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에게 사람들이 바라는 건 유능함이다. 저 사람들한테 맡기면 그래도 나라가 걱정이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은 민폐를 끼치는 집단이 되고 있다."
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의 말이다. 역대급 참패라는 22대 총선 성적표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었다. 최 의원은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보수 재건'을 강조했다. 정치의 본질이자 보수의 자산인 '정책적 유능함'을 회복해 다시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론 '원내대표 중심제'를 제안했다. 기존의 '제왕적 당대표 체제'는 당내 줄 세우기로 잡음만 일으킬 뿐, 실익은 없다고 했다.
최 의원은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전당대회 하다가 오히려 당 지지율만 추락했는데, 그런 걸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며 "2~3개월 동안 전당대회를 하면 서로 분열도 되고 줄 세우기도 하고 갈등을 빚게 되는데 (현재) 그럴 틈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민주당은 대통령이 재의결을 요구해서 부결됐던 법안들을 다시 올리는 등 아주 숨 쉴 틈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여당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최고의 지혜를 모아서, 자기가 속한 상임위의 법안을 두고 민주당과 논쟁에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무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현재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 당 안팎에서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 의원이 차기 원내대표가 되면 대통령실과 여당 간 수평적 관계 정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최 의원은 "(우려와 달리) 108명의 집단지성이 발휘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누가 원내대표가 되든 압도적인 야당 공세에 맞설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도) 용산의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통해 '192석'을 얻은 범야권과 주요 법안들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고 해도 '소수' 여당이 이를 저지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최 의원도 그것을 잘 알지만 보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절박하게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이 여당의 논리적 반박을 의석수로 뭉개면 국민이 오히려 다음에 기회를 줄 것이라 했다.
"민주당과의 논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국민들이 납득을 못한다. 우리가 (쟁점 법안에 대해서) 물러설 수 없는 이유를 국민들께 설득하고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그것을 짓밟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 국민들이 동정이라도 하지 않겠나. 그리고 다음 기회라도 주지 않겠나. 그저 우긴다? 그건 다수당일 때나 하는 거다. 이걸 하지 않으면 지금 인구 구조가 앞으로 우리가 선거에서 쉽게 이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왕적 당 대표 체제, 당내 분열 만들어 원내 집중성 떨어뜨려"
- 강력한 원내대표 중심제를 주장했는데, 배경이 무엇인가.
"21대 국회 마지막에 민주당의 대여 공세가 거세다. 특히 대통령이 재의결을 요구해서 부결됐던 법안들을 다시 올리는 등 아주 숨 쉴 틈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그래서 원내 중심으로 잘 대응해야 한다. 결국 원내대표가 협상의 사령탑이기 때문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최고의 지혜를 짜내야 한다. 2~3개월 동안 전당대회를 하면 서로 분열도 되고 줄 세우기도 하고 갈등을 빚게 되는데 그럴 틈이 없다."
- 원내대표 중심 체제가 현재 여당의 위기 극복에 유리하다고 보는 건가.
"지금 제 생각은,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초기에 지역 활동을 자제하고 국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거다. 자기가 속한 상임위의 법안을 두고 민주당과 논쟁에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고 무장해야 한다. 그래서 민주당이 억지를 쓰는 모습을 국민이 보게 해야 한다. 논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국민들이 납득을 못 한다. 우리의 방어선이 무너지면 민주당이 분별력을 잃고 마구 밀어붙일 거다.
우리가 볼 때 절대로 안 되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재정 적자가 더 늘어서는 안 된다. 우리 미래 세대에게 더 큰 부채를 물려줘선 안 된다. 연금 개혁, 의료 개혁 등 절대로 물러설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러면 물러설 수 없는 이유를 국민들께 설득하고 민주당이 다수당으로서 그것을 짓밟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 국민들이 동정이라도 하지 않겠나. 그리고 다음 기회라도 주지 않겠나.
그저 우긴다? 그건 다수당일 때나 하는 거다. 소수당은 처절하게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진실을 밝히고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이걸 하지 않으면 지금 인구 구조가 앞으로 우리가 선거에서 쉽게 이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지혜롭게, 안 되는 건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고 협상할 건 협상하면서 헤쳐 나가야 하는데, 닥친 난제들을 외면하고 마치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듯 외면하고 국회 밖에서 전당대회를 하면 해법이 나오나? 안 나온다.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전당대회 하다가 오히려 당 지지율만 추락했다. 그런 걸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지금 한가하게 당 대표를 뽑을 시간이 없다는 게 현실적인 문제고 그리고 당 대표 제도라는 게 민주주의 대의정치에도 반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각각 지역에서 50% 가까운 득표율로 당선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당 대표는 아무리 넓게 잡아도 1%의 국민밖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대의정치라는 측면에서 봐도, 기본적으로 대표성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제왕적 당 대표 체제의 문제점은 민주당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우리 당에서도 혼선과 혼란, 실망으로밖에 이어지지 않았다. 원내 정당에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당 대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해결이 안 된다. 집단 지성은 국회에서 발휘해야지 그걸 외면하고 딴짓한다? 그건 오히려 지금 절박한 민생의 현안 그리고 위기에 처한 정부·여당의 입지를 오히려 더 혼란스럽게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
- 결국 현재 여당은 정책적 유능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보수에게 사람들이 바라는 건 유능함이다. 보수는 때때로 너무 잘나서 기분 나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 사람들한테 맡기면 그래도 나라가 걱정이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은 그게 아니다. (보수 정치인이) 오히려 걱정을 더 끼치고 민폐를 끼치는 집단이 되고 있다."
