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창이다. 안타깝게도 주요 정당과 언론은 총선 공약보다는 이슈 따라잡기에 바쁘다. 이렇게 정책이 사라진 선거가 있어나 싶을 정도다. 정부 임기 중반에 진행되는 총선은 집권 세력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선거가 진행될수록 각 정당과 언론은 우리 국민의 감정선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주권자로서 우리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현재의 정책과제다. 지역구 선거가 주요 이슈로 다루어지는 총선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논의는 사라져버렸지만, 반드시 평가해야 할 항목임이 분명하다. 이 기사에서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의미한 통일외교분야 공약(정책공약집)을 제시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녹색정의당의 공약을 정리함으로써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려 한다.
전쟁 위기 막고 '평화복원' 내건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은 22대 총선 '10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평화복원'을 제시했다. 민주당이 "평화를 다시 만들기" 위해 제시한 대안은 크게 세 가지, 즉 첫째, 평화와 경제적 국익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 둘째, 전쟁 위기를 예방하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 셋째, 남북교류협력 재개와 인도주의 협력 촉구 등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민주당은 먼저 주변 4강 외교와 관련해, '한미동맹을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키되, '동북아 지역 내 갈등을 고조시키는 한미일 군사동맹화를 저지'하고 '한·중·일간 지역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평화와 경제적 국익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당당한 대일 외교를 추진'하고, '한·중 우호협력관계 복원'과 '한러관계 악화 방지'를 제시해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한 모습을 보였다.
두 번째, 북핵 문제의 경우 "초당적 대북정책의 틀을 마련해 비핵화와 평화구축의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제재와 관여, 이익과 불이익을 유기적으로 배합해 협상력을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비핵화 과정과 평화 과정의 시너지 있는 진행"과 "국제공조와 남북 대화의 상호보완적 운영"을 강조했다.
세 번째,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먼저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남북한 소통 채널을 복구"하고 "9.19 군사합의 이행"과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남북 보건의료협력,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협력을 통해 남북 신뢰를 조성"하고 "남북 문화, 체육, 역사 과학기술 등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으로, 남북통일과 관련해서는 '지속가능 통일국민협약위원회'를 설치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 관련 사회적 대화 활성화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 및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통일외교분야 총선 공약은 악화일로에 있는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다양한 교류협력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대북 강경정책을 지속하고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문재인 정부 당시 보수와 진보 진영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만들어낸 '통일국민협약'이 윤석열 정부에서 사문화된 상황에서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
가치 기반 '자유평화 한반도' 강조한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정책공약집에서 북한비핵화와 자유평화 한반도를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첫 번째로, 북한비핵화와 관련하여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북핵 문제 논의를 주도하고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대북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자금줄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자유평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①북한이탈주민 지원, ②이산 및 납북자 가족의 고통에 응답, ③헌법 가치에 충실한 통일 준비, ④북한인권 문제의 실질적 개선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하였다.
국민의힘은 구체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개인 맞춤형 일자리 지원과 멘토링을 지원을 강화하고, 이산가족의 고령화에 맞춘 교류기반을 강화하며, '이산가족·국군포로·희생장병 메모리얼 센터 건립' 등을 통해 귀환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및 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남북통일과 관련해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위한 통일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통일 준비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통일정보의 허브로서 '국립통일자료센터'를 건립하는 등 "북한 실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미래세대에 대한 통일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북한인권 문제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가칭) 국립북한인권센터'를 건립하고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자격으로 국제사회의 논의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통일외교분야 총선 공약은 상당 부분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과 대부분 일치한다. 지난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대북·통일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는지 돌아보면, 북핵 문제나 북한인권 문제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있었는지 반문하게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은 하루가 다르게 증강되고 있다. 집권 여당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레짐이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으로 무력화된 상황에서 어떤 대안이 있는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녹색 평화'와 남북의 '평화 공생' 강조한 녹색정의당
마지막으로, 녹색정의당은 '외교-남북관계 공약'에서 "녹색 평화를 위한 한반도-동아시아-세계의 다차원 협력"과 남북의 "평화 공생"을 제안하고 있다.
첫 번째로, 녹색정의당은 '외교-남북관계' 차원의 양대 전략 중 하나로, "전쟁 방지-기후협력이 결합된 '녹색 평화'를 위한 한반도-동아시아-세계의 다차원 협력 외교"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쟁 방지-기후협력을 위한 대화와 협력 기제로서 '녹색 평화 6자회담'을 제안"하고 있으며 "평화·공생·기후협력 '국제기후평화연대회의'와 '진보정당 인터내셔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양대 전략 중 다른 하나의 전략으로 "현재 적대적 갈등 관계가 고착화될 위기에 처해 있는 남북관계를 평화와 공생의 관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남북기본협정 체결로 평화 공존을 제도화"하고 "남북 군사적 대결 정책을 중지하고 상호군축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북의 핵 활동 동결-대북제재의 완화(스냅백) 등 유연한 정책이 입체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제재 완화와 연동해 남북경협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북핵 대화를 북미에 맡겨두지 않고 주체로 참여하기 위해" 앞서 제시한 '녹색 평화 6자회담'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녹색정의당의 통일외교분야 공약은 외교와 남북관계를 통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녹색 평화 6자회담'을 제안하는 등 기존에 제시된 정책과 차별화된 공약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다만 국내에서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대안도 마련될 필요가 있겠다.
국회의 역할 빠진 '이상한' 총선 공약
주요 정당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정책공약집을 정리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 총선은 분명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이다. 그런데 왜 통일외교분야에서 국회의 역할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일까? 국회 스스로 '통일외교는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정말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어떻게 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견제할지, 어떤 입법 활동을 통해 국회 스스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낼지 대안을 제시하고 필요하다면 직접 행위자가 되어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관련 기사:
위험천만한 남북관계, 국회도 책임져야 합니다, https://omn.kr/27xwe). 그런데 이번 총선에 나선 정당들은 스스로 그 권리와 의무를 저버린 것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이제라도 각 정당이 통일외교 분야에서 국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책임감 있는 대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 집필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