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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뭘까? 20년 전 대학생일 때 처음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때의 목적지는 인도였다. 인도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여행 경비가 가장 적게 들었고, 인도 관광청이 외치는 'Incredible India'라는 말이 왠지 멋지다고 생각했다. 왜 하필 인도냐고 굳이 물어보는 사람들에게는 공중부양 배우러 간다고 농쳤다.
 
Incredible India 모두가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공중부양을 배우지는 못 했다.
Incredible India모두가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공중부양을 배우지는 못 했다. ⓒ 한성은
 
그 후로도 참 많은 곳을 다녔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뭘까? 나는 이제 20대 청년이 아닌 40대 중반의 노총각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행이라는 행위는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40대에 들어선 후 내가 찾은 여행의 이유는 나의 일상을 찬미하기 위함이다.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진토닉을 진하게 말아서 한 잔 마신 후 "역시 집이 최고야" 같은 상투적인 말들을 뇌까리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면 내 일상이 더없이 소중해진다. 그러다가 나의 일상이 박스도 뜯지 않은 오래된 택배 상자처럼 일말의 기대감도 사라졌을 때, 다시 여행을 꿈꾼다.

여행의 시작은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부터이며, 여행의 설렘은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는 그 순간이 정점이다. 알랭 드 보통이 <여행의 기술>에서 소개했던 여행의 아홉 가지 매력 중 첫 번째가 '기대'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북유럽 캠핑카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해보자. 캠핑카를 인수하고, 낯선 클러치 페달에 왼발을 올리고, 읽을 수 없는 표지판을 읽으며, 페리에 캠핑카를 싣고 북해를 가로질러 노르웨이로 간다. 설렘과 기대가 배꼽을 살살 간지럽힌다면 이제 다음 준비를 시작하자.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에 도착한 베트남 에어라인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면 설렘은 정점에 달한다.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에 도착한 베트남 에어라인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면 설렘은 정점에 달한다. ⓒ 한성은
 
캠핑카 여행을 위한 서류 준비 - 국제운전면허증

북유럽 캠핑카 여행을 위해서는 한국 운전면허증과 한국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이 함께 있어야 한다. 국제운전면허증만으로는 효력이 없으니 한국 면허증을 꼭 함께 소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캠핑카를 예약할 때 운전자를 추가로 1명 더 지정하는데 해당자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2종 보통 면허증으로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 받으면 A형(이륜차)과 B형(승용차)을 운전할 수 있다고 스탬프가 찍혀 있다. 이러면 유럽에서 3.5톤 이하의 캠핑카를 운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캠핑카가 중량을 3499kg으로 맞추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더 큰 대형 캠핑카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자신이 가진 면허로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만약 면허증 종류가 맞지 않으면 캠핑카를 인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캠핑카 제원 캠핑카 렌트 전에 제원 확인이 꼭 필요하다.
캠핑카 제원캠핑카 렌트 전에 제원 확인이 꼭 필요하다. ⓒ 한성은
 
국제운전면허증 2종 보통 면허의 경우 카테고리 B에 도장이 찍혀 있다.
국제운전면허증2종 보통 면허의 경우 카테고리 B에 도장이 찍혀 있다. ⓒ 한성은
 
나는 베트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 운전허증과 베트남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을 먼저 제시했는데, 면허증 뒷면에 스탬프가 없다는 약간은 황당한 이유로 서류를 거절당했다.

물론 한국 면허증과 한국 국제운전면허증도 있었기 때문에 서류를 바꿔서 보여주니 문제는 없었지만, 따로 챙기지 않았다면 아주 곤란한 상황이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아무 문제 없이 차량 렌트를 했기 때문에 걱정 없이 내밀었는데, '거기는 거기고 여기는 여기'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캠핑카 여행을 위한 서류 준비 - 노르웨이 오토패스 AutoPASS

유럽은 EU의 등장으로 마치 하나의 나라인 것처럼 운영되지만, 실제로 하나가 된 것은 아니다. 여행자들은 셴겐 조약(Schengen Agreement) 때문에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워서 국경선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가마다 엄연히 다른 도로교통법 체계를 갖고 있다. 도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적용되는 법은 국가마다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은 모든 도로의 통행료가 무료이다. 정확하게는 도로를 국가가 세금으로 100% 관리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독일 국민들의 세금(소득세율 최대 45%)으로 아우토반을 이용하는 셈이니 조금 고마운 마음을 가져도 된다.