"압도적 야당 공세 맞설 원내대표, 용산과 신뢰 필요해"
- 현 상황만 아니라 앞으로도 원내대표 중심으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고 보나?
"근본적으로도 당 대표 체제는 맞지 않다는 것이 오랜 지론이다. 당 대표가 무엇을 하나. 당이 위기를 처했을 때 비대위 역할을 하는 경향이 조금 있지만, 그럴 때 말고는 대개는 역효과를 낸다. 당 지지율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당내 분열을 만들어 원내 집중성을 분산시키고 있지 않느냐.
대선을 치를 때는 사실 전국위원장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을 예로 들면, RNC(공화당전국위원회)·DNC(민주당전국위원회), 우리나라로 치면 전국위원회다. RNC·DNC는 정당 모금을 하고 정당 홍보를 한다. 또 매일같이 당의 입장문을 낸다. 원외에서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국회의 상황을 알리고 정당의 입장을 알린다. 사실은 상시 선거 체제다. 대통령 후보라든가 전국 선거의 후보를 정하는 상시적인 선거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조직인 셈이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지금 당 대표를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하려는 것 아닌가. 그건 욕심 아닌가. 역사적으로 봐도 당 대표한 뒤 바로 대선후보가 된 경우는 별로 없다. 우리가 미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권주자는 대선 1년 전에 전국위원회를 통해서 미국식 전국순회 방식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고 그러면서 훈련을 하고 민심에 맞게 공약을 다듬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원내대표 중심 체제는 오히려 더 제왕적이지 않겠나?
"일종의 중간 선거를 많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다. 잘하면 연임도 하고 그냥 추인도 해서 연임으로 바로 갈 수도 있고, 도전자랑 대결하든지 해서 하면 된다. 원내대표 선거가 가장 까다로운 선거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후보의 강점과 단점을 개별 의원들이 다 판단하기 때문에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걸로 본다. 그 원내대표 선거에서 만약에 그렇게 결론이 났다면 그것도 일종의 집단 지성이 모인 거다. 판단을 믿어야 한다."
- 예를 들어, 현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철규 의원이 당선되면 용산과 수평적 관계를 정립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108명의 집단지성이 발휘될 거다. 이철규 의원도 강점이 있고 또 단점이 있지 않겠나. 오히려 용산과 신뢰가 있기 때문에 용산에 강하게 원내 의견을 주장할 수도 있다. 누가 원내대표가 되든 간에 압도적인 야당의 공세에 맞설 협상력을 가져야 하는데, 그때 용산의 신뢰가 또한 필요한 거다. 우리는 협상을 했는데 용산이 거부해버리면 협상이 성사가 안 되지 않나. 용산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 원내대표 중심제는 의원내각제 개헌 주장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맞다. 우리가 대통령제는 위기에 강하다고 그런다. 하지만 2008년에 미국 특파원 할 때 리먼 사태가 났는데, 전혀 안 그랬다. 미국은 우왕좌왕했다. 대통령과 국회가 분리돼 있어서 그렇다. 반면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신속하게 금융위기를 진정시켰다. 빠르게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그다음에 긴급재정자금으로 수습하는 걸 했다. 영국의 사례에 따라서 미국도 합의에 이르렀다.
훈련된 의원내각제가 훨씬 위기에 강하다. 우리가 의원내각제에 적합하냐고 했을 때, 의원들이 별로 훈련을 안 하고 원내에 집중을 안 해서 자격 미달인 측면이 조금 있다. 그래서 현재는 원내 중심제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채 상병 사건, 정부 책임 있는 모습 못 보여 큰 역풍"
- 현안 얘기 좀 해보자. 총선 패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중 누구의 책임이 크다고 보시나.
"모두 정권심판론을 얘기하지 않나. 그 한마디로 설명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리 분별과 계산을 통해서 표를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집권당에 바라는 도덕적 기준이 있다고 한다. 도덕의 정치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볼 땐 우리 정부·여당은 법률적 책임을 많이 따진 것 같다. 그럴 거면 사법부만 있으면 된다. 왜 입법부와 행정부가 있느냐.
채 상병 사건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건이 경찰에 넘어갔기 때문에 정부나 국방부 장관으로서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젊은 해병이 구조에 동원됐다가 참사를 당했다.
국민들이 볼 땐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거다. 국가라는 것은 전장에 보낸, 또는 현장에 보낸 병사의 목숨과 헌신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근데 법률적 책임만 따지고 책임 있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게 큰 역풍을 불렀다. 나는 여기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 말도 잘 못 하고, 말실수도 했지만 도덕적 기준이 똑바른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에 당선된 거다. 우리는 그걸 놓친 거다."
- 국민의힘 입장에선 김건희 특검법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시나.
"여당은 숙고를 좀 더 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 안타까운 것은 용산 대통령실도 미국처럼 퍼스트레이디 대변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은 (여사) 문제에 답을 못할 수가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까 의구심은 자꾸 커지고, 방어를 못 해주고 있다. 퍼스트레이디가 개인 변호사든 뭐든, 창구를 통해서 팩트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22대 국회에서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은 AI 디지털 시대이지 않나. 마산이 디지털 자유무역지역으로 최초로 지정받았다. 저는 마산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서 대한민국의 어떤 수출 경쟁력 또 대한민국의 경제 회생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로, 구마모토라는 지역이 있다. 과거 급격한 공업화로 바다가 중금속으로 오염되는 바람에 '미나마타병'이 생겼던 곳이다. 넓게 보자면 공업화 특성의 마산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동네다. 그 도시에서 TSMC를 비롯해서 세계적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했다. 저는 마산의 공업화 성공 경험을 살려 그런 기적을 이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