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6월, 공무원 조기 명예퇴직
- 2015년 8월, 청소년 자살 예방 교육 강사 첫출발
- 2018년 5월, 강사협동조합 세움 설립
- 자격증 : 심리상담사, 시니어 두뇌건강지도자
- 수상 경력 : 학생 위기 예방 및 지원 활동 공적 경기도교육감 표창(2019년 12월)
'협동조합'에 대해 다소 생소하게 느끼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10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는 전국에 2만 개 이상 설립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조합원끼리 의기투합만 할 수 있다면 가장 민주적인 조직체로서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소통과 위기 예방 그리고 생명 존중의 가치를 세우기 위해 프리랜서협동조합의 일종인 강사협동조합 '세움'을 2018년에 설립하여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김일숙(61) 대표를 지난 9월에 만났다. 지역사회 기여와 함께 넉넉한 수입까지 보장되는 조합으로 성장할 날을 기대해 본다.
- 7년이나 일찍 퇴직하셨는데 그 이유와 퇴직 소감 한 말씀?
○○시 지방공무원으로 시작해서 31년 7개월 동안 근무하고 53세에 퇴직했어요. 33년을 채우고 싶었는데 계획보다 2년 앞당겨 나왔어요. 이유는 제 내부에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에 여기서 스톱!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나를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남편과 지인 모두 반대했는데도 사직서를 냈어요. 직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여유 있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조기 퇴직은 아주 잘한 결정이었어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새롭고 폭넓은 세상을 보게 해주었거든요.
- 강사협동조합 세움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이며, 대표께서 구체적으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우리 조합은 청소년들의 소통과 공감 능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생명 존중의 가치를 세우기 위해 설립되었어요. 조합 소속 10명의 강사가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 놀이와 흥미로운 교육으로 청소년 자신의 소중한 가치 찾기, 타인에 대한 이해력 향상과 긍정적 삶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이해와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는 강의 협의, 강의 스케줄 편성, 조합 예산 등 조합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어요. 또 협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대한 강의나 컨설팅 요청이 들어오면 가고 있어요. 작년에 ○○시 2곳, 올해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 한 팀을 작업했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의 일을 하게 되셨나요?
2009년 공직에 있을 때 외국인노동자 무료 진료를 시작했어요. 그게 계기가 되어 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 문제를 상담하게 되었는데 그 상담에서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아, 〇〇생명의전화 심리상담 공부를 시작했어요. 상담 공부가 끝날 무렵 청소년 생명 존중 강사 모집이 있었고 우연히 코디네이터(관리자)로 활동하면서 강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세움'이라는 강사협동조합을 2018년도 5월에 설립한 후 5년 정도 걸리긴 했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완성된 것 같아요. 2년간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 선정되어 두 번 하면서 조합의 기반을 잡고
'고민이를 구해줘'라는 교육용 보드게임도 만들고, 질문카드 20장과 낱말카드 30장에 담긴 '세움카드'를 만들어 학생들과의 대화와 소통을 쉽게 풀어가며 재미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해 나갔어요.
- 매일 일의 진행은 어떻게 되나요?
매일 정해진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일이 생기면 시작해요. 강의 요청이나 컨설팅 의뢰가 들어오면 그에 따라 강의 일정을 강사에 맞게 배정하고 강사들과 프로그램을 짜고 강의 준비를 하거나 컨설팅 준비 작업에 들어가요. 그 외에는 조합 강사들과 줌(Zoom)으로 회의하거나, 식사를 같이하면서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저는 조합 운영 전반에 대해 검토하고 강의 전후 행정적인 업무처리를 하고 있어요.
- 조합 운영 중 가장 힘든 순간이 있었다면?
코로나로 인해 2년 정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고, 강의 기회가 없었던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여기저기 막 돌아다니면서 쓰는 돈들이 모두 제 개인 돈에서 나오는 거예요. ○○시에 강의 계약하러 갈 때도 제 사비로 갔다 왔어요.
- 이 일을 하시면서 보람이 있었다면?
제가 학교 강의를 들어갔을 때 교탁 바로 옆 책상에 앉아있던 학생이 있었어요. 덩치가 큰 친구였어요. 교탁 바로 옆 책상에 앉아있어서 쳐다봤다니 "여기가 제 자리에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랬더니 "제가 좀 산만해요." 이러더라고요. 그때 "산만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너가 에너지가 넘친다는 얘기야. 너가 지금 사춘기라 호르몬이 왕성하게 나와서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거야"라고 했더니 다른 애들이 모두 야유를 해요.
그래서 "청소년 때는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서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랬더니 이 친구가 자기는 맨날 '넌 산만한 아이야' 이렇게 들었는데 제가 그렇게 표현해 주니까 그다음부터 손들고 질문해서 세 번이나 시켰어요. 그 친구 세 번 시키고 또 손을 흔들어서 "너는 많이 했으니까 이제 다른 친구한테 기회를 주면 어떨까?" 하면서 진정시켰어요. 강의 시작 10분 후에 그 학생이 자기 자리로 슬그머니 갔어요. 너무나 얌전하게 앉아있는 거예요. 아이들 만나면서 내가 던진 한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느낄 때가 많아요.
- 2017년 최초 설립 당시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전망은 어떤 것 같아요?
제가 협동조합을 만들기 전 2년에 걸쳐서 협동조합 교육과 사회적 경제 교육을 받으면서 들었던 얘기가 '강사협동조합은 잘 되는 데가 없다'였어요. 그 얘기할 때마다 '내가 그걸 깨야지! 강사협동조합도 잘 유지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 내가 표본이 될 거야' 이러고 시작했어요. 강사협동조합의 매출은 조합 강사들로부터 받는 20% 수수료가 전부이다 보니 1년 매출이 몇백만 원밖에 안 돼요. 그래서 협동조합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런 어려움이 있지만, 저희는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현재 강사협동조합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 수입은?
우리 조합 강사들은 월 200만 원 수준이에요. 보통 강사료가 시간당 8~10만 원 정도로 책정돼 있어요. 근데 학교는 3만 원, 3만 5천 원이에요. 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제 개인 문제가 아니니까 먼저 강의료가 얼마냐 물어보죠. 3만 원이라고 하면 '이번에는 재능 기부하겠습니다. 저희 강의 보시고 마음에 들면 내년도에 예산을 세워서 저희 최소 6만 원은 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하고 있어요. 2년간 지속해서 강의 요청을 하는 학교에는 최선을 다해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강의하고 있어요.
저는 강사협동조합 세움 대표, 협동조합협의회 회장 등 많은 직책을 맡고 있지만, 수입은 거의 없어요. 조합 관련 컨설팅을 하면 200~300만 원 정도 수입이 생기는데 그게 전부예요.
- 이 분야를 선택하려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이걸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어려움이 많아요. 경제적인 문제를 먼저 내세우기보다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거나 재능 기부를 하고, 시간적인 여유 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일을 시작하시는 것을 권해요. 스트레스받는 게 없는 일, 이게 프리랜서거든요. 강의가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일찍 가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도 있어요.
퇴직자 80% 이상이 자격증 시험을 생각하는데 나가도 경력(진짜 인맥)이 없으면 나이 든 사람은 안 써주거든요. 나이도 나이지만 그동안 쌓인 삶의 '경력'은 자격증으로는 못 따라가잖아요. 그래서 최소 5년 전부터 내가 퇴직 후 뭘 할 건지, 여유 있게 쓸 수 있는 돈은 있는지 또 취미생활을 누구랑 할 건지를 파악하고 만들어 놓으라고 조언해 주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블로그와 다음포털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