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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핼러윈 데이 대비와 관련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을 비롯한 경찰간부들에 대해 법원의 제대로 된 판결을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핼러윈 데이 대비와 관련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을 비롯한 경찰간부들에 대해 법원의 제대로 된 판결을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사람이 몰렸을 때는 (위험 상황이) 비슷할 수 있기 때문에... 여쭤보기도 하고, 이 정도 쓰면 되겠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장님 지시는 없었는데, 선배님들이 축제 때도 이런 보고서 작성해야 하니 알고 있으라고 해서..."


10.29 이태원참사 사흘 전인 10월 26일, 이태원동 일대를 담당한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관 김아무개씨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 위험 분석'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용산서 정보관으로 발령받은 지 6개월,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처음 맞는 핼러윈데이. 이 사전대비 보고서는 참사 이후에야 드러났다.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을 중심으로 관련 보고서를 일괄 삭제하고, 작성 사실 자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과 함께 불거졌다. 

증인으로 나선 김 정보관은 지난 2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처음 열린 이태원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 공판에서 "제 (관할)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나가봐야 할 것 같아서 작성했다고 보고 드렸다"고 증언했다.

[10월 26일] 보고서 속 한 줄 "많은 인파 운집 예상"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보고서에는 참사 현장 인근 골목에 분포된 주점과 클럽들이정리되어 있었다. "클럽 자체가 모여 있어" 위험 대비를 위해 정리했다는 설명이었다. 그가 인파 운집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구간은 '해밀톤 호텔 교차로'와 '이태원소방서 교차로' 등 참사 현장과 근접한 지역. 보고서 도입부에는 "첫 핼러윈 축제로 많은 인파가 운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혀 있었다.

증인은 '핼러윈 데이에 많은 인파가 운집할 거라고 예상한 이유'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다수 언론에서도 10만 명 이상 참가할 것 같다고도 했고 (코로나19 방역 해제라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김 전 과장 측 변호인들은 해당 술집의 상호명이 바뀌거나, 폐업했는데 수정되지 않은 사례를 들어 작성된 보고서 자체가 부실했다는 반론을 이어갔다.

그러나 증인은 "(김 전 과장이) 집회 시위 관리에 매진하라고 해서 지역 정보활동을 할 수 없었다"면서 "(가게 이름을) 전혀 조사 안 한 것도 아니다. 이태원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에 물어보고 (가게 이름) 바뀐 것 정도를 말해줘 반영했다"라고 했다.

실제로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에도 해당 정보관은 참사가 발생한 핼러윈데이 축제 현장이 아닌 용산구 전쟁기념관 일대 집회 등에 배치돼 있었다. 증인은 10월 26일 보고서를 김 전 과장에게 대면 보고한 날에도, '집회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을 들었다고 했다. 증인은 김 전 과장의 지시에 따라 폼스(경찰견문보고시스템)에 상신하되 타 부서에는 전파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보고서를 드릴 때 (김 전 과장이) '이거 누가 작성하라고 했냐'고 했다"면서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직원들을 향해 크리스마스에도 (정보관이) 배치되나, (핼러윈 데이는) 크리스마스 같은 거다. 정보관이 할 일이 아니다, 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김 전 과장이) 타박하는 취지였고, 마치 쓰지 말아야 할 걸 쓴 기분이 들었다"고도 했다.

김 전 과장 측 변호인은 '누가 쓰라고 했느냐'는 말을 김 전 과장이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말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느냐"는 물음도 던졌다. 김씨는 이에 "보고서를 썼다고 질책한 적이 없었는데, (이날은) 질책을 하셔서 당황스러웠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배치받은 이후) 10월까지 집회 관리를 했다. 제 지역뿐 아니라 용산구 전쟁기념관이나 촛불 집회 등 대규모 집회에 동원돼 제 지역 정보활동을 할 여유와 시간이 없었다"면서 "과장님 마인드가 용산 정보는 예전과 다르다, 지역 정보활동은 필요 없다고도 하셔서 '제가 (핼러윈 데이 때) 가보겠습니다 이럴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10월 31일]
"보고서 안 썼다고 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눈물 흘린 하급자 

 
 이태원참사가 일어 나기전 안전사고 발생을 예상한 보고서에 대해 삭제 지시 및 회유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지난 11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태원참사가 일어 나기전 안전사고 발생을 예상한 보고서에 대해 삭제 지시 및 회유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지난 11월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보고서 존재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10월 31일 오후 7시, 증인은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고 김 전 과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증인은 이날 김 전 과장으로부터 "작성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들었다고 전했다.

거부감을 표시하니 "112 상황보고서를 축약해서 쓴 거라고 하면 어떠냐" 등의 다른 대안까지 제시했다고 증언했다. 증인은 "제가 쓴 보고서를 지우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 너무 당황스럽고 충격을 많이 받아 우니 과장님이 (열린) 문을 닫고 '왜 우느냐'고 물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증인은 서울청 전파 여부와 해당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한 사실이 있는지도 질문 받았다고 했다.

그는 '왜 그런 제안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제 지역에서 엄청 큰일이 일어났는데, 뭔가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질 때 결국 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11월 2일] "그걸 왜 지워? 지워도 다 복구되는데..."

지난해 11월 2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참사 나흘 만에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날, 이태원 현장을 관리하던 증인에게 문자가 날아들었다. "사무실에 들어와 보고서를 지우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근무하는 동안 처음 듣는 이야기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거를 왜 지우냐고."
"컴퓨터 정리하고..."
"컴퓨터를 왜 정리해?"
"그걸 나한테 그러면 어떡해요..."
"왜 그걸 시키지?"
"압수수색 할 때..."
"지워도 다 복구 돼."


같은 날 동료와 나눈 통화 내용도 법정에서 함께 공개됐다. '들어오라'는 지시에 못 들어가겠다고 하니 '데리러 가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김 전 과장 측 변호인의 '실제로 삭제를 원하지 않았던 건가'라는 질문에 증인은 "삭제를 원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재판에 '지시 이행으로 인한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실무급 정보과 직원 A씨 측 변호인은 김 전 과장 측과 반대로, 하급자로서 삭제 지시를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가 아니었는지 질문했다. A씨 측 변호인이 "사무실 안에 있는 사람은 (삭제하라는) 과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하나"라고 묻자, 김씨는 "어차피 말해도 말대로 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삭제할 수밖에 없었던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김 전 과장과 함께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외사부장 측은 증인에게 경찰청의 지시 여부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증인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그 골목에서 어떻게, 왜... 질문 이어진 법정
 
"경찰 정보부서에서 결론을 내린 게 있나요? 원인을 분석하고 조사한 건..."
"검찰은 어떻습니까? 그 시간대 갑자기 사람이 몰린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우연한 원인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건지..."


이날 재판 마무리께는 참사 원인 자체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이 이어져 나왔다. 증인으로 나선 용산서 정보관과 검찰 측에 각각 질문이 이어졌지만, 소관 업무가 아니라거나, 담당 사건이 아니라는 답변만 나왔다. 골목별 혼잡 상황부터, 경사도까지 참사 당일 상황에 대한 재판부의 물음은 그 이후에도 계속 나왔다. 이날 재판은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4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한편, 다음 공판은 오는 7월 3일 오후 2시 진행될 계획이다. 이날 2차 공판에서는 용산경찰서 정보과 분석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태원참사#정보경찰#정보과#참사#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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