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0월 30일 오후 섬강 부평지구(원주) 준설 현장을 방문했다. 내년도 홍수기(매년 6월 21일~9월 20일) 수해 대비를 위한 한강 지류 국가하천인 섬강의 준설 상황을 확인하고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이었다 한다.
섬강 부평지구는 올해 2월 착공되어 2026년까지 하천 정비사업(준설, 제방보강, 도로 및 교량 건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이 예정된 현장이다. 준설이 완료되면 사업 구간 주변의 계획홍수위를 0.8m 낮출 것으로 분석되어 인근 민가 및 농경지의 수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기대하고 있는 곳이다.
환경부, 모래의 강 내성천 포함 7곳 국가하천 준설한다
환경부는 이렇듯 국가하천의 준설사업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 국가하천 정비사업 예산을 2023년 4510억 원에서 2024년 6627억 원으로 확대한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한화진 장관은 "준설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강우와 홍수를 저감하기 위한 대표적인 홍수방어 수단 중 하나"라며, "지류·지천에 대한 준설을 통해 수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7곳의 국가하천의 준설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 국가하천 중 한 곳이 내성천이다. 우리나라 하천은 주로 모래강이고 내성천의 상황을 살펴보면 지금 이 정부가 강행하려는 준설 작업이 얼마나 무용하고 생태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사업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내성천은 주로 모래강인 우리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강이라 평가받고 있다. 모래톱이 넓게 발달하고 산과 산 사이를 흘러나오는 하천 고유의 모습과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구간이 많아서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
실지로 내성천은 드넓은 모래톱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가고, 그 물길이 산과 산 사이를 요리조리 흐르는 사행하천(蛇行河川) 혹은 감입곡류(嵌入曲流) 지형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던 하천이었다. 그런데 4대강사업의 하나로 내성천의 중류에 들어선 영주댐은 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영주댐 때문에 물과 모래가 끊어지면서 있던 모래는 하류로 쓸려내려 가고 상류에서 모래가 더 이상 공급되어 뒤덮어주지 않으니 그 자리에 풀과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이른바 심각한 육역화현상이 일어나버려 깨끗한 백사장을 자랑하던 내성천 고유의 경관이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고운 모래톱이 쓸려가버리고 거친 모래톱으로 그 입자가 바뀌자 내성천이 고향이자 내성천의 깃대종인 우리 고유종 물고기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종인 흰수마자란 물고기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또다른 깃대종의 하나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새인 흰목물떼새도 모래톱 환경이 바뀌면서 그 개체수가 극감하고 있다.
멸종위기종들의 고향과도 같은 내성천의 생태환경이 급격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7~8월의 기록적인 폭우는 내성천 하류의 경관을 조금 바뀌어놓았다. 중상류에서 떠밀려온 모래가 하류에 쌓인 것이다. 국가명승 회룡포의 모래톱이 옛 모습으로 부활했다 할 정도로. 홍수는 하천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요소이기도 한 것이다.
홍수피해 막겠다고 준설한다? .... 잘못된 정책인 이유
그런데 이 홍수를 바라보는 지점이 한화진 장관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번 여름에 회룡포마을이 침수되는 홍수피해를 입었고, 그 피해를 한화진 장관은 쌓인 모래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준설을 하지 않았기에 홍수위가 올라갔고, 그 때문에 회룡포마을이 침수되는 홍수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는 해석들이 있다.
우선 이번 회룡포마을의 홍수피해는 영주댐의 댐 조작(수위관리) 실패라는 주장이 있다. 이와 관련 <내일신문>은 지난 7월 기습폭우가 내릴 때 영주댐의 수위조절 실패의 결과로 이번 회룡포마을의 침수 사태가 일어났다고 보고 있었다.(관련 기사 -
영주댐 수위관리 한계, 회룡포가 잠겼다)
기사는 "(7월) 15일 초당 1030톤의 유입량이 들어왔을 때 방류량을 552톤까지 늘렸지만, 수위는 160.68미터까지 올라가 만수위 161미터 코앞까지 갔다. 이는 지난 2020년 8월 하류 홍수피해를 키웠던 용담댐, 합천댐, 섬진강댐 사례와 유사한 경우로 해석된다"고 쓰고 있다.
