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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취임 후 첫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했다. 추념사를 대독시켰지만 그 내용마저도 크게 비판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추념식에 불참했을 뿐만 아니라 추념사마저 내지 않았고, 이에 국무총리 명의의 추념사가 낭독됐다. 대통령과 정부가 제주4.3항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은 매년 '제주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조합원들은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제주4·3항쟁 당시 학살과 참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기행을 하고 있다. 필자(이재준, 손진 기자)는 기행에 참여한 조합원의 소감문을 취득해, 지난해 [제주4.3 평화기행]에 이어서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기자말]
  
 2024년 3월 30일 '제주4.3항쟁 정신계승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한 켠에서 김스롱 화섬식품노조 정책부장
2024년 3월 30일 '제주4.3항쟁 정신계승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한 켠에서 김스롱 화섬식품노조 정책부장 ⓒ 화섬식품노조 제공
 
화섬식품노조에서 정책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김스롱씨는 "이번 제주 4.3 기행은 나 자신과 스스로를 둘러싼 현 상황을 돌아보게끔 하는 여정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수만명의 민중들이 정권과 이념의 희생양이 되어 스러졌고, 이후에도 남은 이들의 인생에 수많은 생채기를 냈던 우리의 아픈 역사는 제주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겨 놓았다"고 했다.

그는 "29일 마지막 일정인 정방폭포, 소남머리 일대에 들렀을 때 많은 감정이 가슴 속에 와닿았다"고 했는데 "특히 정방폭포로 가는 입구에서 기행 강사께서 돌에 새겨진 시를 읊어주셨을 땐, 시퍼런 파도 속에 수장된 무고한 주민들이 느꼈을 서늘함과, 이들에 대한 시인의 애절함이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시인의 추모시 낭독을 보고 싶다면 여기 클릭.

이어 "정방폭포 일대에선 공식적으론 256명이 희생되었다 한다"고는 "그러나 실제로는 그 숫자의 2~3배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듣자, 그날의 궂은 날씨가 더욱 어둑어둑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여기정방 4.3 추모시를 읊어주고 있는 기행 강사.
여기정방 4.3 추모시를 읊어주고 있는 기행 강사. ⓒ 화섬식품노조 제공
  
김씨는 "학살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어떤 풍경을 보더라도 그 이면에 있는 누군가의 희생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은, 철없이 제주도를 관광하기만 하였던 나 자신과 겹쳐지며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고 덧붙였다. 또 "이 제주도를 관광하기만 하였던 나 자신과 겹쳐지며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번 4.3 기행을 기점으로 하여, 나의 무관심과 부실한 상상력을 보완할 수 있었으면 하는 스스로의 바람을 소중히 간직해야겠다"고 반성했다.

그는 "다른 한편으로 권력을 취하여 타인의 삶을 무참히 짓밟았던 정권과 외세에 대한 분노 역시 느꼈다"고 한 뒤, 때문에 "탄압과 항명의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해당 지식과 감정을 토대로 하여 불의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 그 불의에 맞섰던 조상들의 의지를 잇는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4.3사건 이후 8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좌절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소감문을 마쳤다.

그는 3월 29일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기행단으로서 4.3 평화기념관, 현의합장묘(4.3 위령공원), 송령이 골 희생자 집단 묘지, 정방폭포를 거치는 기행 일정에 참여했다.
 
 현의합장묘 내력과 희생자들. 최저 1세에서 최고 65세까지 희생자들이 적혀있다.
현의합장묘 내력과 희생자들. 최저 1세에서 최고 65세까지 희생자들이 적혀있다. ⓒ 화섬식품노조 제공
 
아래는 소감문 전문이다.

이번 제주 4.3 기행은 나 자신과 스스로를 둘러싼 현 상황을 돌아보게끔 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수만명의 민중들이 정권과 이념의 희생양이 되어 스러졌고, 이후에도 남은 이들의 인생에 수많은 생채기를 냈던 우리의 아픈 역사는 제주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겨 놓았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권을 두고 다툴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중의 몫임을 제주4.3의 역사가 방증하고 있었습니다.

29일 마지막 일정인 정방폭포, 소남머리 일대에 들렀을 때 많은 감정이 가슴 속에 와닿았습니다. 특히 정방폭포로 가는 입구에서 기행 강사께서 돌에 새겨진 시를 읊어주셨을 땐, 시퍼런 파도 속에 수장된 무고한 주민들이 느꼈을 서늘함과, 이들에 대한 시인의 애절함이 느껴졌습니다.

정방폭포 일대에선 공식적으론 256명이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숫자의 2~3배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듣자, 그날의 궂은 날씨가 더욱 어둑어둑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을 기억하고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학살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어떤 풍경을 보더라도 그 이면에 있는 누군가의 희생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철학은, 철없이 제주도를 관광하기만 하였던 나 자신과 겹쳐지며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번 4.3 기행을 기점으로 하여, 나의 무관심과 부실한 상상력을 보완할 수 있었으면 하는 스스로의 바람을 소중히 간직해야겠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권력을 취하여 타인의 삶을 무참히 짓밟았던 정권과 외세에 대한 분노 역시 느꼈습니다. 하여 탄압과 항명의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해당 지식과 감정을 토대로 하여 불의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 그 불의에 맞섰던 조상들의 의지를 잇는다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3사건 이후 8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권력의 불의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우리의 몫임을 깨닫게 된 이상, 현 상황에 좌절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 중복 송고했습니다.


#제주#제주43#집단학살#정방폭포#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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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밥 먹여준다'고 생각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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