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농촌지역인 충북 옥천의 청소년, 자녀를 양육하는 주부, 면 지역 주민, 고령운전자 등을 만나 이들의 생활 속 이동권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더 많은 기사는 <월간 옥이네> 5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원하는 때, 원하는 곳에 마음껏 갈 수 있다는 기쁨. 현대는 이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있는 자리를 조금만 비껴서 바라본다면, 이는 여전히 모두의 기쁨이 아니다. 어린이든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한 세상으로 한 발짝 다가가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는 다른 지역의 공공교통 사례를 소개한다.

구석구석 섬마을도 문제 없어요, 전남 신안군 1004버스
 
 전남 신안군 1004버스 탑승 장면
전남 신안군 1004버스 탑승 장면 ⓒ 월간 옥이네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해 '1004섬'이란 별명이 붙은 전남 신안군. 지리적 특성상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작은 섬마을이 많지만, 창의적인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있다. 

신안군은 전국 최초로 민간업체가 아닌 지자체가 직접 공영버스를 운영한다. 지선(읍·면내에서 운영), 간선(인접 읍·면 간 이동), 광역(인근 목포시까지 이동) 버스 등 일반 공영버스 외에도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낙도 공영버스(선착장까지 버스가 이동, 스타렉스 등 12인승)와 수요응답형 1004버스(버스 운행하지 않는 마을, 버스가 없는 작은 섬까지도 24시간 운영)도 운행한다. 

이 중 1004버스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낙도, 섬 지역인 신안군에서도 가장 교통 취약지역의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공공교통 서비스다. 2019년 5월을 시작으로 현재 10대의 1004버스가 운행 중인데, 운행 노선·시간·횟수를 정하지 않고 주민 요청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공동체가 운영 주체가 돼 24시간, 응급 상황 시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2019년 제12차 한국OECD 농촌정책컨퍼런스에서 바람직한 교통모델로 뽑히기도 했다.

14개의 읍·면, 무수한 섬마을로 이루어진 신안군에는 본래 14개의 민간 버스업체가 있었다. 대부분 규모가 영세한 가족경영 회사로, 기상이나 버스 기사의 건강 상황에 따라 버스 운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날이 허다했으니 그 어느 지자체보다 교통 환경이 열악했다. 2007년 임자면을 시작으로 민간 버스회사와 접촉, 협의하며 노선권을 반환받았고 민·관 협의체 비영리 법인 '신안군 공영버스 권역별 운영협의회'가 주체가 돼 7년 만에 완전 공영제를 이뤄냈다.

2007년 완전 공영제 시행 전 33개였던 노선 수는 2023년 117개로, 22대던 운행 버스는 75대(본도 60대, 낙도 15대), 운전기사는 22명에서 4배 이상 증가한 94명(본도 79대, 낙도 15대)으로, 운행 횟수는 평균 1일 4회에서 7회로 늘어났다. 버스 노선과 운행횟수가 증가해 이용객 역시 크게 늘었는데, 연간 이용객은 20만 명에서 67만 명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22년부터는 경유 연료 공영버스를 친환경 수소·전기버스로 교체하고 있는데, 2026년까지 69대로 확대해 교체할 계획이다.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공영버스는 최근 관광 상품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관광객 대상 공영버스 자유이용권을 도입해 주요 섬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 1일권 기준 성인 5천 원, 청소년 3천 원, 초등학생 2천 원으로 횟수에 상관없이 목포를 오가는 광역버스와 섬 내를 운영하는 간선버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 해 1만 장가량 판매되며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남부럽지 않은 우리 버스... 강원 정선군 버스의 똑똑한 변화
 
 시험운행 중인 강원 정선군 와와버스
시험운행 중인 강원 정선군 와와버스 ⓒ 월간 옥이네
 
아리랑의 고장으로 불리며, 산 높고 물 깊은 강원 정선군. 일부 마을에서는 버스를 타기 위해 12km를 걸어나와야 했을 만큼 교통의 오지로 불리던 내륙 지역이지만 2020년 버스 공영제를 완성하면서 '와와버스'가 정선군 구석구석을 내달리고 있다. 

