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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없는 제로음료가 때 아닌 이슈로 떠올랐다. 제로음료에 들어가는 합성감미료 일부가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을 2배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서 나오면서다. 한국에서도 부랴부랴 성분조사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문제가 된 합성감미료가 국내에선 흔히 쓰이지 않는단 소식이 전해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설탕의 단맛을 대체하면서도 칼로리가 없거나 지극히 낮은 합성감미료는 식품산업의 혁신으로 손꼽혀왔다. 특히 제로코크 등 무설탕 음료에 적극 활용되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 코크와 펩시가 선두를 다투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도 뒤처질까 분주하다. 올해만 해도 롯데칠성의 '밀키스 제로', 일화의 '맥콜 제로', 동원F&B의 '쿨피스톡 제로' 등이 출시돼 소비자를 만났다.

제로음료의 등장과 성장, 합성감미료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연구에 이르는 일련의 흐름은 가공식품업계가 음식과 소비자를 대하는 자세를 그대로 보여준다. 오로지 더 큰 수익만 생각하는 업체, 그로부터 생겨나는 음식물의 변이, 변화에 무감하며 무지하기까지 한 소비자, 그로 인한 예기치 못한 피해가 그것이다.

소비자는 눈앞에 깔린 제품을 의심할 줄 모른다. 막연히 '누가 알아서 검증했겠지' 하는 믿음이 있을 뿐이다. 믿음은 의심이 있어야 할 자리를 대신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음식 중독 책 표지
음식 중독책 표지 ⓒ 민음사
 
먹고 싶어서 먹는다? 그건 착각!

마이클 모스의 <음식 중독>은 가공식품산업계가 음식을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고발한다. 그로부터 먹거리를 선택한다고 여겨져 온 소비자들이 실은 먹는 것에 중독되어 왔음을, 그로부터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를 입증한다. 책은 소비자와 담배업체 간 소송전으로 시작하여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 식품군을 지나, 펩시코와 크래프트, 네슬레 등 굴지의 가공식품업체 이야기까지 망라한다.

우선 저자는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것과 달리 인간이 처음부터 음식에 중독되어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중독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400만 년 동안 음식중독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자 생존의 근간으로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음식중독이 인간에게 문제가 된 건 고작 최근 40여년의 일일 뿐이다. 차이는 단 한 가지, 음식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미각과 후각으로 음식을 느낀다. 다섯 가지 미각과 수천가지 후각의 조합으로 음식의 다양한 풍미를 즐긴다. 그중에서도 인간이 특히 좋아하고 취약하기까지 한 맛이 있다. 바로 단맛이다. 필요한 열량 대부분을 과일로부터 충당하던 인간이, 그것도 자연상태에서 가장 안전한 음식의 상징인 단맛에 환호하도록 진화한 건 당연한 일이다. 가공식품업체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책은 이렇게 적고 있다.
 
'파는 거의 모든 제품, 과거에는 단맛이 나지 않았던 제품에까지 설탕을 첨가했다. 한편으로 그들의 목적은 일명 설탕에 대한 지극점, 즉 뇌의 추동하는 영역이 매우 자극되어 억제하는 뇌 영역이 제동을 걸 기회조차 없는 설탕의 양을 정확히 찾아내 자극하는 것이었다.'

진화하는 가공식품,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책이 묘사하는 가공식품업계의 발전상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들은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맛의 이상적 지점을 찾고, 다음에도 그 제품을 고르도록 유인하며,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맛만 다른 유사제품을 출시한다.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분표시를 잘 보이지 않게 하거나, 더 건강한 식품인 듯 상상하도록 이끌고, 1회제공량이란 불명확한 용어를 활용하여 저항감을 낮추기도 한다. 과학자를 고용하여 제게 유리한 연구를 거듭하고, 법률가를 통해 장래의 소송전에 대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조치다.

이로써 소비자는 점점 더 가공식품에 저항하기 어려워진다. 값싸고 편리하며 효과적으로 미각을 자극하는 달고 짠 음식들을 거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설탕은 한때 가공식품업계의 혁신이었다. 모스가 하인즈 케첩의 탄생을 적은 구절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케첩제조업체가 된 하인즈는) 오렌지처럼 껍질이 두껍고 단단해서 운송 시에도 쉽게 무르지 않는 새로운 교배종 토마토를 도입했다. 새 토마토의 유일한 단점은 풍미가 약하다는 것이었는데 하인즈는 설탕을 첨가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때 하인즈가 사용한 설탕 또한 기존의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 새로운 재료가 가장 보통의 식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설탕이 유해하다고? 아마도 그건...

그러나 오늘날 설탕은 건강을 해하는 악적으로 몰렸다. 가공식품업계는 설탕을 십자가에 못 박고 새로이 메시아를 등장시키려 한다. 무칼로리 합성감미료, 제로푸드의 주역이다. 가공식품업계는 그 어떤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도 도모하지 않는다. 음식은 새롭게 가공되고 변해간다. 그것이 가져올 파장도, 효과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분명한 건 이 변화가 완수된 뒤 식품산업의 주도권은 여전히 가공식품업계가 가져가고, 피해는 소비자에게 남겨지리란 사실 뿐이다.

가공식품업계는 칼로리가 높은 설탕 대신 무칼로리의 합성감미료를 활용하면 기존의 문제가 해결된다 말한다. 기존에 없던 재료로 만들어진 식품들은 이미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그것들이 소비자의 기호를 채우고 삶을 잠식한다. 인간의 뇌는 가공식품업계가 내놓은 첨단의 제품들로부터 헤어날 길이 없다. 합성감미료가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 정확히 아는 이 또한 없다.

책은 과다한 설탕 사용부터 합성감미료로의 대체를 가공식품업계가 주도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변해버린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고 과감하게 고리를 끊는 것이 음식중독의 해악에서 탈피하는 길이라고도 적는다.

섬세한 진단과 치밀한 분석에 비해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원론적이어서 아쉬움을 안긴다.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눈앞의 음식에 쏠리는 마음을 어떻게든 억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먹는 이 스스로 제가 먹는 것에 투철해지라는 일침이다. 결국 제 몸을 책임지는 건 저 자신이란 뜻이다.

덧붙이는 글 | 국립세종도서관 발간 <정책이 보이는 도서관> 83호와 김성호 서평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독서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음식 중독 - 먹고 싶어서 먹는다는 착각

마이클 모스 (지은이), 연아람 (옮긴이), 민음사(2023)


#음식 중독#마이클 모스#연아람#민음사#김성호의 독서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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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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