인접국인 프랑스는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수백 개 있다.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비용을 내는 것이다.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며 계속 신용카드를 내밀면 된다. 참고로 스위스의 경우 국경을 넘기 전에 1년 동안 유효한 도로비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문제는 노르웨이이다. 노르웨이 역시 유료 도로가 많은데 톨게이트는 없다. 그래서 여행 루트 중에 노르웨이가 포함된다면 오토패스(www.autopass.no) 등록을 해야한다. 한국의 하이패스와 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노르웨이는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터널이 많고, 일부 도로는 다리 대신 페리에 차를 싣고 건너야 하는 경우도 많다.

유료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무료 도로만 다니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니 오토패스를 미리 등록하는 것이 좋다. 여행을 마친 후 후불로 정산할 수도 있지만, 여러 정황 상 미리 등록하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안전하다.
 
 노르웨이에 도착하기 전에 오토패스를 미리 등록하는 것이 좋다.
노르웨이에 도착하기 전에 오토패스를 미리 등록하는 것이 좋다. ⓒ 한성은
 
북유럽 캠핑카 여행의 묘미 - 페리 Ferry 예약

캠핑카 여행이라고 하면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만 생각하기 쉬운데,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지형적 특징 때문에 페리(ferry)가 아주 발달해 있다. 세계지도를 펼쳐서 서유럽과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생김새를 보면 배를 타고 건너가고 싶은 코스들이 있다. 독일에서 덴마크, 덴마크에서 노르웨이, 스웨덴에서 핀란드로 이동할 경우에는 육로 대신 페리를 경험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페리는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차량을 다른 장소로 운반하는 배를 의미하는데, 페리를 멀리까지 오래 타면 그게 바로 크루즈 여행이 되는 것이다. 호화로운 크루즈 여행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대형 페리에 캠핑카를 싣고 바다를 건너 국경을 넘는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북유럽 페리 코스 국가 간 이동을 할 때는 페리를 적극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북유럽 페리 코스국가 간 이동을 할 때는 페리를 적극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한성은
   
독일-덴마크 페리 페리에 캠핑카를 싣고 국경을 건너는 것도 멋진 추억이다.
독일-덴마크 페리페리에 캠핑카를 싣고 국경을 건너는 것도 멋진 추억이다. ⓒ 한성은
 
첫 번째 여행에서는 두 번의 페리를 이용했다. 독일의 로스토크(Rostock)에서 덴마크의 게드세르(Gedser)로 이동할 때 페리를 탔고, 스웨덴의 스톡홀름(Stockholm)에서 핀란드의 헬싱키(helsinki)로 이동할 때 페리를 탔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일주하는 여행 루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문제는 성수기의 페리는 항상 예약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만약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국가 간 페리 예약을 하지 못하면 전체 여행 일정을 바꿔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북유럽 캠핑카 여행을 준비한다면 항공권 예약, 캠핑카 예약, 국가 간 페리 예약까지 세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그 이후로 자유로운 여행 루트를 구성할 수 있다.
 
덴마크-노르웨이 페리 기사 작성일에 페리 예약을 해보니 캠핑카는 현재 빈자리가 없다고 나왔다.
덴마크-노르웨이 페리기사 작성일에 페리 예약을 해보니 캠핑카는 현재 빈자리가 없다고 나왔다. ⓒ 한성은
 
물론 육로만 이용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천천히 이동하며 숲과 호수의 나라 스웨덴, 빙하와 피오르의 나라 노르웨이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북유럽 캠핑카 여행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관광 명소에 들러 인증샷 찍는 재미를 빼놓을 수는 없는데, 이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게 되면 정작 아름다운 호수와 웅장한 피오르 앞에서 일정에 쫓겨 서둘러 길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넉넉하게 6개월 정도의 여유를 두고 앞서 이야기 했던 몇 가지를 잘 챙긴다면, 여행은 이미 6개월 전에 시작하는 것이다. 여행의 목적이 '설렘'이라면 6개월 먼저 설레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핀란드 로바니에미 북극라인 여행의 목적은 '설렘'이다.
핀란드 로바니에미 북극라인여행의 목적은 '설렘'이다. ⓒ 한성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블로그 '타박타박 아홉걸음(http://ninesteps.tistory.com)'에도 동시에 게재되었습니다.


#부릉부릉#캠핑카#북유럽#가족여행#여행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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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고 어른들과 그림을 읽으며 일상을 여행처럼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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