정선군은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이 모두 가능한 정선군 버스정보시스템(BIS)을 도입했는데, 이동 거리와 시간, 가까운 버스 승강장 위치와 탑승 버스 정보 등을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게 됐다. 버스 위치 정보를 1~3초 간격으로 단축한 초정밀 교통정보시스템, 승차벨 서비스(버스운전자에게 정류소에 버스탑승 대기 중인 승객이 있다고 알려주어 정차를 유도하는 서비스)는 올해 상반기에 도입할 계획이다. 

매년 상·하반기 민원을 바탕으로 노선을 개편하며 계속해서 효율적인 버스 운행을 하고 있는데 최근엔 57번 고한 노선을 편도 10회로 늘리고 경유지를 신설, 증편하는 등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했다. 교통약자와 환경을 고려한 움직임도 이어나간다. 2023년부터 친환경 저상 전기버스를 확대해나가면서 현재 10대를 도입한 것(전체 버스 34대 중 약29%). 이는 앞으로도 늘어날 예정이다. 이처럼 교통약자를 배려하려는 노력은 국토교통부가 주관, 2년마다 진행되는 대중교통 시책평가에서 2023년 전국 2위 선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간식 주는 버스, 강원 춘천시 통학급행버스
 
 간식 주는 버스인 강원 충천시 통합급행버스
간식 주는 버스인 강원 충천시 통합급행버스 ⓒ 월간 옥이네
    
강원 춘천시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학생전용통학급행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춘천시의 유일한 시내버스인 춘천시민버스가 학생들의 등교 편의를 위해 8개 학교를 바로 갈 수 있는 12개 노선을 신설한 것인데, 등교 시간 하루 평균 이용 학생이 39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버스가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으니, 버스 내부의 간식 바구니 덕분이다. 춘천시민버스가 마련한 이 간식 바구니에는 초코파이 혹은 초코바와 같이 허기를 달랠 간식이 들어있다. '학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라는 응원 문구도 눈에 띈다. 통학버스 덕분에 춘천 학생들은 바쁜 등교 시간, 허기도 희망도 함께 충전한다.

100원 버스로 함박웃음... 경기 양평군 행복버스

경기 양평군 서종면·청운면·양동면 등에서 운행되는 승합차 형태의 행복버스는 성인 500원, 65세 이상 노약자 및 임산부 100원, 6세 미만은 무료인 농촌형 교통모델이다.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할 목적으로 마련된 행복버스는 양평군 교통과에서 공모를 통해 추진한 사업인데, 승합차 형태의 행복버스 4대는 운수업체가 아닌 주민단체(자율방범대, 주민자치위원회, 청년회)가 운영한다. 주민들의 필요에서부터 생겨난 교통수단인 만큼, 행복버스는 이름처럼 함박웃음을 싣고 달린다. 

공공·문화시설 모셔다드립니다, 충북 증평군 문화산책버스
 
 충북 증평군 문화산책버스
충북 증평군 문화산책버스 ⓒ 월간 옥이네
 
충북 증평군은 2018년부터 '문화산책버스'라는 이름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의 공공시설 이용과 문화행사 참여를 지원하고, 초·중·고 학생들의 귀가를 돕기 위한 일종의 '셔틀버스'다. 버스는 증평역, 보건복지타운, 군립도서관, 스포츠센터 등 공공시설과 문화시설을 중심으로 운행하는데, 매일 8회 순환 운행한다. 요금은 학생 500원, 일반인 1천 원으로 일반 대중교통보다 저렴하다. 한 해 4천800명 넘는 인원이 이용하고 있다고.

이외에도 증평군 개인택시 운전기사와 배달대행업체 라이더, 괴산경찰서와 증평소방서가 협약을 맺고 '택시경찰대', '라이더 순찰대'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데, 이들의 활동이 주민들의 안전귀가와 치안을 돕는 점도 이색적이다. 

월간옥이네 통권 83호(2024년 5월호)
글 한수진 사진 각 해당 지자체 제공

이 기사가 실린 월간 옥이네 구입하기(https://smartstore.naver.com/monthlyoki)

#옥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월간 옥이네는 자치와 자급, 생태를 기본 가치로 삼아 지역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 사람을 담습니다. 구독문의: 043.731.8114 / 구독링크: https://goo.gl/WXgTFK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