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거의 물러가고 폭염이 찾아온 지난 26일, 안동댐을 찾았다. 대구시는 안동댐을 맑은물하이웨이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는데, 이는 곧 이곳의 물을 대구 식수원으로 쓰겠다는 의미다. 대구시는 안동댐 직하류에서 무려 110㎞나 되는 도수관로를 깔아 대구 문산·매곡정수장까지 끌어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만약 현실화한다면, 도수관로 공사비만 해도 2조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당장 환경단체들은 안동댐 상류에 위치한 영풍제련소로 인한 중금속 오염을 언급하며 "2조에 이르는 국민혈세 탕진해 결국 중금속 칵테일 물을 대구 시민들에게 안길 작정이냐?"라고 비판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 이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당시에도 110㎞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와야 하는 난제로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많았다.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음에도 홍 시장은 이 사업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 7월 15일엔 안동시장과 환경부장관까지 대구시로 불러 해당 사업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이날 "이번 만남이 대구시민의 30년 염원인 깨끗하고 안전한 물 확보 뿐만 아니라 낙동강 유역 전체 물 문제를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이라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11월, 대구시는 하루 63만 톤의 취수를 요구했으나, 7월초 발표된 환경부 용역 결과 46만톤만 취수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경부 용역 결과 당초 대구시가 예상한 사업비(1조8천억)보다 2천억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b/c(비용 대 편익 분석) 또한 0.57로 낮아졌다. 이 때문에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따라온다. 막대한 국고가 들어감에도 b/c값이 낮게 나옴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난 15일 대구시는 안동 지역에 대한 상생협력 지원과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내용을 담은 '낙동강유역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이 난제를 풀어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구시가 오매불망하는 안동댐에 심각한 녹조 창궐
26일,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이 대구 취수원으로 삼으려고 하는 안동댐을 찾았다. 대구시가 주장하는 이른바 1급수 물 안동댐 상황을 둘러보기 위함이었는데, 이날 안동댐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안동댐엔 짙은 녹조가 창궐해 있었다.
특정한 지역에 부분적으로 핀 것이 아니라 댐 전체가 걸쭉한 녹조밭이었다. 도산면 서부리에 탐방객을 위한 수상데크가 놓인 곳의 녹조는 특히 짙었다. 가까이 다다가자 녹조 특유의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바람마저 불어오는 이런 날은 녹조 독이 에어로졸 형태로 날린다는 것이 대학 연구팀 조사 결과 밝혀져, 녹조가 창궐한 날 탐방이나 산책을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지난 10년 이상 낙동강에서 녹조를 목격한 필자의 눈에 이날 안동댐 녹조는 꽤 짙어 보였고 발생 범위 또한 넓었다. 반면 이날 낙동강의 강물은 흙탕물이었다. 지난 장마기간 흘러든 흙탕물이 아직 다 가라앉지 않아서 여전히 흙탕물인 채 담겨 있었던 것이다.
즉, 같은 날 낙동강은 아직 흙탕물로 녹조가 창궐하지 않았고 안동댐은 녹조가 창궐해 있었다. 만약 대구시가 홍준표 시장의 계획대로 안동댐 물을 대구 식수로 삼는다면, 녹조라떼 물이 대구 수돗물로 들어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물로 대구 시민이 마시는 수돗물을 생산할 수도 있다니, 아찔했다. 더구나 안동댐 바닥은 카드뮴, 비소, 납, 아연과 같은 치명적 중극속이 쌓여 있고, 그 위 댐물은 녹조라떼 상태다(관련기사 :
'윤석열-홍준표 발언' 이후 안동댐에 모인 사람들... 왜? https://omn.kr/27pp7). 중금속만도 경천동지할 일인데,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청산가리 수천 배의 독성을 지닌 녹조 독까지 창궐하는 물로 대구 식수원을 삼겠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2조 원으로 낙동강을 되살려 영남이 함께 쓰자
이날 동행한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도대체 이런 모습을 보고도 취수원을 안동댐으로 이전하겠다는 소리를 하는 것인가"라며 대구시의 안동댐 취수원 이전 정책을 격하게 반대했다.
그는 "영풍석포제련소로부터 나오는 각종 중금속만해도 놀랄 지경일 것인데, 청산가리 6600배의 치명적인 독소인 마이크로시틴이 들어 있는 녹조가 이렇게 창궐한 물을 대구시의 식수원을 삼겠다는 이런 정신 나간 소리가 어디 있나? 안동 시민들도 마시지 않은 이런 물을 2조나 들여서 가져가겠다니 이런 넌센스가 도대체 어디 있나?"며 차라리 그 돈을 낙동강을 살리는 데 쓰라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 2조 원을 들이면 낙동강 물을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저 상류 봉화에서 저 하류 부산까지 전 영남인이 고루 낙동강 물로 수돗물을 만들어 함께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2조 원을 들여 도수관로라는 토건사업을 벌여 중금속에 녹조 독까지 든 안동 물을 굳이 가져가겠다니 도대체 이게 제정신을 가진 이들의 소리인가?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