댐 조작의 실패란 것이다. 여기에 대해 기사를 보면 영주댐관리단 관계자는 "영주댐은 수위 153미터가 돼야 여수로 방류를 할 수 있다"며 "그 이하 수위에서는 발전방류로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즉 더 이상 물을 내려보내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으로, 미리 물을 대량으로 뺄 수 없는 구조란 것이다. 이런 구조가 이번 회룡포마을 침수 사태로 일어난 것이란 설명이다.
또 하나의 해석은 내성천 하류인 낙동강에 들어선 상주보로 인해서 강물이 정체돼 낙동강과 내성천이 만나는 삼강지점에서 물이 빠지지 않고 물이 내성천 쪽으로 역류해서 내성천의 맨 하류에 있는 회룡포마을이 침수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근거는 마을주민의 증언이다. 지난 장마기에 회룡포마을에 만난 한 주민인 A씨는 "당시 강물이 역류했다. 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걸 눈으로 목격했다. 삼강 쪽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서 강물이 역류한 것이다. 상주보 때문이다. 상주보 때문에 낙동강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 내성천 강물이 역류해서 회룡포마을이 수십 년 만에 침수피해를 당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이 두 주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면, 당시 폭우가 올 때를 대비해서 물을 완전히 빼두지 않은 영주댐 관리와 수문 조작의 실패 그리고 상주보의 영향으로 물이 쉽게 빠지지 않아 강물이 역류해서 회룡포마을이 침수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즉 영주댐과 상주보란 하천의 인공 구조물에 의한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한 홍수란 것이고, 이런 인위적 교란 요소로 강물이 범람한 것이지 준설을 하지 않아서 홍수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과학적으로 따져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국가 정책을 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내성천의 모래는 영주댐 이전에 비해 2미터 이상 빠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일 정도로 하류로 모래가 많이 빠져나간 상태로 더 이상 준설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성천을 많이 가보고 내성천을 잘 아는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리고 마구잡이 준설은 강 생태계를 완전히 괴멸시킨다는 점에서 지양해야 할 하천 정책으로 환경단체들은 보고 있다. 하천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 다양한 생물이 깃들어 살 수 있는데 준설로 직강화, 평탄화시켜 그 모습을 획일화해놓으면 기존에 살았던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내성천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과 같은 법정보호종 야생생물들의 집합소와 같은 곳이다. 전 구간에서 고르게 법정보호종들이 적게는 6종에서 많게는 9종까지 살고 있다는 것이 최근 국립생태원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무분별한 준설은 이러한 법정보호종들의 서식처마저 망쳐버린다는 점에서 환경부가 쉽사리 펼 정책은 아닌 것이다.
내년도 준설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삽질 막아야
그렇다면 홍수피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란 문제가 남는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이철재 생명의강특위 부위원장은 말한다.
"하천의 고유한 모습으로 하천을 복원시키고, 원래 하천의 영역이었던 그들의 땅을 하천으로 되돌주는 방식으로 말하자면, 홍수터를 널리 확대해주는 방식으로 홍수를 대비하면 된다. 그것이 선진 하천정책이고 이는 다양한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인 하천의 생태계를 망치지 않고 수해를 방지하는 것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이란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하천정책이다."
따라서 환경부장관이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은 국민혈세를 투입해 멸종위기종들의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일이요, MB의 4대강 정책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에 다름 아니란 것이다. 이에 대해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일갈한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은 한 나라 환경부 수장답게 처신해 달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단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그리고 국회는 이 나라 환경부가 정말 쓸데없는 '삽질'로 우리하천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또다시 망치기 전에 내년도 준설 예산을 전액 삭감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 하천에서 두 번 다시 4대강사업 식의 하천 망조 사업이 일어나지 않기를 정말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