기 위해 시작한 도전이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이젠, 세월이 많은 흘러갔다. 다양한 몸짓으로 하루를 수놓는다. 늦은 아침의 느긋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서서히 운동 양을 조절하며 몸을 단련시킨다. 하루도 거를 수 없어 숨을 쉬면 찾는 체육관이고, 산과 들이다. 자전거로 자연과 마주하고, 산을 오르며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삶이 있으면 움직이는 몸놀림이다. 쉼 없는 몸놀림은 허전한 머리와 가슴도 채워야 했다. 색소폰 연주에 수채화를 친구 삼으니, 전원에서 글쓰기가 더해지면 삶은 어떨까? 오늘도 하루가 바쁘게 가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은퇴후 근육운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근육운동 경험을 소상하게 기록한 글이다. 운동은 어떤 재미가 있으며,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 나름대로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근육운동을 하면서 전원에서 살아가는 일상을 소개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